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망신 줬다”…숨진 대전 초등교사, 4년간 악성민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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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4년여간 민원에 시달리던 40대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8일 대전유성경찰서와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달 5일 교사 A 씨(42)가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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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전유성경찰서와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달 5일 교사 A 씨(42)가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일 숨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그동안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교사노조 측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동료 교사들의 증언을 통해 A 교사가 겪은 상황을 공개하면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A 교사는 2019년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중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등 수업 태도가 불량한 학생 4명의 담임을 맡았다. A 교사가 해당 학생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측이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문제가 된 4명 중 한 학생이 친구 얼굴을 때려 교장실로 불려갔고, 이에 해당 학생의 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A 교사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부모는 A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이듬해 A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학부모 측은 “교사와 마주치기 싫다”라며 , A 교사를 상대로 또다시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A 교사는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교사 등은 “A 교사가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A 교사는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접한 뒤 “트라우마가 떠올라 힘들다”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진상 규명을 위해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와 이전 근무 학교에 조사단을 파견했다”며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A 교사의 평소 신념에 따라신체 조직(피부)을 기증하기로 했다. 기증된 신체 조직은 긴급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한 화상 환자 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대검찰청에 ‘검찰이 학생 지도와 관련한 사건을 수사할 때 교사의 권리가 충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유의하라’라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려보냈다. 최근 교사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늘어나고, 처리 과정에서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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