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휠체어 탈 때 다가왔다"…단식 9일째, 의사의 소견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8일)로 단식 농성 9일째에 접어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식 9일 차,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 줄어듭니다. 대신 이야기를 듣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늘어납니다"라며 체력이 소진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의 단식 농성을 두고 '단식하고 있는 게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 측은 물과 소금만으로 버티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기존의 단식 선례와 비교될 정도로 체력을 유지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어서다. 단식 7일째인 지난 6일엔 강서구청장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국회에서 영화 '봉오동전투'를 관람하는 등 스케줄 5개를 소화해 기존 여느 '단식 선배들'과 많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9일째인 오늘, 의원총회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또 그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천막에서 단식한 후 그 외 시간엔 천막이 아닌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점도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간헐적 단식', '라마단'(이슬람교도들이 해가 떠 있는 동안만 진행하는 금식)이라는 말이 떠도는 배경이다.
앞서 단식을 진행한 적 있는 '단식 선배'인 두 단체장에게서 단식 당시의 상황을 들었다. 모두 철저한 익명을 요구했다. 단체장 A 씨는 "물만 마시다가 너무 힘들었는데 옆에서 동료가 입에 소금을 조금씩 넣어주면 억지로 먹기는 했다"며 물 위주로 단식을 진행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의원이 단식 7일 차에 스케줄을 5개나 소화하고, 시민을 만나 대화할 정도라는 게 희한하다"며 "내가 단식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A 씨는 과거 천막에서 24시간 지내며 단식을 진행한 바 있다. 그의 경험담에 따르면 단식 3일째부터는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고, 머리가 매우 아팠다고 한다. 그는 "두통이 너무 심해 타이레놀을 요구했지만 '빈속에 타이레놀 먹어선 안 된다'는 동료의 제지에 어쩔 수 없이 단식 기간 내내 두통을 달고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단식 6일 차에 이완기 혈압(정상은 80㎜Hg 미만)이 기계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낮게 측정됐다. 그는 "나도 단식 기간, 물과 소금만으로 버텼지만, 이재명 대표는 나보다 '좋은 소금'을 먹어서 체력을 유지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의 체력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체장 B 씨는 "단식 5일째부터 전신이 쇠약해지고 몸무게·근육량 모두 눈에 띄게 빠졌다"며 "정신도 몽롱해졌다"고 떠올렸다. 그는 "단식 7일째엔 물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소변량이 줄고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콩팥 건강 지표)는 매우 높아졌다. 8일째부터는 (콩팥 기능이 나빠져)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우주비행사 연구·훈련센터, 사람 생체리듬과 수면 공학 연구센터 등은 중국인 참가자 60명 가운데 나이와 건강상 이유로 탈락한 사람을 제외하고 최종 통과한 남성 13명을 대상으로 단식 기간별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36세(28~44세)로, 이들은 실험실 내에서 10일간 물만 마시며 '완전 단식'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이들의 열흘 후 몸무게는 평균 7.28㎏(5.82~8.74㎏ 감소) 빠졌다. 단식 전보다 몸무게가 9.8% 줄어든 것이다. 또 단식 6일째 지방량이 단식 전보다 10.7% 줄었다. 단식 7일째에 수축기 혈압이 최저로 내려갔고, 8일째 맥박 수가 처음보다 36.4%로 상승해 최고 맥박 수를 기록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C 씨는 "이 연구에 따르면 10일간 단식하면 평균 몸무게가 7k~8㎏, 지방도 10.7% 빠져야 하는데 이재명 대표는 9일 차인 오늘 볼 때 단식한 사람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식을 진행하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단계를 거칠까?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밥을 굶고 몇 시간 후부터 간에서 글리코겐이라는 당분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 가장 먼저 빼간다"고 설명했다. 글리코겐이 몸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시간은 불과 몇 시간에 한한다. 그 이후엔 지방을 빼간다. 피하지방이나 뱃속 내장지방을 태우며 에너지를 일으킨다. 김병준 교수는 "깡마른 사람, 통통한 사람이 각각 단식할 때 통통한 사람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식 전, 몸에 지방이 얼마나 많았느냐에 따라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다르지만 10~20일간, 평균 14일은 지방을 태우며 버틸 수 있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단식이 오늘 9일째, 내일 10일째다. 김 교수는 "지금쯤이면 지방을 거의 다 소진했을 시기"라며 "단식 9일째에도 잘 걷거나 얼굴 살이 쭈글쭈글해지지 않았다면 단식 직전까지 영양소를 미리 풍부하게 섭취해 몸에 지방량이 많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단식 기간이 10일을 넘겼거나 몸에서 지방을 다 소진했다면 몸에서는 최후의 에너지원으로 근육을 빼간다. 그러면서 근육의 단백질이 깨진다. 이를 '단백질 브레이크 다운'이라고 표현한다. 이때 현기증과 탈수가 생기고, 심하면 쓰러질 수도 있다. 근육이 빠질 땐 기력이 많이 쇠하고 스스로 서지 못해 휠체어를 타야 하는 정도에 치닫는다. 김 교수는 "이 대표가 지금 단계에서 체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탈수를 막는 것"이라며 "물을 많이 마시고 소금 섭취로 전해질을 보충해 혈액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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