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초등 교사의 휴대전화 포렌식(Forensic·디지털 증거 추출) 결과가 나왔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상당한 분량의 메모 형식 일기가 발견됐는데, 모든 내용을 확인하기까지는 2~3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군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A 교사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마치고 결과를 전날 군산해경에 넘겼다.
A 교사가 동료들과 나눈 SNS 대화 내용에는 ‘학교의 특정 교원과 업무 스타일이 다르다’는 내용이 포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금껏 A 교사의 죽음을 두고 동료 교사들이 증언한 내용과 일치한다. 동료들은 A 교사가 이 교원의 업무처리 방식에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결재도 자주 반려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전북교사노동조합은 A 교사가 6학년 담임,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체험학습 이외에도 학교 축제, 친목회 등 업무를 맡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살인적 업무량”이라고 표현했다.
군산해경은 A 교사의 일기와 SNS 대화 내용을 분석하는 대로 업무 강도와 학교장과의 관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해경은 A 교사가 재직했던 초등학교의 교사 2명과 행정 직원 1명, 강사 2명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A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특별한 징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학교장과의 갈등에 관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5일 A 교사의 동료는 연합뉴스에 “A 교사가 결재서류를 올릴 때 '교장이 어떻게 해도 반려할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했다”면서 “또 교장의 개인적인 민원도 처리해 왔다”고 말했다. 또 숨진 A 교사가 주말에도 집에서 업무를 해야 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 학교장, ‘고인과 갈등’ 의혹에 “평소 원만한 사이…대립 없었어”
동료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후 학교장 B 씨는 “원만한 사이었다.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B 학교장은 지난 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숨진 교사와는 평소 소통하는 사이었다. 어려움도 서로 터놓고 이야기 했다. 도대체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저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업무적으로 ‘아닌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성격이다. 받아들이는 것에 불편함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감정적인 대립은 결코 없었다. 또 저하고 만나 이야기 할 때 그런 내색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재를 자주 반려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업무에 대해서는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의견을 조율했다. 강제적으로 결재를 반려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B 학교장은 “숨진 교사는 업무에 있어서 책임감이 강하고 긍정적인 교사였다. 아픈 제 허리를 걱정해주고, 차 안에 떨어진 블랙박스도 챙겨 줄 만큼 세심하기도 했다”면서 “사전에 어려움을 알았다면 적극 도와줬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저를 비롯한 교직원은 물론이고, 학생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심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동료 교사들 역시 A 교사에 과도한 업무가 배정됐다는 의혹에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업무분담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한 동료 교사는 “전 교무부장과 함께 만나서 업무 이야기를 했다. 이 자리에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고, 모두 합의를 통해 업무분담이 이뤄졌다”면서 “부장교사를 맡긴 것도 본인이 흔쾌히 수락했기 때문이다. 부장 점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또 “부장 뿐만 아니라 6학년 담임. 복식학급은 승진 및 전보 가산점과 관련이 있어 선배교사들의 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숨진 교사는 업무를 추진하면서 한 번도 불평불만을 제기한 경우가 없었다. 오히려 고마워하는 일이 많았다”면서 “업무에 있어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했던 분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A 교사는 지난 1일 오전 10시23분쯤 군산시 금동 동백대교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다리 위에 비상등이 켜진 승용차가 주차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다음 날 오전 군산해경에 협조를 요청했고, 수색 26시간 만에 고인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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