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설가 위화 “한국에서 상 못받았는데, 무슨 노벨상인가요”
“한국에서 상을 하나도 못 받았는데 무슨 노벨상입니까.(웃음)”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63)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등단 4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1983년 단편 ‘첫번째 기숙사’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인생’ ‘형제’ ‘허삼관 매혈기’ 등 히트작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작가. 그가 수상 가능성을 묻자, ‘한국’을 언급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 책이 문학 작품으로서 가장 먼저 해외에 번역된 곳이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1994년 유럽에서 ‘인생’이 번역된 적은 있지만, 그건 장이머우 감독이 만든 영화 때문이다. 등단 40년인 것도 모르고 있다가, 한국 출판사가 알려줘서 알았다.” 중국에서 2000만부 팔린 ‘인생’(국내 10만부)보다 ‘허삼관 매혈기’(국내 25만부)가 많이 읽힌 국가도 한국뿐이다. “의아한 일이다. 아마 한국 독자들의 소양이 높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화는 이날 개막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차 방한했다. 작년 12월 장편 ‘원청’의 국내 출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이후, 9개월만이다. 그는 1시간 넘는 시간동안 농담 섞인 어조로, 지난 40년과 오늘날 세상을 되돌아봤다. 성장기에 중국 문화혁명의 상흔을 겪은 세대로서 중국 사회의 병폐를 비판하며 중국 3세대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고,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그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는 각각 42개, 33개 언어로 번역됐고 ‘원청’을 비롯한 소설 다수도 20개 가까운 언어로 번역됐다.
“저는 그렇게 노력하는 작가는 아니었다. 책의 판매량에 대해선 잘 말하진 않는데, 그래도 판매량을 보며 제 책이 계속 나올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그는 독서를 잘 하지 않는 요즘에 대해 걱정을 표했다. “예전엔 제 책을 내기로 한 해외 출판사들이 100권을 찍었다면, 이젠 50권만 찍는다. 책보다는 드라마, SNS에 빠지는 요즘이 걱정스럽다.”
그는 최근 한국 정부의 출판 관련 예산 삭감에 대한 의견을 묻자, “문화와 출판은 정부 지원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엔 지원을 하지 않던 중국에서도 출판사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 정부에서도 지원을 늘리는데, 인구가 적은 한국에서는 독자가 더 줄기 때문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위화는 소설가 이문열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중국의 좌파와 우파는 오늘은 싸우지만 내일은 술을 마신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고, 너무 열성적이다”라고도 했다. 1998년 이탈리아의 한 행사에서 이문열을 만난 다음, 2000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행사 주최 측에 그를 초청해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것. “(주최 측이) 이문열은 우파라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 그 후로도 이문열을 만나고 싶었는데, 보지는 못했다.”
그는 2000년 방한 때가 “가장 편하고 재밌었다”고 했다. 작가 사인회에 참석자가 없어 행사가 취소됐다고 한다. “그때는 행사가 두 개밖에 없었는데, 그 중 하나가 취소되니 맥줏집으로 바로 갔다. 굉장히 많은 곳을 구경하고 다녔는데, 이젠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재밌고 즐겁게 노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 일상에서 ‘재미’를 놓지 않으려는 작가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중국 격동의 근현대사에서 고된 인생을 사는 이들이 많다. “구상중인 차기작 중 하나는 짧지만 코믹한 내용이다. 내 작품에는 고단하고 힘든 인생을 사는 사람이 많은데, 그와 반대로 재밌는 소설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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