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논쟁’을 이해하는 4가지 쟁점

김향미 기자 2023. 9. 8. 16: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계산위를 규탄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연금개혁 논의에서 ‘소득대체율’은 뜨거운 감자다.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가 지난 1일 공청회에서 공개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에 ‘소득대체율 유지안’만 있고 ‘인상안’은 빠진 것이 알려지자 바로 파문이 일었다. 앞서 지난 3월 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도 1기 활동을 종료하면서 소득대체율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두고 ‘재정안정화론’(현행 유지)과 ‘소득보장성 강화론’(인상)으로 나뉜다.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노후소득 보장성 강화’라는 연금개혁의 목표는 같은데 국민연금을 둘러싼 제반 환경에 대한 현실 진단, 개혁방법론에서 생각이 다르다. 소득대체율 논쟁의 쟁점을 4가지로 정리했다.

①명목 소득대체율-실질 소득대체율

소득대체율은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가리킨다. 현행 ‘소득대체율 40%’(2028년)란 말은 보험료 내는 동안 월 평균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은 노후에 연금으로 월 40만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명목 소득대체율’로 가입기간 40년을 전제로 설정한 값이다. 2020년 기준 신규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18.7년으로 ‘실질 소득대체율’은 22.4%다. 가입기간 40년을 못 채웠기에 월 소득이 100만원이었어도 급여액은 22만원가량이라는 의미다. 노후를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려면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출산·군복무 크레디트(가입기간 추가 산입제도) 확대 등 사각지대 지원이 방안 중 하나다. 또 의무가입연령 상한을 현 만 59세에서 64세까지 연장해 전체 가입기간을 늘리는 안이 있다.

보장성 강화론 파는 여기에 명목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려놔야 보장성(급여액)이 올라간다고 본다. 재정안정화론 파는 명목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면 이론적으로 보장성이 강화되긴 하지만 보험료율도 추가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니 소득대체율 인상보다는 사각지대 지원 확대, 연금 다층구조 설계로 보장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②소득대체율이 보험료율에 미치는 영향

재정계산위가 만든 공청회 자료집 초안에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은 9%에서 13%까지 올리는 안(13%-50%안)’이 담겨 있었다. 소득대체율과 상관없이 보험료율 인상은 기정사실이었다.

최종 자료집에는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은 12%·15%·18%로 올리는 18가지 시나리오가 담겼다. 연금 수급개시연령 68세로 상향, 기금수익률 제고안을 조합하면 2093년까지 기금이 유지되는 안이 6가지다. 보험료율은 13%, 소득대체율은 50%로 함께 올리는 ‘13%-50%’안은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68세로 상향해도 기금소진 시점(현 제도 유지 시 전망 2055년)이 2067년까지만 연장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재정계산위 위원)은 “현 소득대체율 40%도 그대로 가면 기금이 소진되고 난 후 부과방식 비용률(보험료율)이 30%대까지 뛰기 때문에 지금 조정을 하자는 것”이라며 “인구구조가 가장 열악해지는 2050~2090년대는 기금을 유지해야 미래세대의 보험료율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재정계산위 위원)는 “재정추계가 데이터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인구나 경제상황 등의 값이 2060년대 이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③소득대체율과 빈부격차

한국의 상대적 노인빈곤율은 2021년 기준 37.6%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강력한 근거다. 국민연금은 각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전체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A값)을 조정해 ‘하후상박’(저소득은 후하게, 고소득은 박하게) 구조로 설계한다. 고소득자도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급여를 가져가기에 보험료에 ‘상한액’을 정해둔다.

재정안정화론 파는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급여액이 많도록 설계돼 있어서 소득대체율이 인상되면 중산층·고소득층의 급여액(연금재정 지출)이 크게 는다”고 본다. 또한 소득대체율 인상이 현재 소득수준이 낮고 가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의 소득 보장성을 강화하기엔 효과가 적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장성 강화론 파는 “중·고소득층의 절대 급여액이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저소득층의 급여도 그 만큼 상승한다”면서 “하후상박 구조라서 저소득층의 인상폭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④국고 지원 여부

국고 지원을 하면 보험료율을 급격히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도 인상할 수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은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7%)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사회보험에 국고를 투입하는 일이 드물지는 않다. 최근 몇 년간 건강보험 재정 14%는 정부가 부담했다. 또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도 수조 원대의 국고를 투입해 유지한다. 이런 다른 사회보험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한편으로는 “저출생이라는 정책 실패의 책임이 국가에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도 국고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장성 강화론 파는 가입자의 노동·사업 소득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에도 보험료를 부과해 세대 내 재분배 기능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조세 투입·보험료 기반 확대와 같은 주장을 ‘비현실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오건호 위원장은 “우리는 보험료율 인상(현 세대 책임)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정안정화 조치를 다 취한 다음에야 국고 지원을 고민해볼 수 있다”면서 “현재 부동산·주식 등도 이미 조세대상이기 때문에 보험료 부과대상이 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남찬섭 교수는 “보험료율 인상도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용자 등 여러 계층의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과제인 점은 같다. 전문가로서 이런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고 이 부분도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