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中… 북러 밀착에 '거리두기' 나설까?
尹 "안보리 상임이사국 책임·역할" 당부에 호응할지 주목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최근 북한과 중국·러시아 간의 '결속' 움직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 측을 상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거듭 주문하고 나섰다. 악화된 중국의 경제 사정이나 대외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 마냥 북한을 옹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리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중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2018~19년 이른바 '비핵화' 대화과정에서 한동안 도발을 중단했던 북한이 작년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는 등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북한의 최중요 우방국인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에 번번이 제동을 걸고 있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중·러 양국의 반대로 안보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자 북한은 이 기회를 틈타 각종 신형 무기체계 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도발 방식 또한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10월 중 정찰위성 발사를 재차 시도할 계획이라고 공언해둔 상태다. 북한의 위성용 로켓 발사 또한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일 협력체계는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로 중국 측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현재 중국 당국은 미국과 전방위 패권경쟁을 벌이면서 한미일 3국 간 협력 강화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공동 전선 구축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이번 회담 발언을 두고 사실상 중국 측의 '선택'을 요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리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간섭을 배제하길 원한다"며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남북 쌍방의 화해·협력 추진을 지지한다. 한반도 평화·안정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계속 평화와 대화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핵 문제가 리 총리의 소관 업무가 아니어서" 대체로 경청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으나, 전문가들로부턴 "중국이 고민하는 모습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중 양측이 공개한 이번 회담 내용을 살펴봤을 때 "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 책임론이나 '쌍중단'(雙中斷) '쌍궤병행'(雙軌竝行) 등을 주장하지 않고 조용히 들었다는 건 전과 다른 부분"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쌍중단과 쌍궤병행은 중국 당국이 주장해온 북핵 문제 해결방안으로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간 평화체제의 동시 추진을 뜻한다.
박 교수는 지난달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때 중국을 직접 거명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등 "상당히 의미 있는 발표를 했을 때도 중국의 반응이 예상보다 거칠지 않았고 상응·보복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미중 간 패권경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자체적으로 수출 감소, 실업률 증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불안요소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 중국 당국의 대외정책 기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단 전망도 제시된다.
최근 북중 양측 모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국면 속에서 급감했던 인적·물적 교류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긴 하나, 군사협력 강화로 확실히 방향을 잡은 북러 간 교류 재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북러 간 무기거래설(說)이 꾸준히 제기돼온 것과 달리, 중국 측은 오히려 '방관자'에 가까운 입장을 취해왔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중국은 북러 간 밀착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갑자기 바꾸진 않겠지만, 일방적 편들기는 좀 덜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가속화하는 점도 중국의 태도 변화를 전망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서방 국가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법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불법 무기 거래를 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어 북한을 감싸고 돌 경우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더욱 흔들릴 수 있기 때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오는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계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 자리에서 무기 거래를 비롯한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실제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9·9절) 제75주년에 맞춰 류궈중(劉國中) 부총리가 이끄는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북한 정권수립기념일 70주년엔 당시 서열 3위였던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로 방북한 것과 비교해 급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윤 대통령이 리 총리를 만나서 책임론을 이야기했지만 중국이 미국 책임과 쌍중단 쌍궤병행(雙中斷 雙軌竝行·북한의 핵 도발과 한미연합훈련의 동시 중단)을 주장하지 않고 조용히 들었다는 자체가 이전과는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한미일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상당한 의미있는 발표에 합의한 후에도 중국의 반응이 거칠지 않았고 그 후 상응조치나 보복조치가 없었다. 최근 중국이 북러 밀착에 대해 거리 두는 모습"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갑자기 바꾸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북한에 대해 일방적 편들기를 조금은 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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