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실효성 없는 주택 정책…고정관념 버려야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2023. 9. 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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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경기도가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지분적립형 공공주택'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주택 정책의 몇 가지 한계와 고정관념들이 들어있다. 지분적립형 공공주택은 분양받을 때 지분 전체를 분양받는 게 아니라 10~25% 정도만 먼저 분양받고 나머지 지분은 그 집에 거주하면서 조금씩 사들이는 방식이다. 나머지 지분도 늦게 사들이면 그동안 시중 이자율만큼 더 할증된 분양가를 내야 하므로 특별히 저렴할 건 없지만 처음에 주택을 살 때 목돈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다만 지금처럼 주택의 지분 100%를 매입하는 걸로 하고 모자라는 돈은 대출을 받아 충당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 문제다. 대출을 받은 후 시중 이자율에 해당하는 이자를 내는 현행 방식과 지분을 천천히 사들이면서 시중 이자율에 해당하는 할증 분양가를 내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정확히 동일하다. 본질은 비슷하지만 뭐라도 새로운 것 같은 주택 정책을 내놔야 하기에 그런 것이라면 이제는 그런 비효율적인 노력은 그만두는 게 주택 정책이 발전하는 방향이다.

ⓒ연합뉴스

굳이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지분적립형 주택은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으니 가계부채가 늘어나지 않는 방식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분양받은 소비자가 부채를 지지 않는 대신, 그 집을 지어놓고 수십 년 후에야 잔금을 다 받는 경기개발공사가 그 집을 보유하는 동안 동일한 규모의 부채를 부담해야 한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분양했으면 분양 대금을 한꺼번에 받아 경기개발공사가 진 빚을 분양 시점에 모두 갚았을 테니 말이다. 어차피 아파트라는 자산을 구입할 목적으로 조달한 부채이므로 그 부채가 경기개발공사의 부채든 가계부채든 리스크는 동일하다. 집값의 1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내도 된다고 판단했다면 집값의 90%를 대출해 주면 그만이다. 굳이 생소한 방식을 선택할 정책적 효익은 없다.

거주의무기간 5년, 전매제한기간 10년을 두는 것도 거의 관행적으로 붙는 조건이다. 살다 보면 이사를 가야 할 사정이 생기는 건 당연한데, 굳이 5년을 거주하라고 강제하는 정책적 실익이 모호하다. 사정이 생겨 3년 만에 이사를 가게 됐다면 경기도가 지분을 분양가에 시중 이자율을 더한 금액에 다시 사들여 다른 신청자에게 재분양하면 그만이다.

전매제한기간 10년도 굳이 강제할 이유는 없다. 10년 이내에 그 집을 팔길 원하는 경우 역시 분양가에 시중 이자율을 더한 금액에 경기도가 되사들이면 그만이다. 굳이 해외 체류 등의 사유가 아니면 절대 팔지 못한다고 못 박을 이유가 없다. 공공주택이라면 어느 정도 혜택이 있는 것일 테니 그런 불편한 의무를 강제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는 생각은 전근대적이다. 굳이 그런 의무를 붙인다고 해서 얻어지는 정책적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공주택 정책이 바뀌어야 할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공공주택은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정부가 지어서 바로 시중에 내놓으면 10억원에 팔 수 있는 집을 공공주택이니 7억원에 공급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공공주택 한 채당 3억원을 정부가 투입해야 한다. 그 부담 때문에 넉넉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중에 내놓으면 10억원에 팔릴 만한 집은 10억원에 분양해도 결과의 차이는 없다. 시중의 주택 가격은 시중에 공급된 '총공급량'에 따라 결정될 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7억원에 분양하면 그냥 그 분양을 받은 운 좋은 분양주만 3억원의 차액을 가져갈 뿐 여전히 시중 아파트 가격은 10억원이다. 차라리 정부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10억원에 분양하면서 물량을 두 배 더 많이 공급하면 그게 아파트값을 더 쉽게 내리는 길인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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