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식처럼 지극정성 키웠는데… 美 양부모의 비극적 결말

문지연 기자 2023. 9. 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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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제니퍼 타워 부부와 그의 양아들 디마 타워. /제니퍼 페이스북

미국의 한 부부가 7년간 친자식처럼 지극정성으로 키운 양아들 손에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은 14살 때 우크라이나 고아원에서 입양됐으며 평소에도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7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와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잔혹한 살인사건의 범인은 디마 타워(21)로, 그는 지난 1일 플로리다주(州) 노스포트 자택에서 양부모인 로비 타워(49)와 제니퍼 타워(51) 부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는 새러소타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피투성이가 된 채 머리를 맞대고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타워 부부를 발견했다. 거실 소파, 안방 침대, 현관 등 집안 곳곳에 피 웅덩이가 남아 있었으며 부엌 싱크대에서는 피 묻은 수건이 발견됐다. 당국은 “매우 소름 끼치는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며 “폭력적인 공격이 여러 번에 걸쳐 장시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부모를 살해한 디마 타워가 체포되는 모습. /페이스북

현장에서 디마를 마주친 경찰은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디마는 이를 무시했다. 그리고는 양부모가 사준 차를 타고 그대로 도주해 버렸다. 이후 차를 버리고 숲속으로 도망쳤고 이튿날 아침 체포될 때까지 약 8시간을 숨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중개인이었던 타워 부부는 평소 깊은 신앙심으로 남을 돕는 선한 이들이었다고 한다. 과거 우크라이나로 기독교 선교와 봉사활동을 여러 차례 떠났는데, 디마를 만난 것도 2016년 우크라이나의 한 보육원에서였다. 당시 14살이었던 디마는 엄마를 잃고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에게 버림받은 상황이었다.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타워 부부는 아픈 사연을 가진 디마를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디마는 보육원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올 수 있었다. 타워 부부는 디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로비의 삼촌 워렌 린스는 “두 사람은 디마의 인생에서 디마를 도우려 한 유일한 사람이었다”며 “디마를 친아들처럼 대했다”고 했다.

그러나 디마는 처음부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린스는 디마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복싱에 관심이 많아 보였지만 스포츠로서의 복싱은 원하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를 때리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디마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고 학교에서도 자주 싸움을 일으켰다.

제니퍼 타워와 양아들 디마 타워. /제니퍼 페이스북

타워 부부는 그런 디마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디마가 과거의 고통으로 어긋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부모의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내 제니퍼의 소셜미디어를 보면 “매 순간 디마 너를 사랑한다” “우리 삶에 널 주신 하나님과 널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생모에게 감사하다” 등의 글들이 다수 남아있다.

문제는 디마가 부모의 노력에 응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0년에는 로비가 디마에게 폭행당해 눈에 멍이 드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이 출동할 만큼의 충돌이었으며 디마는 한동안 친척들과 지내야 했다. 하지만 타워 부부는 곧 디마를 집에 돌아오도록 했고 3년 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겪었다. 린스는 “그만큼 부부는 디마를 사랑했다. 다 용서했고 원하는 걸 다 사줬다”며 “모든 것이 전부 나쁘진 않았지만, 디마는 이곳에 오기 전 이미 많은 증오를 품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가족의 불행한 결말에 유족들과 평소 타워 부부의 성품을 칭찬했던 이웃들은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한 이웃은 “정말 착하고 상냥하고 좋은 부부였다. 요즘 시대에 정말 보기 드문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는 타워 부부의 장례비용을 위한 페이지도 개설돼 있다. 한편 경찰은 디마의 범행에 대한 구체적인 동기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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