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챕터서울 [4] 킬사코리아 “해외 법인, 매출·시장 분석·현지화 고려”
[스케일업 x 동국대 캠퍼스타운] 스케일업팀이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과 함께 성장 중인 스타트업 ‘챕터서울’은 유학생, 외국인에게 중고급 한국어를 온라인으로 가르치는 플랫폼 ‘챕터코리안(Chapter Korean)’을 운영한다. 수강생 관리 도구, 1:1 교육 체계를 잘 꾸며놓은 덕분에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재등록률도 아주 높다.
스케일업코리아의 스케일업에 참가한 이들은 컨설팅 전문 기업 인사이터스의 비즈니스모델 분석을 받았다. 그 결과 ‘중고급 한국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 사회 전반의 지식 등을 모두 익힌 실전형 외국인 인재’를 육성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이 분석을 토대로 풍부한 온라인 교육 강의와 플랫폼을 만들어 온 ‘케이브레인’, 13만 명의 크리에이터와 5000개가 넘는 온라인 강의를 토대로 구독 플랫폼을 세계 각국에 공급 중인 ‘클래스101’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챕터서울은 이들로부터 온라인 강의 시장의 특성과 콘텐츠 제작 이론, 온라인 강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더 많은 사용자에게 알릴 홍보 마케팅 이론을 각각 배웠다.
챕터서울은 최근 베트남에서 러브 콜을 받았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대기업의 외국인 교육 프로그램 제작 의뢰, 베트남 교육 기업으로부터의 협업 의뢰를 받은 것. 김대광 챕터서울 대표는 이를 토대로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교육 시장으로의 진출을 고려한다. 그를 도울 파트너로 스케일업코리아는 권오숭 킬사코리아 법인장을 섭외했다.
킬사코리아는 킬사글로벌의 한국 법인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과 중소·중견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안착하도록 현지 시장 검증과 기회 발굴, 영업 조직과 네트워크 구축 등 해외 비즈니스 전반의 개발과 운영을 지원한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는 물론,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기업 이전 전문성을 갖춘 곳이다.
해외 진출과 법인 설립, 현지 시장 특성과 수요부터 분석할 것
김대광 대표 : 챕터서울에서 오랜 시간 B2C 중고급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면서 늘 해외 소비자들의 요구를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기회가 닿아 베트남에 출장을 갔고,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대기업 몇 곳으로부터 임직원의 한국어 교육 의뢰를 받았습니다. 베트남 현지 교육 기업들도 한국어 교육 협업을 제안했고요.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나라에서 중고급 한국어 교육의 수요가 확실히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동남아시아, 그 중에서도 베트남 시장을 적극 공략하려는 계획을 세웠어요. 중고급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공급해서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나라 기업에 쉬이 취업하도록,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일하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챕터서울과 같은 온라인 교육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때까지의 과정 전반과 주의점, 베트남의 기업 운영 환경 등을 알고 싶습니다.
권오숭 법인장 : 좋은 기회입니다. 동남아시아의 나라 가운데 한국어 교육의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 베트남과 태국이에요. 다만, 한국어 교육을 받으려는 목적은 사뭇 다릅니다. 베트남에는 대기업을 필두로 우리나라의 기업 여러 곳이 진출했어요. 우리나라 기업, 혹은 우리나라 기업과 거래를 하는 베트남 현지 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이 비즈니스용 한국어를 배우려 합니다. 한국어 정규 학과를 운영하는 베트남 대학교의 수만도 25곳이나 돼요. 한국어를 잘 하는 베트남 직원은 실제로 임금도 많이 받습니다.
반면, 태국 학생들은 공교육 과정에 포함된 제2외국어이기에 입시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많습니다. 태국 대학교도 10곳 가량이 한국어 정규 학과를 운영해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학생들도 한국어를 배우려 합니다만, 이들은 대부분 K 콘텐츠를 즐기려는 취미 수요입니다. 그러니, 동남아시아의 한국어 교육 시장에 진출하려면 베트남에 터를 닦는 것이 좋겠습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대기업, 베트남의 제조업과 건설 기업 등이 직원 교육용 중고급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주로 원해요. 관광, 서비스 부문에서도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의 수요가 점차 늘어납니다. 정보통신기술 부문도 꼭 눈여겨보세요. 최근 하노이를 포함해 베트남 주요 도시에 있는 정보통신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업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인재들에게 가르칠 중고급 한국어 교육의 수요가 만들어져요.
