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아들 CGV 돈 주려고... 산은 대출 받고 신주인수권 매도한 CJ
작년에 1071억 벌었는데 올해 6월말 기준 단기 부채 1450억
CJ CGV, 기존 주주 청약률 89.4%…다음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시작
2018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CJ CGV가 주주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벌렸다. 대주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CJ CGV의 대주주인 CJ는 자회사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현금을 출자했는데, 이 돈의 출처는 대부분 대출이었다. CJ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꿔와 CJ CGV에 쏟아부은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는 지난 6일 CJ CGV의 주식을 1000억원(1798만5611주)어치 매수했는데, CJ는 이 중 700억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차입처는 KDB산업은행 등으로 차입 기간은 1개월이고 금리는 공시되지 않았다. CJ CGV를 돕기 위해 CJ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이다. CJ의 자금 사정도 넉넉하진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 CJ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돈은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수익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CJ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071억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유동 부채, 즉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는 1450억원이다. CJ CGV의 유상증자로 인해 이번에 KDB산업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은 유동 부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탓에 전날 한 신용평가사는 CJ와 롯데, SK를 재무구조 개선 필요 대상 그룹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CJ CGV가 유상증자 계획을 밝힐 당시 CJ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설명이 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6월 20일 CJ CGV는 신주 발행으로 5700억원을 조달하겠다면서 증자의 방식은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로 진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분율대로라면 CJ CGV 지분 48.5%를 보유한 대주주 CJ는 유상증자로 2764억원을 내놔야 했다.
하지만 CJ는 600억원만 출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J의 또 다른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CJ CGV에 넘기기로 했다. 현금이 아닌 현물로 대체하겠다는 뜻이다. CJ에 따르면 한영과 하온회계법인이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해 산출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가치는 4444억원이다.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CJ올리브네트웍스는 비상장법인이기 때문에 4444억원이라는 가치를 믿을 수 없다는 주주들의 반발에 CJ는 결국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출자금을 올렸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신주 예정 발행가(1차 발행가) 공개→신주인수권 거래→최종 발행가(2차 발행가) 확정→기존 주주의 청약→(기존 주주의 청약이 목표치에 미달했을 경우) 실권주 공모→신주 상장의 순서로 진행된다. 신주인수권이란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인데, 기존 주주가 유상증자 참여를 원치 않을 경우 이를 시장에서 팔 수 있다.
CJ가 그랬다. CJ는 신주인수권 거래 단계였던 지난달 17일, 신주인수권 중 일부를 팔아 약 40억원을 챙겼다. CJ CGV는 기존 주식 1주당 신주 1.4085574674주를 배정했는데, CJ는 이렇게 받은 신주인수권 중 일부인 1327만1845주를 증서당 290원에 기관 투자자에게 팔았다. 이 거래로 CJ는 38억4883만원을 얻었다. 사실 그간 사례를 보면 적지 않은 대기업이 유증 참여를 못할 경우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 때문에 신주인수권을 고의로 소멸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CJ는 그런 선택은 하지 못한 것이다.
전날로 CJ CGV의 기존 주주 청약은 마무리됐다. 6678만2357주가 모이며 청약률 89.40%를 기록했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4153억3200만원) 중 절반 이상(2253억3200만원)을 채무 상환 용도로 사용하고, 대주주가 신주인수권 일부를 판 데다가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가 30% 이상 빠진 것을 고려하면 양호한 청약률이다.
나머지 10.60%(791만7643주)는 오는 11~12일 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다.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5560원이다. 이날 주가인 6980원보다 20.34% 낮은 수준이다.
현재 주가보다 낮다고 해서 유상증자 청약이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다. CJ CGV의 유상증자는 기존에 유통되는 주식 수(4772만8537주)보다 신주(7470만주)를 약 1.5배 넘게 찍어내는 대규모 유상증자이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데다가 회사의 재무구조가 심상치 않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신주 발행가액보다 주가가 더 빠질 가능성도 있다. 신주는 이달 27일 상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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