“한국시설서 자라길” 제주서 9살 아들 버린 중국인, 8일가량 노숙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제주에 입국해 공원에서 노숙하던 중 어린 아들을 두고 사라졌던 중국인이 재판을 받게 됐다.

그는 범행 당일 공원이 편지와 짐가방을 함께 두고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에는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내용이 쓰여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제주지검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30대 A 씨를 구속기소했다.

A 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의 한 공원에 잠든 9살 아들 B 군을 방치한 채 사라진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B 군은 잠에서 깨 울면서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이를 본 서귀포시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서귀포시 모처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B 군과 함께 있던 편지에는 '실패한 아버지가'라는 내용의 A 씨가 남긴 편지가 있었다.

영문으로 '내 신체적 이유와 생활고로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된다.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아이를 낳은 건 내 잘못이다. 아이가 노숙 생활을 함께 하길 원하지 않는다. 한국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길 바란다'는 내용이 쓰였다.

그러면서 '한국에 10일 이상 지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에게 사탕과 음식을 주는 등 한국인들에게 친절함과 존경심을 느꼈다. 최근 며칠간 저와 아이는 많은 사랑을 느꼈다'며 말미에는 한글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달 14일 관광 목적으로 아들과 제주에 무사증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숙박업소에서 며칠간 지내던 중 경비가 떨어지자 같은 달 17일부터 8일 가량 노숙을 했다.

A 씨는 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크게 하고 싶어 아들을 두고 갈 목적으로 제주에 왔다며 경찰에 혐의를 인정했다.

A 씨는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 속 아내 없이 양육하고 아들을 잘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중국보다 환경이 더 나은 한국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라길 바랐다"고 했다.

제주의 아동 보호시설에 머물던 B 군은 중국에 있는 친척에게 인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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