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위고비 열풍
전 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30위를 뽑아보면 미국 기업이 22개에 달한다. 세계 최대 증권시장을 보유한 나라이니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그 틈을 뚫고 자국이나 뉴욕 증시에서 30위권에 진입한 기업들이 대단해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3위), 대만 TSMC(12위), 덴마크 노보노디스크(16위), 프랑스 LVMH(18위), 중국 텐센트(20위) 등이다. 한국의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23위다.
그중에 최근 큰 화제를 몰고 온 기업이 있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를 만든 노보노디스크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배 늘었고, 올해 들어 시총 규모가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앞질렀다.
이 회사는 매출이나 이익 규모로 따지면 세계 100위권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매출·이익 순위는 시총 순위와 거의 비슷하다. 주가 급등 이유는 성장성에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신생 회사가 아니다. 1923년 창업했으니 올해로 꼭 100년을 맞은 장수 기업이다. 주로 당뇨병 치료제로 실적을 올렸는데 비만 치료제에서 대박이 터졌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애용했다는 바로 그 약이다. 위고비는 재작년 6월 미국 FDA 승인을 얻은 뒤 출시 국가가 계속 늘고 있다. 한국에도 이르면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명(14%) 수준인데 2035년이면 19억명(24%)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식욕 억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을 10% 줄일 정도로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21세기 '만병통치약'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1년치가 2300만원에 달하니 가격은 매우 비싸고 투약을 중단하면 효과는 사라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자 사설에서 "이 약이 부를 창출하는 데는 요긴할지 몰라도 건강한 습관을 망쳐선 안 된다"고 썼다. 레고 이후 덴마크가 만든 가장 신박한 제품인 듯하지만 인류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에 이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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