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영화 뭐 보지? 가을 더위 날려줄 오싹한 스릴러 '잠'→'타겟'까지 [TEN초점]
가을 늦더위 날려줄 영화들
주말에 볼 만한 영화 추천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9월이 찾아왔건만, 나무에는 붉게 물든 단풍잎이 보일 기색조차 없다. 늦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참이다. 극장가는 여름의 더위를 쫓을 신선하고 오싹한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주말, 극장을 방문해 늦여름 더위를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 늦더위 날릴 스릴러, 공포 영화 어때?
영화 '잠'(감독 유재선) 9월 6일 개봉
매일밤, 우리는 잠을 자는 평온한 일상을 누린다. 하지만 일상이 깨지고 잠들지 못하는 상황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영화 '잠'은 신혼부부 현수(이선균)과 수진(정유미)의 행복한 나날들에 찾아온 기이한 상황을 담고 있다. 잠드는 순간, 낯선 사람으로 변하는 현수로 인해서 만삭의 임산부 수진은 공포를 느낀다. 자신을 지킬 수 없는 보호막이 없는 지금, 수진의 선택은 무엇일까? 영화 '잠'은 '봉준호 키드'라고 불리는 신인 감독 유재선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더욱이 부부로 만난 이선균과 정유미는 홍상수 영화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에 이어 4번째 만남이다. 일상의 스릴러를 느끼고 싶다면, '잠'이 가져다줄 소름 끼치는 공포를 마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타겟'(감독 박희곤) 8월 30일 개봉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다. 클릭 한 번만 하면, 모든 세상의 정보를 얻기 쉬운 공간에 있다는 말이다. 즉 그만큼 나의 정보가 다른 이들에게 노출되기 쉽다는 말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타겟'은 중고거래를 하면서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신혜선)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 값싼 가격으로 중고거래를 하는 지금, '타겟'은 타인과 나의 거리를 좁히는 지금의 현 상황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이야기한다. 비단 영화 속의 일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중고거래를 통한 피해나 사기가 만연하고, 우리는 누구나 타겟이 될 수있다. 균열된 일상에서 수현은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영화 '신체모음.zip'(감독 최원경, 전병덕, 이광진, 지삼, 김장미, 서형우)
8월 30일 개봉
공포영화 불모지인 대한민국에 새로운 시선으로 장르를 개척한 영화가 있다. 단편 옴니버스 6개의 에피소드를 엮어서 만든 '신체모음.zip'은 눈, 코, 입 등의 신체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막내 기자인 시경(김채은)이 사이비 종교 단체를 잠입 취재하면서 벌어지는 극강의 공포를 다루고 있다. 에피소드 '토막'(감독 최원경), '악취'(감독 전병덕), '귀신 보는 아이'(감독 이광진), '엑소시즘.넷'(감독 지삼), '전에 살던 사람'(감독 김장미), '끈'(감독 서형우)로 구성된 영화는 뒤틀린 욕망과 누군가를 향한 증오를 중심에 두고 신체가 수집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장 깊숙한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불안정한 감정과 어두운 내면까지. '신체모음.zip'은 부조리한 상황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기괴한 상황을 포착한다.
▶ 그 시절, 그 분위기를 알고 싶다면?
영화 '달짝지근해:7510'(감독 이한) 8월 15일 개봉
2000년대 초반, 우리는 전혀 다른 상반된 성격의 여자, 남자 주인공이 투닥거리다가 결국에는 사랑에 빠지는 로코 영화들을 자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감독 곽재용),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감독 김경형), ‘연애의 목적’(2006/감독 한재림) 등의 작품들은 가슴 설레는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곤 했다. 영화 '달짝지근해:7510'은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아온 로코 영화다. '유해진이 장르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치호 역의 유해진은 로코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달짝지근해:7510'은 과자 밖에 모르던 치호의 삶에 일영(김희선)이 스며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라는 편견을 깨고 누구보다 풋풋하고 설레는 영화로 관객들의 마음에 안착해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해한 웃음의 유해진과 상큼한 미소로 무장한 김희선의 연기로 '달짝지근해:7510'은 간만에 볼만한 로코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8월 15일 개봉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SF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감독이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제대로 구성할 줄 아는 감독이기도 하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수장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상을 담은 전기영화 '오펜하이머'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시금 저력을 입증했다. 물리학자였던 시절부터 핵폭탄을 만드는 시점까지, 과거와 현재를 마구 오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역시나 '플롯의 마술사'라는 별명처럼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와 적대 관계에 놓인 루이스 스트로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눈을 뗄 수 없는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중요한 한 페이지를 놀란만의 방식으로 기록한 '오펜하이머'. 아직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면 이번 주말에 보러 가는 것도 좋은 생각일듯하다.
▶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영화 모음집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감독 권하정, 김아현) 9월 6일 개봉
가수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만든다.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를 요약하면, 이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렇다면 누가 만드는가. 바로 권하정, 김아현, 구은하, 이 세 명의 듣보인간들이다. 2020년 무명가수였던 이승윤에게 '무명성 지구인'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서 USB를 직접 전달한 세 사람은 결국 이승윤으로부터 메일을 받는다.. 맨땅에 헤딩하듯,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몸통 박치기한 그들이지만, 프로젝트는 하나둘씩 진행된다. 간절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갖은 고초 끝에 듣보인간들은 가수 이승윤의 '영웅 수집가' 뮤직비디오를 마침내 완성한다. 팬과 스타의 선한 영향력과 인생의 방향성을 잃은 순간, 다시금 활활 타오르는 불씨를 만들어낸 이들의 도전기. 듣보인간들의 도전을 보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를 추천한다.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영화 '한 남자'(감독 이시카와 케이) 8월 30일 개봉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감독 이누도 잇신)의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던 앳된 얼굴의 소년을 기억하는가.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소년미를 벗어던지고 중후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화 '한 남자'에서 변호사 키도 역을 맡은 츠마부키 사토시는 이름을 버린 한 남자를 추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의뢰인 리에(안도 사쿠라)로부터 죽은 그녀의 남편 다이스케(쿠보타 마사타카)의 신원조사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재일교포 3세인 키도는 죽은 다이스케, 즉 X를 조사하면서 자신과 그가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다이스케가 이름을 지우고 살아갈 수밖에 없던 이유를, 영화는 미사여구를 붙이기보다 담담하게 설명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한 남자'는 과연 삶을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주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주말은 일하는 동안 챙기지 못한 여유와 마음을 채우는 기간이다. 그런 시기에 우리에게 다양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를 보러 극장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우리는 다양한 콘텐츠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영화만이 주는 고유한 감성은 뛰어넘기 어렵다. 이번 주말,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가득 채워보기를 바란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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