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잠수함 개량형…군 “정상 운용 어려울 것”
전문가들 “수중 정숙성·기동성 불확실” 평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핵추진잠수함 계획”
‘해군력 강조’ 북, 러시아 기술 전수받나
북한이 8일 공개한 김군옥영웅호는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을 개조해 만든 전술핵공격잠수함으로 추정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핵어뢰 등을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은 “정상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이 지난 6일 열렸다고 보도하며 잠수함 외형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김군옥영웅호는 2019년 7월 김 위원장이 신형잠수함 건조 현장을 순시했다는 북한 매체 보도에 등장했던 로미오급 잠수함의 개량형으로 분석된다. 즉 원자력을 동력으로 삼아 움직이는 핵추진잠수함이 아니라 디젤 엔진이 추진하는 재래식잠수함에 미사일을 싣는 잠수함이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로미오급 잠수함 함교탑의 뒷부분을 넓혀 수직발사관 대형 4개, 소형 6개 등 총 10개를 장착했다. SLBM 등을 탑재할 수 있는 공간, 즉 미사일 덱(deck)은 훨씬 높아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사일 덱을 비정상적으로 높인 것은 북극성-3형 이상 급의 SLBM을 탑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미사일 덱 때문에 잠수함의 수중 정숙성, 즉 물속에서 조용히 운항할 수 있는 기능과 기동성은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단순히 발사관을 함교 옆에 가져다 놓은 구조로 발사 압력을 견딜 내구성이 있을지, 수중 정숙 주행이 가능할지 의심된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나아가 잠수함이 무기 발사 능력과는 별개로 아예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문에) 공개된 사진은 다 정상적인 모습일 것이고 공개가 안 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며 “기만하거나 과장하기 위한 징후도 있어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용성보다는 대내외 과시용에 가깝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진수식에서 “앞으로 계획돼있는 신형 잠수함들 특히 핵추진잠수함과 함께 기존의 중형 잠수함들도 발전된 동력체계를 도입하고 전반적인 잠항 작전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하는 핵추진잠수함은 김 위원장이 2021년 제시한 5대 국방 과업 중 하나다. 핵추진잠수함은 한 번에 잠항할 수 있는 기간이 3~6개월에 달하고 속도도 재래식 잠수함보다 훨씬 빨라 은밀성 면에서 우월하다.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 등 6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군옥영웅호 공개는)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기술적 난관, 막대한 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해 핵추진잠수함이 완성되기까지의 공백을 저비용의 전술핵공격잠수함으로 대체한다는 복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역설적으로 북한이 기술적·재정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해군력 증강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와 안보 초밀착 기조를 보이는 것이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양국은 이달 중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이 제시한 5대 국방 과업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1만5000㎞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추진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이다. 아직 북한이 공개적으로 시험하지 않은 것은 핵추진잠수함과 초대형 핵탄두뿐이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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