우리나라 정부 기관도 베트남의 정보통신기술 인재들을 데려올 목적으로 교육 사업을 벌입니다. 베트남의 젊은 개발자들에게 한국어와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교육하고 우리나라 기업으로의 취업을 알선하는 내용이에요. 이 교육 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권합니다.
김대광 대표 : 그렇군요. 그렇다면 베트남 기업이 한국어를 잘 하는 인재를 채용할 때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을 우대할까요? 우리나라와 베트남, 어느 곳에서 중고급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지를 가늠하려 합니다.
권오숭 법인장 : 그렇지는 않아요. 해외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운 인재'를 우대하기보다는, '우리나라 기업과 일을 할 때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우대합니다. 정보통신기술 기업이나 개발 기업의 경우, 기초 한국어 회화만 되는 인재라도 채용하는 경향이 있어요. 즉, 업무의 성격이나 한국어 사용 빈도에 따라 우대하는 인재상이 다릅니다.
해외 법인 설립 vs 파트너십, 나라의 규제 특성과 기대 매출 규모에 따라 선택
김대광 대표 : 베트남, 나아가 동남아시아 나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때 알아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챕터서울처럼 B2C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스타트업이 꼭 현지 법인을 세워야 할까요?
권오숭 법인장 : 해외에서 만드는 매출 규모가 어느 정도 크다면, 가급적 현지 법인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세금과 현지 규제 문제를 만족하려면 말이에요. 동남아시아 나라들의 결제 성향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릅니다. 신용카드보다는 아직 현금 결제나 이체를 선호하는데, 이 때문에 현지 법인의 은행 계좌가 필요할 수 있어요.
현지 법인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려면 출장과 영업은 필수입니다. 현지의 기업이나 개인과 계약을 맺을 때도 있고요. 이 때에도 현지 법인을 세워야 원활하게 대응 가능합니다. 해외 시장에 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있어요.
현지 법인의 장점은 이처럼 많습니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에요. 기업의 성장 현황, 사업이나 매출의 규모에 따라 현지 법인이 아닌,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지에서 일어난 계약의 수가 적거나 매출 규모가 작은 경우에요. 현지 법인을 만드는 순간부터 운영과 세금 문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게다가, 베트남에서 법인을 만드는 절차는 결코 쉽지 않아요.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잘 꾸미는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민의 개인정보가 국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금지해요. 챕터서울처럼 소비자 대상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라면 분명히 개인정보를 다룰 텐데요, 이 경우 서버를 베트남에 둬야 합니다.
베트남의 기업 정책이 자주 바뀌는 것도 위험 요소에요.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점은 더 큰 위험 요소입니다. 공공 기관의 업무 진행 속도도 우리나라만큼 빠르지는 않아요. 또 하나, 베트남 인재들은 이직을 아주 활발히 합니다.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거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바로 이직을 시도해요. 그래서 인재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해외 기업의 자국으로의 송금을 1년에 단 한 번만 허용합니다. 그래서 현금 흐름을 관리하기 아주 까다로워요.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울 때에는 이들 위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김대광 대표 : 베트남 외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현지 법인 설립 난이도는 어떤가요?
권오숭 법인장 : 베트남보다 편하고 쉬운 부분도, 더 까다로운 부분도 있습니다. 싱가포르를 예로 들면, 기업 정책을 꼼꼼하게 잘 세워놓은데다 좀처럼 바꾸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벌일 때 안정감 있게 유지하기 좋습니다. 대신, 비싼 물가만큼 사무실 운영비와 임직원들의 급여 등 자금 부담이 커요. 동남아시아 나라에 현지 법인을 세우려면, 이처럼 나라마다 다른 특성을 살펴본 다음 결정해야 해요.
