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악해도 수중 핵탑재는 위협"…韓, 핵잠 도입론 다시 불붙나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9. 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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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핵공격잠수함 진수 ◆

북한이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주장한 김군옥영웅함이 지난 6일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수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 장면을 8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직접 '전술핵공격잠수함' 카드를 꺼내들며 한반도 안보정세에 긴장이 가중되고 있다. 북한이 기존에 공개한 전술핵탄두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묶어 한·미·일을 압박할 '플랫폼'인 잠수함 경쟁에 나서면서, 한국도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진수식 연설을 통해 "김군옥영웅함이 우리 해군의 기존 중형잠수함들을 공격형으로 개조하려는 전술핵잠수함의 표준형"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북측이 보유 중인 약 20척의 로미오급(1800t) 잠수함을 순차적으로 확대·개량해 은밀한 수중 전술핵 운용 수단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북측 잠수함 전력 대부분이 소형화·노후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현재 7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북측이 진수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이 시운전을 거쳐 실전 배치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북한이 운용 중인 SLBM 운용 잠수함은 여러 차례 공개됐던 '8·24영웅함' 한 척뿐이다. 이마저도 SLBM 발사관이 1개에 불과해 2차 타격 능력이 제한된다.

앞서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북측이 8·24영웅함 외에 △로미오급 20여 척 △상어급(350t) 30여 척 △유고급(90t) 20여 척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대다수인 상어급·유고급은 사실상 잠수함이라보다는 침투·매복 용도 '잠수정'에 가깝다.

이에 비해 한국 해군은 장보고급(1200t)과 손원일급(1800t) 잠수함을 각각 9척 보유하고 있다. SLBM을 운용할 수 있는 도산안창호급(3000t) 잠수함은 1번 함인 도산안창호함이 실전 배치됐다. 2번 함인 안무함은 지난 4월 해군에 인도돼 전력화를 앞두고 있고, 3번 함인 신채호함은 진수식을 거쳐 시운전 중이다. 도산안창호급은 SLBM 6기는 물론이고 어뢰와 기뢰,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등 20기 이상의 무장을 갖춰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으로 평가받는다. 군당국은 도산안창호급 2차 사업을 통해 잠수함 규모를 3600t까지 키우고 SLBM용 수직 발사관도 10개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해군은 '기술군'이고 단순한 숫자보다 각 함정의 기술력과 성능이 훨씬 중요하다"면서 남북 간 잠수함 보유량이 전투력 차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통은 "대부분 극히 노후된 북측 잠수함은 잠수함의 생명인 정숙성과 잠항능력, 운용 무기체계 등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북측은 유류도 부족하고 유지, 보수 체계에도 한계가 있어 유사시 잠수함을 얼마나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군과 전문가 일각에서는 북측이 잠수함 수십 대를 일시에 발진시켜 한미 감시·정찰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바닷속에서 동시다발적 공격을 노린다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재래식 탄두 투발이라고 하더라도 잠수함 특성상 은밀한 발사가 가능한 SLBM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향후 정부와 군당국이 거세지는 북한의 수중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주목된다. 북한이 전술핵무기 운용 잠수함 확충 의지를 밝히며 남북 간 잠수함 경쟁의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만큼, 한국도 수중 전력에 대한 구상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SLBM을 실은 잠수함은 물속에서 추적, 감시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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