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윤 vs 이 3차 대리전?
9월 3일 일요일 오후, 10·11 구청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강서구를 찾았다. 사전 선거가 치러지는 10월 6일, 7일까지 남은 기간은 5주. 거리엔 가족 단위로 휴일을 만끽하러 나온 젊은 사람들만 간혹 눈에 띌 뿐 보궐선거 분위기가 거의 없었다. 이날 강서구를 찾은 이유는 녹색당 김유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취재를 위해서였다.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화곡사거리에 있었다. 개소식 당일까지 아무런 표식도 내걸지 않아 찾는 데 살짝 애를 먹었다. 사무실 입주 건물 입구에서 노란색 정의당 선거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 덕분에(?) 겨우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가 경쟁 후보의 사무실 개소를 축하하러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권혜인 진보당 후보 사무실도 바로 옆 건물에 있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사람 중 10·11 지방선거 관련 활동으로 눈에 띄는 것은 정당을 상징하는 하늘색 옷을 입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철회’ 서명운동을 받는 진보당 측 사람들이 거의 유일했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장이 서는 건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공천이 마무리된 이후 아니겠습니까.” 9월 4일 기자가 접촉해본 지역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일정은 이미 나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3월 1일부터 8월 31일 사이에 보궐선거 실시 사유가 확정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그해 10월 첫 번째 수요일에 치러진다. 그런데 단서 조항으로 선거일 전일이 공휴일일 경우엔 그다음 주 수요일에 치러지게 된다. 투표율이 저조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다. 원래대로라면 10월 4일 치러져야 하지만 10월 3일 개천절이 공휴일이므로 10월 11일이 선거일이다. 후보등록일은 9월 21일과 22일 양일에 이뤄지며 공식선거 운동기간은 선거일 기준으로 2주이므로 9월 28일 목요일부터 시작된다. 물론 선거전은 그 이전부터 불붙는다. 후보등록일 훨씬 이전, 늦어도 9월 중순엔 전열을 갖춰야 한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예비후보 명부엔 9월 3일 녹색당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만난 김유리 녹색당, 권수정 정의당, 권혜인 진보당 후보 이외에도 김영숙 민생당, 이명호 우리공화당, 고영일 자유통일당, 안성현 무소속 후보 등 12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이중 후보가 확정된 민주당이나 확정 예정인 국민의힘 쪽 예비후보들을 제외하고 앞으로 출마할 ‘제3지대 정당’ 후보를 더하면 10·11 보궐선거엔 11명의 후보가 나와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사면 후 재출마’를 둘러싼 논란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수도권 민심의 가늠자, 바로미터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해선 여야 모두 비슷한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태우 전 구청장의 대법원 형 확정에 따른 피선거권 상실로 치러지게 됐다. 당초 선거는 보궐의 원인 제공자인 여권 없이 치러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8·15 대통령 특별사면에 김 전 구청장이 포함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사면된 직후부터 김 전 구청장은 구청장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발산사거리에 선거사무소도 열었다. 9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으리라는 기류가 강했다. “당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하면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당규 제39조가 근거였다. 그러다 바뀌었다. “대통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면을 했다면 김태우가 다시 선거에 나가라는 뜻이 아니냐”는 논리다. 요컨대 김태우 재출마에 윤심(尹心)이 실려 있다는 논리다. 강서구청장 공천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던 김기현 대표도 결국 태세 전환했다. 9월 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 대표는 “유재수와 조국이 감찰 무마한 것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며 “거짓말쟁이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부의 횡포에 대해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다”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그는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또 공천해도 되냐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언급에 “우리 당헌 당규상 무공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김 전 구청장을 포함해 김진선·김용성 등 3인의 후보가 등록돼 있지만 사실상 ‘윤심이 실린 후보’로 김 전 구청장을 추인한 셈이다.
‘본인의 귀책사유로 치러지게 된 선거에서 재출마’는 국민의힘 측 김태우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다. 민주당이나 출마를 준비 중인 다른 정당은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지난 5월 31일 보궐확정 이후 구정 공백과 보궐선거 비용 40억 ‘혈세 낭비’를 집중 비판하고 있다.