해외 법인 설립 절차와 인재 확보는 현지의 기업·기관과 함께
김대광 대표 : 조언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운다고 가정할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자본금을 정하는 방법, 인재를 구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권오숭 법인장 : 절차 자체는 많이 어렵지 않아요. 베트남 현지 에이전시나 법무법인을 찾아가 서류를 받고, 이 서류를 성실하게 채워서 제출하면 됩니다. 서류보다 중요한 것은 제안서에요. 제안서의 내용에 따라 자본금의 규모가 정해지는 까닭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다른 나라의 기업이 법인을 세우려 할 때 ‘베트남에서 특별한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를 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베트남에는 ‘시행 자본금’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시행 자본금은 법인 등록증을 발급한 후 90일 안에 납입을 마쳐야 합니다. 그래서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우려면, 베트남 정부에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만한 자본금을 설정했는지’와 ‘이 자본금을 납입할 능력이 되는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따라서,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우려면 본사의 재정 능력에 맞는 프로젝트 규모와 업무 범위, 시행 자본금의 액수를 균형 있게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균형을 맞추려면, 베트남 현지의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법인의 형태는 유한회사가 좋겠습니다. 현지에서의 상장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유한회사가 지분 이동이 쉽고 설립 절차도 간소하니까요. 이런 절차를 거쳐, 킬사글로벌의 한 파트너 기업이 최근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웠습니다. 정보통신기업인데, 자본금은 3만 달러(약 4000만 원)였어요.
베트남 인재는 현지의 구인구직 플랫폼을 써서 구하면 됩니다. 일반 직원은 쉽게 채용 가능할 거에요. 신경써야 할 것은 임원급 인재입니다. 사실, 기업의 대표가 해외 법인에 있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여건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면, 대표의 철학과 사상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고 관리할 임원급 인재를 구해야 합니다.
사업을 잘 아는 우리나라 인재를 해외 법인의 임원으로 파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보다는 현지의 인재 가운데 임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현지의 사업은 현지인이 하는 것이 좋아요. 언어의 장벽이 없고 나라의 문화도 잘 아는데다 네트워킹의 범위까지 넓은 까닭입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려면 정부 기관과의 조율과 협의는 필수입니다. 이 때에도 현지에서 채용한 임원급 인재가 큰 힘이 될 거에요.
김대광 대표 : 조언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럼에도 현지 법인 설립이냐, 파트너 협업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네요.
권오숭 법인장 : 그렇다면, 먼저 사업의 진행 상황과 규모를 차근차근 따져보면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베트남에서 벌일 사업의 규모가 크지 않다면, 우선은 파트너 협업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챕터서울의 사업권을 주거나, 조인트벤처를 세워 역할을 나눈 다음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는 거에요. 협업할 파트너 기업으로는 사업의 본질이 챕터서울과 비슷한 곳, 기본기가 튼튼한 곳이 좋습니다. 베트남 컨설팅 기업의 조언을 듣고 결정하는 것도 추천해요.
사업과 매출 규모가 커지면 그 때 법인을 세워봅시다. 그러면 영업할 때, 사업을 제안할 때 유리해질 거에요. 베트남 현지 기업은 베트남에 뿌리를 내린 기업과 계약을 하려는 경향을 보여요. 동시에, 베트남 현지 기업 가운데 챕터서울과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곳과의 차별화 방안도 발굴, 육성해야 합니다. 중고급 한국어 교육 수요가 있다는 것은, 곧 경쟁도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세운 다음에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세요. 그러면, 이후 베트남 이외의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에 진출할 때 든든한 토대가 될 거에요. 온라인 기반 사업을 할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 방법을 잘 배워두세요.
권오숭 법인장은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표현한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 기업이 이미 많이 진출해 터전을 닦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성공한 기업은 소수다. 그는 철저한 시장 분석과 현지화가 승패를 나눴다고 강조하며,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에는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장의 문화, 특수성도 꼭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광 대표는 권오숭 법인장의 조언을 토대로 베트남을 포함, 동남아시아 나라로의 진출 전략을 점검했다. 중고급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으로의 입사와 적응을 도울 특화 교육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각오도 밝혔다. 최근 이들은 홈페이지를 개선하면서 B2B 기업 교육과 기업 내 외국인 인재 교육, 제휴 페이지를 더했다. 스케일업을 받은 챕터서울이 동남아시아, 나아가 세계 각국의 소비자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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