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NOW] 北 정권수립일 75돌 맞아 인공기 띄우기

최현석 2023. 9. 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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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준비·김정숙 완성"…북한도 1948년 5월까지 태극기 사용
북한 여성 1천명 동원해 형상화한 인공기 (서울=연합뉴스) [조선중앙TV 화면] 2021.9.9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5주년을 맞아 '남홍색공화국기'로 부르는 인공기(인민공화국기) 띄우기를 통해 애국심과 충성심 고취에 나섰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8일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국기는 곧 조국이고 사회주의이며 자기 자신"이라며 "일제의 식민지 노예로 짓밟혔던 우리 인민은 새 조선의 주인된 긍지를 안고 이 공화국기를 높이 날리며 청춘도, 생명도 서슴없이 바치었고 이 땅에 눈부신 기적과 변혁의 새 역사를 안아왔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도 이날 '우리의 국기'라는 노래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별도 기사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1978년 9월 국장과 국기 도안 창작에 참가한 미술가가 수훈 명단에서 빠졌다는 자료를 보고서 고령이 된 해당 미술가를 찾아내 선물을 준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일성 주석이 공화국 창건 한해전부터 이 미술가를 조선임시헌법제정위원회 성원으로 선정해 국장과 국기도안 창작 과업을 주며 외국과 다른 완전히 새롭고 '조선적인' 것이 돼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 당시 반당 세력이 인공기의 흰 원 안에 농기구 보습을 넣으라고 압력을 가했지만, 김일성 부인 김정숙의 지도로 현재 국장과 국기 도안이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1948년 2월 김일성이 한 간부를 불러 국장 도안 중 발전소의 윗부분에 인공기의 붉은색 오각 별이 빛을 뿌리는 것을 그려 넣도록 하는 등 국장 도안도 지도했다고 전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경축 평양시 군중대회 [우리민족강당 캡처]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7일 인공기 등 국가 상징들에 김씨 3부자의 애국의 뜻, 민족의 넋과 기상이 어려 있다고 칭송했다.

대남 라디오 방송인 '통일의 메아리'도 "진정 담고 있는 사상적 내용에 있어서나 그 예술적 형상 수준에 있어서 완벽한 경지에 이른 우리의 국기는 만대에 길이 빛날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의 영원한 상징"이라며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께서 계시여 우리의 국기는 위대한 주체조선의 존엄을 온 누리에 떨치며 무궁토록 나붓길(나부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기는 가로세로 직사각형(가로와 세로의 비는 2대1)으로 흰 동그라미 안에는 붉은 오각 별이 새겨져 있다.

북한은 1948년 5월까지 태극기를 사용하다가 그해 7월 10일 인민회의 제5차 회의에서 인공기를 시험 게양했다.

당시 회의에서 헌법제정위원장을 맡은 김두봉 부수상은 "태극기는 미 군정청이 권유하고 있으므로 새 민주주의 국가에는 맞지 않고 태극기의 근거인 주역은 비과학적이며 표준성이 없다"며 태극기 폐지를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9월 9일 정권 수립을 선포하면서 인공기 사용을 공식화했다.

한국에서 당국 승인을 받아 인공기가 게양된 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가 처음이다. 이후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에 북한 선수단이 출전하면서 인공기가 게양됐다.

북한이 붉은색 구소련(러시아) 국기를 모방해 인공기를 만들어 놓고 김일성의 치적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월간지 '조선예술'과 '천리마'는 2000년 11월호에서 독립운동가 신익희 선생의 조카인 신해균 화백이 "국기를 도안했다"고 밝힌 적도 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인공기 게양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22.1.1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7일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이 끝나 과외활동할 때 당 깃발이나 공화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시장에서 3만5천원(미화 4.2달러·한화 약 5천600원)을 주고 공화국기가 그려진 반팔 옷을 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활이 어려운 집은 강냉이(옥수수) 13㎏ 정도 살 수 있는 3만5천원짜리 국기가 그려진 옷을 사 입히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태극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구소련 국기를 모방해 인공기를 만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구소련 국기에는 없는 파란색과 흰색이 인공기에 들어가 있는 것은 태극기와 조합해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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