9월 4일 민주당 후보로 전략공천이 확정된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없지 않다. 민주당은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출마희망자를 모집했다. 모두 13명이 응모했다. 여러 후보가 지원했는데도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당 공관위는 후보자 추가공모를 했다. 첫 공모 때 신청자격을 ‘기준일(6월 1일)로부터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하고 12개월 이내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으로 제한했지만, 추가공모에서는 ‘신청일 현재 권리당원’으로 자격요건을 변경했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당 지도부가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를 전략공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말은 곧 현실이 됐다. 추가공모 마지막 날인 8월 23일 진교훈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공식출마 선언을 했다. 출마 선언 자리엔 경찰대 출신 선배인 황운하(경찰대 1기), 임호선(2기) 의원이 함께했다(진 후보는 경찰대 5기로 표창원 전 의원, 그리고 현재 경기도 용인에서 출마 준비 중인 이상식 김대중재단 용인지회장이 그의 동기다). 진 후보는 경찰청장 다음으로 ‘조직 내 2인자’라는 말을 듣는 차장(치안정감)을 역임하고 2022년 6월 퇴임했다. 선거에 뛰어들면서 그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웠다.
민주당 ‘전략공천’을 두고 불거진 뒷말
그런데 진 후보의 전략공천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전북경찰청장 출신으로 경찰청 차장까지 역임한 분인데 성함이 좀 독특합니다. 좀 외워두셔야 합니다. 진교훈 차장님인데 여기에 오면서 어떻게 소개할까 고민했어요. 진짜 교훈을 많이 주시는 분입니다. 강서구에서 활동하시는 분입니다.” 출마 선언 사흘 전인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 전국혁신회의 전국대회’에서 청중석에 앉은 진 후보를 가리키며 이 단체의 강위원 사무총장이 한 발언이다. 그는 “진교훈 후보를 전국혁신위의 간판스타로 모시고 싶어서 삼고초려 중”이라고 소개하며 불러일으켜 세운 뒤 “(진 후보를) 상임운영위원 또는 운영위원으로 모시고 싶으면 손에 들고 있는 녹색 부표를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문제는 이 단체의 성격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혁신은 “이재명 당대표 중심의 혁신”이다. 이날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도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등가성을 주장한 김은경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한 지지와 동시에 ‘공천룰 혁신’으로 당내 기득권을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수렴된다. 다시 말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기 기득권을 버리지 않으려고 버티는 현역 의원들의 대폭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 사무총장은 이날 행사의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시대의 거목 이재명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이재명 시대 개막을 준비하는 전국대회를 만들자”라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당대표가 주도하는 공천개혁이 곧 혁신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친명 성향 더민주 전국혁신회의 전국대회에 참여한 인사가 기존 공천신청자를 제치고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인 강서구청장 당 후보로 공천된 것은 ‘내년 총선 공천 역시 결국 이 대표의 의중에 따른 ‘친명공천’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다시 말해 지난 대선과 지선에 이어 전국 유일로 치러지게 되는 이번 보궐선거 역시 ‘윤석열 대 이재명’으로 치러지는 세 번째 리턴매치라는 뜻이다.
재출마가 유력한 김태우 후보 쪽도 이 부분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9월 6일 채널A에 출연한 김태우 후보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찰 출신이 왜 나와?’라고 되묻곤 한다”라며 “나는 (이번 선거가) 이재명이 아는 사람과 강서구민이 아는 사람으로 뚜렷이 구분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비록 1년여 기간밖에 하지 못했지만, 강서구청장을 한 자신과 이심(李心)을 얻고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의 대결이라는 프레임 설정이다. ‘윤심(尹心)을 업은 검찰수사관 출신 시사유튜버 대 경찰 고위직 출신의 치안행정전문가’라는 프레임 설정을 깨려는 시도다.
