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실종' 국회 극한 대치만…고성·막말에 연일 싸움터
'정치 문법' 실종된 정치권…폭언과 조롱 주고 받기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극단으로 치달은 여야 관계로 국회가 혼란스럽다. 정치가 실종된 '민의의 전당'은 여야 양쪽 지지자들이 결집해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는 싸움터로 변해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며 단식에 돌입한 지난달 31일 이후 국회에는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과 극우 지지자 혹은 유튜버들의 싸움은 일상이 됐다.
국회 본관 앞에는 매일 이 대표를 응원 방문하는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반대편 국회 정문 밖에서는 보수 유튜버가 국회를 향해 틀어놓은 스피커가 경내 전체에 울려 퍼진다.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야권 정치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싹 다 구속"하라는 구호가 하루 종일 귀를 때린다.
매일 같이 열리는 민주당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는 지지자들도 대통령 탄핵을 거침없이 외친다.
이따금 국회 경내를 오가는 양측 지지자가 맞닥뜨리면 어김없이 고성과 거친 욕설이 오간다. 크고 작은 몸싸움이 일어나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들이 출동하는 사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전날(7일)에는 국회 소통관 앞에서 열린 '방글라데시·네팔 어린이와 함께하는 나눔 바자회' 부스에 이 대표 강성지지자들이 파란옷을 입고 나타나 '왜 이 대표가 단식 중인데 음식을 파냐'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들은 공동주최자가 비명(비이재명)계 대표인사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바자회 상인과 박 의원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이 행사는 두 달 전 기획된 행사다.
국회 안의 상황도 비슷하다. 나흘간 실시한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심심치 않게 오고 갔다.
설훈·김두관·안민석 민주당 의원 등은 윤 대통령 탄핵을 언급해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반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의 단식을 웰빙단식, 다이어트라며 조롱해 야당의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국무위원들도 비아냥과 고성에 가담하며 '정치 실종'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나서면 상대당 대표가 방문해 한마디 건네는 '정치 문법'도 사라졌다.
여당인사의 이 대표 단식천막 방문은 태영호 의원의 항의 방문이 전부였다. 태 의원은 대정부질문 도중 민주당을 비판하자 야당의원들이 '빨갱이', '쓰레기'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박영순 민주당 의원의 출당을 요구했다. 주변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태 의원을 향해 '꺼져라', '빨갱이' 등 폭언과 욕설을 했고, 현장에 있던 김원이·조정식 등 민주당 의원들이 태 의원을 끌어내리며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명분없는 단식을 끝내는 방법'이라며 이 대표 단식 천막 근처에서 수산물 시식회를 연다고 했다가 윤재옥 원내대표의 만류에 취소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5일 이 대표의 천막을 찾아 "정치라는 것이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하고 잘못했다고 국민들이 보질 않는다"며 "대화와 타협, 정치가 이뤄지려면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원로인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도 전날 이 대표를 방문해 "한국 정치는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폭주하고 있다. 이같은 대결과 파탄의 형태를 풀어야 할 1차적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며 "정부·여당은 우선 단식 중인 이 대표를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발이다. 정부·여당이 대화를 시작하면 이 대표 역시 우선적으로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날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정치가 실종된 게 누구의 책임이라고 보느냐"고 묻자 여당의원 사이에서 "이재명"이라는 답이 터져나왔고, 야당의원들은 "윤석열"이라고 외치며 받아쳤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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