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클린스만 축구…그래서 뭘 하겠다고?

박효재 기자 2023. 9. 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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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오른쪽). 대한축구협회 제공



클린스만호가 해외파를 총동원하고도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비겼다. 웨일스가 이겼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내용에선 완전히 밀렸다. 여기에 어떤 축구를 하려는지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도 실패하면서 클린스만표 공격 축구에 대한 의구심만 커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8일 오전 3시45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하지만 전체 슈팅은 4개에 그쳤고, 이마저도 유효 슈팅은 단 한 개를 기록했다. 득점을 기대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는 없었다. 웨일스가 전체 슈팅 11개, 유효 슈팅 4차례, 결정적인 기회 2회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점유율은 61%로 앞섰지만, 빌드업이 여의치 않아 우리 진영에서 볼을 많이 돌린 결과다.

웨일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35위로 한국(28위)보다 낮다. 여기에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조별예선 탈락 위기에 1.5군을 내보내며 몸을 사렸다. 그럼에도 위협적인 장면은 더 많이 만들어내면서 라트비아와 유로 조별예선을 앞두고 자신감을 찾았다. 경기 후 롭 페이지 웨일스 감독은 손흥민(토트넘)을 언급하며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했다”며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3월 부임 이후 승리 없이 3무 2패를 기록했다. 3월 A매치에선 콜롬비아와 2-2로 비겼고, 우루과이에는 1-2로 졌다. 6월 A매치에선 페루에 0-1로 패하고, 엘살바도르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앞서 외국인 사령탑 중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한 감독은 없었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다시 쓰게 됐다.

특히 최근 득점포를 가동하며 경기력이 올라온 해외파 선수를 대거 동원하고도 거둔 무승부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주장 손흥민은 직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폭발했고, 이날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홍현석(헨트)도 직전 벨기에 주필러리그 홈경기에서 멀티 골로 팀의 2-1 승리를 이끄는 원맨쇼를 펼쳤다.

손흥민이 8일 웨일스와의 원정 친선경기에서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무엇보다 공격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4-4-2 포메이션에 조규성을 최전방에 세워 두고, 손흥민이 처진 스트라이커에 서며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가는 ‘중앙 프리롤’을 맡겼다. 이재성(마인츠)과 홍현석을 좌우 날개에 세우며 지원사격을 하도록 했는데 효과는 없었다. 손흥민 프리롤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공격수들 간 활발한 위치 변동이라든지 측면에서 숫자 늘리기, 혹은 빌드업이 여의치 않으면 센터백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올려서 쓰는 등 어떤 새로운 전술적 시도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에는 뒤에서 볼 돌리기에 바빴고, 중후반 이후부터는 왼쪽 센터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롱볼과 손흥민의 침투를 활용한 단조로운 공격에 의존했다. 준비된 전술적인 움직임이 없거나 훈련이 부족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오히려 5-4-1 포메이션으로 수비를 두껍게 하고 상대 진영에서 빠른 역습, 제공권 좋은 스트라이커를 활용한 크로스를 앞세운 웨일스의 공격에 애를 먹었다. 후반 20분 크리스 메팜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키퍼 무어가 헤더로 연결한 것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수의 기량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는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지도 의문이다. 홍현석은 소속 클럽에서 주로 중앙 미드필더 내지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선다. 왕성한 활동량과 간결한 패스로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이재성은 소속팀에서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며 때에 따라서는 톱에 서기도 한다. 중앙에 설 때 힘을 발휘하는 두 선수를 측면으로 돌리고, 날개 공격수로서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움직임에 능한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13일 오전 1시30분 영국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는다. 이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해외 재택근무, 겸업 논란 등으로 불거진 클린스만 감독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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