“6만7000여 득표에서 승패 나뉜다”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맞다. 지난 대선 때 강서구만 놓고 보면 이재명이 약 2% 정도 앞섰다.” 앞의 지역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초강세’를 보여온 지역이었다. 2020년 총선에서 갑·을·병 모두 민주당-강선우·진성준·한정애 의원이 당선된 지역이다. 직전 구청장이었던 민주당 쪽 노현송 전 구청장은 국회의원(17대)과 민선 2기(1998년)를 포함하면 4선 구청장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22년 대선 당시 전국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지만, 강서구로만 한정한다면 이재명 후보가 2% 정도 더 득표했다.
대통령 취임 후 1개월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강서구와 아무런 지역 연고가 없는 시사유튜버 출신’ 김태우의 구청장 당선은 지역정치권에서는 이변으로 인식됐다. “당시 민주당의 패인은 복합적이었다. 대통령 취임일이 5월 10일이었고, 선거는 6월 1일이었다. 선거 때는 비록 약간의 격차로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국민은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일을 잘하라는 뜻에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당시는 대통령 지지율도 좋고, 여당 지지율도 좋을 때였다.” 그는 김태우 구청장 당선엔 같이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의 영향도 있었다고 봤다. “강서구만 한정해 보면 오세훈 시장이 송영길 후보를 14% 차로 이겼다. 지자체 선거는 줄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김태우라는 사람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오세훈 인기의 덕을 봤다. 여기에 인천시장까지 한 사람(송영길)이 지역구까지 바꿔가며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니 그 명분 역시 설득력이 약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는 사실상 양자 대결로 치러진 선거였다. 최종결과는 13만2121표(51.3%)를 받은 김태우의 승. 당시 낙선한 김승현 민주당 후보도 12만5408표(48.69%)를 받았다. 그렇다면 이번 보궐선거는 어떨까. 50%대 초반이었던 지방선거 참여율에 비해 보궐선거는 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예년의 보궐선거 참여율에 비춰본다면 투표율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점쳐진다. 만약 이번 보궐선거도 사실상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양 후보가 받은 득표수의 절반 정도 수준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정치권에서는 6만7000~6만9000표 사이에서 당락의 선이 그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시 말해 어느 쪽이든 지난해 자신이 받은 지지표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 말하자면 기존 지지자들을 투표장에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정치·선거전문가들의 보궐선거 전망은
“결국 민주당이 이길 것이다. 지표상으로는 상당히 불리하게 나오는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뒤집힐 것이다. 예컨대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의 경우 민주당 내부데이터를 보면 3주 만에 뒤집혔다. 서울시장의 경우 처음엔 박영선이 압도적으로 이긴다고 나오니 당원투표를 해서 불출마원칙을 뒤집고 출마했다. 그런데 LH 땅투기 사건이 벌어지면서 불과 2~3주 만에 확 뒤집혔다. 김태우 공천도 그 맥락으로 갈 것이다. 지금이야 일반 국민이 정치에 신물이 나 있으니 조용하지만, 막상 선거 분위기가 잡히기 시작하면 달라질 것으로 본다. 총선도 그렇게 갈 것으로 본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윤심’에 따른 사면공천에 대한 심판여론이 번져 결국 민주당 쪽이 이기리라는 관측이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전망도 엇비슷하다. “김태우가 낙선하는 경우 선거결과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 김기현은 당대표직을 내놔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망설였던 것이다. 대통령이 사면으로 도덕성 문제를 지워줬는데, 당 지도부가 거기에 따르지 않으면 항명이 된다. 결국 김태우를 다시 공천한 것은 무조건 된다고 보고 밀어붙이는 것인데, 결과가 윤석열 정권에 그리 호의적이진 않을 것이다. 대통령실이 여의도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 표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 문제는 이게 내년 총선까지 가능하냐는 점이다. 구청장 선거는 설혹 지더라도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총선은 국회의원한테 살고 죽는 문제이기 때문에 마냥 대통령만 쳐다보진 않을 것이다. 