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시각] 인생의 의미는 '타인'이다
인생의 의미 사라져
명예·인정 주는 것도 타인
청년 시절에만 하더라도, 나는 인생의 의미는 매우 복잡하고 심오한 것이라 믿었다. 그만큼 찾기도 쉽지 않고, 도달하기도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문학과 철학을 전공하면서 '인생의 의미 찾기'라는 과제에만 온통 몰두한 채 청년 시절을 보냈다.
청춘에 그렇게 많은 고민을 했지만, 요즘에는 인생의 의미가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인생의 의미란, 등잔 밑이 어둡듯이 아주 '단순'한 것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의미란, 그저 '타인에게 무엇을 주는가'로 정의된다는 생각이다. 내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바로 그것, 내가 타인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일 자체가 보통 인생의 의미인 것이다.
얼마 전, 노인의 우울증을 다루는 한 영상에서 한 노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더 이상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면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이렇게 들었다. 더 이상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나의 역할도 없어서, 나의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이다. 즉, 더 이상 타인에게 줄 것이 없다는 느낌이 인생의 '의미 상실'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하면, 많은 경우 우리는 '자기'를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자기 인생을 고민하는 것은 곧 타인에게 어떻게 기여할지를 찾는 것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직업은 타인을 위한 일을 한다. 타인에게 감동과 웃음, 위안을 주고,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대개 '직업의 정의'에 가깝다.
혹은 사람들은 자신의 외로움이나 인정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건 타인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명성, 인기, 명예를 얻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사랑받거나 인정받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타인'으로부터 무언가 받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타인에게 그만한 무언가를 주었을 때 돌려받는 것이다. 타인에게 기쁨이나 숭고함, 만족감 같은 감정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곧 우리가 바라는 걸 얻는 일이기도 하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사실 내 안을 파고들어 가고 또 파고들어 가기보다는, 내 바깥에 있는 타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살아 있는 동안, 늙어가는 동안, 한정된 시간을 부여받은 동안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아주 가까운 타인에서부터 먼 타인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 누군가에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사실 인생의 의미란 바로 그곳, 즉, 타인에서 시작해서 타인으로 이르는 것이다.
그래서 삶에서 질문을 끊임없이 180도 전환할 필요를 자주 느낀다. 바로 '나'에게서 '타인'으로 말이다. 이를테면, 의미 있는 노년을 보내고 싶다면, 내가 노년에 이르렀을 때도 그 누군가에게 '줄 것'이 있으면 된다. 지식과 지혜를 나누든, 장학금이나 기부금을 나누든, 내가 만든 사업체가 여전히 누군가의 생활 기반이 되어주든, 노년에 이르러서도 타인에게 줄 것을 쌓아가고 지켜낼 수 있다면, 의미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건강한 마음과 신체로 손주를 돌봐줄 수 있는 것도 의미 있는 나날을 보내는 것이기에, 그토록 많은 어르신들이 '손주 기다린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장 자기 자신을 위해 고민하는 순간에, 사실 그 궁극적인 해결은 '타인'으로부터 온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좋은 글을 쓰는 건 타인들과 공명하는 일이고, 좋은 사업을 하는 건 타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타인들에게 좋은 순간들을 선물하는 일이다. 삶의 본질이란, 사실 '주는 것'에 있는 것이다. 줄 게 많은 사람, 줄 줄 아는 사람, 제대로 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알고 보면 가장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일인 것이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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