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시행 가상자산법…“정의·규제 범위 등 보완 필요”

대검, 8일 제3회 형사법 아카데미 개최
‘가상자산 규율에 대한 법적 과제’ 주제
“게임 아이템도 가상자산에 포함돼야”
“가상자산 발행에 대한 규제도 필요”

지난해 5월 가상자산인 루나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내에서만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고, 28만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과 제도가 미비한 탓이다.

내년 7월부터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법안이 시행된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가산자산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시키는 규제의 초석이 된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법 시행을 기다리면서도 가상자산의 정의와 규제 내용 등 하위 항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8일 대검찰청 별관에서 제3회 대검찰청 형사법아카데미가 열렸다. 주제는 '가상자산의 규율에 대한 법적 과제'다. /김민소 기자

대검찰청은 8일 ‘가상자산의 규율에 대한 법적 과제’를 주제로 제3회 형사법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와 현직 검사,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이날 대검찰청에 모여 가상자산에 관한 규율과 투자자 보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에 앞서 성상헌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지금의 가상자산 시장의 현실을 진단했다. 성 부장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매일 600만명 이상이 3조원 이상 가상자산을 거래하는데, 시장의 많은 부분이 법 보호 바깥에 있는 게 현실”이라며 “법령과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틈을 노려 뇌물, 먀악, 사기, 보이스피싱 등이 증가하고 있고 시세조종 같은 불공정 거래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성 부장은 이어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이 출범하고, 내년 7월 가상자산법이 시행되는 등 건전한 가상자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며 “법령을 후속적으로 정비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투자자 피해 방지와 회복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국장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박 국장은 “이번 법안은 가상자산의 정의, 투자자 자금 보호, 불공정 거래 방지 등을 위한 필수사항을 우선 입법화한 것”이라며 “규율 단계 3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필수사항을 우선 입법하고, 추후 가상자산에 대한 국제 기준이 가시화될 때 이를 반영한 규제를 추가한다는 설명이다.

박 국장은 “지금도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을 마련 중이고, 사법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율, 발행량에 대한 기준 등 국회와 관련 당국이 요구한 사항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가상자산 정의, 가상자산 사업의 범위 등 보완해야”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가상자산법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짚었다. 먼저 이정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안 내용 중 가상자산 정의 관련 부분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게임머니 등의 아이템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전자적 데이터로서의 성질이 법안에서 정의하는 가상자산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가상자산 예외 조항에 게임머니와 게임 아이템이 빠진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가상자산법에서는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에는 게임 아이템에 NFT 기술을 접목하거나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게임이 등장해 게임서비스 이용자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요구되지만, 게임산업법은 이런 이용자 보호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상자산법에서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영은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가상자산 발행과 거래소와 관련한 규율이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ICO(가상화폐공개)를 금지해 외국에서 재단을 만들고 코인을 발행하고 있다”며 “재단이나 법인이 속한 국가에 따라 ICO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사업 방향성도 달라지고 피해자 보호 조치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또 발행은 외국에서 되더라도 판매, 환전 등은 모두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규제와 이를 거래하는 거래소에 대한 책임 등도 명백히 규율해야 한다”며 “발행방식 자체가 다양하므로 그에 따른 공시 규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규제 등 법적 규제를 명백히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직 검사도 가상자산 발행에 대한 규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선기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 검사는 “가상자산 발행업자와 코인 시장 조작 세력들이 결탁한 범죄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 사업 범주에 가상자산 발행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검사는 “가상자산을 발행·상장시킨 뒤 시세조작을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매도해 이득을 편취하는 사건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관련 수사도 진행되는 만큼 가상자산 발행에 대한 법적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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