지금 대통령이 이념전쟁으로 치고 나가는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가세했다가는 죽는다는 걸 모르는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시사평론가·선거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이재명 당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검·경 대결구도 프레임’으로 이번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은 잘못된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호남·경찰 출신 인사를 전략공천을 한다는 것이 무슨 생각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강서구가 전체적으로 호남사람들, 젊은 층이 많으니 민주당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듯하지만, 관성적으로 예전에도 그랬으니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경찰 대 검찰수사관’이라는 구도가 자신들이 보기엔 그럴듯한 그림일지 모르지만, 과거의 그림을 바탕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과거회귀적인 공천과 다름없다. 당대표가 검찰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혀 있으니 일종의 터널 비전에 사로잡혀 주변을 못 보는 것 아닌가. 굉장히 안 좋은 수다.” 그럼에도 그는 “민주당이 불리하게 출발하지만 이번에 승기를 못 잡으면 내년 총선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쳐 신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태우 전 청장을 사면복권한 것은 나가서 정면 승부하라는 의미”라며 “사면복권할 때부터 국민의힘 공천 방향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기긴 쉽지 않으리라 본다”면서 “과거 민주당의 강세지역이었던 것은 맞지만 투표율이 떨어지고 고령층 중심으로 판이 짜이게 되면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민주당, 그리고 대선과 지선에 이어 세 번째 치러지는 윤석열·이재명의 미니대리전으로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귀결될까.
진보정당·제3지대 출마 후보도 변수
“57만 주민의 보금자리인 강서는 청년 인구가 많은 가능성의 도시입니다. 그리고 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야트막한 산이 어우러진 생태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6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공공교통의 도시여야 합니다. 저는 동네에서부터 변화를 만들고, 또 일상에서 녹색정치를 실현해온 그런 주민들과 함께 강서를 안전하고 평등한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9월 3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김유리 녹색당 후보가 내놓은 출사표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는 “지금 한국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녹색당이 대표하는 기후위기, 진보당이 대표하는 평화의 문제, 그리고 정의당이 대표하는 사회적 정의, 노동당이 대표하는 복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와서 ‘미래의 집권당은 다 여기에 와 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덕담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과 같은 기존 정치권이 한국사회를 너무나 오랫동안 왜곡해왔다. 그 과정에서 이익을 많이 취했다면 이제는 됐다고 내려놓을 필요도 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과 같은 정당은 정치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이 이들이 마지막으로 애국하는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의당과 녹색당·진보당 등 진보정당만 이번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강서갑이 지역구였던 금태섭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도 후보를 낸다. 곽대중 새로운선택 대변인은 “아직 창당을 안 했으니 무소속으로 출마하겠지만 늦어도 9월 11일까지는 기자회견을 하거나 보도자료를 내는 식으로 새로운선택의 후보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양향자 의원, 최진석 교수 주도로 8월 28일 창당한 한국의희망도 후보를 낼 계획이다. 김진수 한국의희망 대변인은 “이번 보궐선거를 치르도록 원인을 제공한 국민의힘이 다시 김태우 후보를 공천하는 것도 명분이 없지만, 검·경 구도로 끌고 가려는 민주당의 모습도 강서구민의 민생 대신 정치선거로 치닫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며 “아직 후보를 물색 중이지만 강서 주민의 민생을 기본에 놓는 인물을 공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당대표와 당 공관위가 기존 정치권 인사를 배제하고 친명 조직 인사인 진교훈 후보를 전략공천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 오성규 서울혁신회의 상임운영위원장은 “경선할지 단수공천을 할지에 대해서는 당에서 판단했을 텐데 상대편이 김태우로 거의 확정되는 분위기이니까 구도를 만들기 위해 정무적으로 결정하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출마 선언 전 혁신회의 대회에서 소개가 됐다는 것도) 이런저런 인사들이 왔다고 알리면서 지역에서 준비하는 사람 중의 하나로 소개한 것이고, 본인이 강서에서 준비한다고 이야기했으니 본인 말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혁신회의가 결국 공천 때문에 ‘친명’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혁신회의는 회원 1만명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국조직”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운영위원만 3000명인데, 그런 사람들이 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 혁신 없이 공천만으로 선거승리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