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합]"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김아영, 인생 첫 시상식서 품은 첫 신인상(종합)
[스포츠조선 문지연 정빛 기자] 처음으로 참석한 시상식에서 인생에 단 한 번 받을 수 있다는 신인상을 처음 안았던 그 순간, 김아영의 맑은 눈에는 눈물이 가득찼다. 사실 김아영의 연예계 인생을 감히 구분해 본다면, '맑눈광'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신조어의 등장은 그 시대의 상황을 방증한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회 현상이나 표현, 혹은 방식 등이 나타나면서 대개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하는 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맑눈광' 역시 그랬다. 초롱초롱하고 맑고 순수한 안광을 가졌지만, 예측할 수 없는 반전 행동과 발언으로 광기가 느껴지는 인물을 뜻한다. 맑은 눈이 포인트지만, 알 수 없는 광기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이는 악의 없이 권리를 추구하는 MZ세대를 표현할 때 딱 들어맞았다.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3에서 '맑눈광' 김아영 캐릭터가 공감과 환호를 산 이유이기도 하다. 사무실 안에서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고, 맑은 눈으로 선배들에게 할 말을 따박따박 하는 '맑눈광'. 현시대를 재밌고 시원하게 풍자하면서 웃음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줬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이러한 '맑눈광' 활약으로 김아영은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여자 신인 예능인상 주인공이 됐다. 그것도 처음 참석한 시상식에서, 인생 첫 신인상이라니. 이것이 영광의 수상자로 호명되는 순간, 맑눈광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온 까닭이다. 8월 무더운 어느 날, 서울 목동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만난 김아영은 그날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맑눈광'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김아영은 여자 신인 예능인상 후보에 오른 사실 만으로도 믿기지 않았다고. 당연히 수상 또한 예상하지 못했단다. "처음에 후보 올랐다고 했을 때부터 놀랐다. 그때는 사전 네티즌 투표도 몰랐는데, 친척 언니가 저에게 투표했다고 해서 투표창을 봤었다. 다른 후보들은 몇천표씩 받고 있었는데, 제가 23표더라. 이전만 해도 '설마, 혹시?'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딱 접었다. 아, 후보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심정이었다."
그런 만큼 호명된 순간 놀라움이 컸다. 김아영은 "이름이 불리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 제 앞 순서가 신인 남자 예능인상이었는데, 그때 수상자 부르기 전에 덱스님 앞에 카메라가 있더라. 그런데 덱스님이 받으셨다. 이후 바로 신인 여자 예능인상 순서였는데, 제 앞에 카메라가 있어서 설마설마했다. 그런데 진짜 저라서, 실감도 안 나고 수상소감도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정신이 없었다. 수상소감을 떠나서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짧은 대본' PD님들 얘기해야지 했는데, 막상 그 일이 일어나니까 떨려서 말을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다만 인생 첫 시상식에서 받은 신인상이라, 조금은 다듬어지지 않은 수상소감이 더 감동이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김아영도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한다"며 "시상식 참석 자체가 꿈 같더라. 내가 여기 이 안에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최민식 선배님, 이동휘 선배님, 유재석 선배님과 같이 사진도 찍었다. 너무 그게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같이 연기하고 싶다는 꿈까지 생겼다"고 벅찬 그날의 감동을 돌이켰다.
인생 첫 수상을 신인상으로 시작했다. 의미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는 것을 느끼자 하면서도, 하던대로 하자고 했다. 물론 심사위원분들께서 잘 봐주시고, 축하받을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너무 취하고 들뜨기보다는 하던대로 똑같이 하면 되겠다고 생각들더라. 너무 힘줘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주어진 것에 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다. 하던 대로 똑같이 하다 감사를 받은 것이니, 그걸 가지고 앞으로 더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겠다."
무엇보다 상을 안겨준 '맑눈광'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깊은 김아영이다. 자신 또한 MZ오피스 '맑눈광' 캐릭터에 공감가는 지점을 짚었다. 근무 중에는 무선 이어폰을 빼라는 선배에게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맑은 안광을 자랑하며 "이걸 끼고 해야 능률이 오르는 편이다"라는 이 캐릭터는 결코 미워할 수는 없는, 우리네 MZ세대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김아영은 이 '맑눈광'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자신과 닮은 점을 돌아봤다.
"여러가지로 맞아떨어진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현실에 있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대사와 목소리를 가진 친구가 현실에도 다 있다고 하더라. 자기 생각으로 살고, 대화가 잘 안 통하는 친구라고.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연기했다. 그런데 '맑눈광'도 약간 사회화가 되고 있다. 사실 이친구의 앞으로가 기대가 되면서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와 나름 타협하고 있는데, 현실적이고 우리네 곁에 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다. 저도 운전하고,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에게 직접 연락하고 모든 걸 혼자 하다가, 감사하게도 회사를 들어오고 한발한발 내딛고 있는데, 이제는 마냥 내 멋대로 할 수 없고 타협도 하고 내 것을 내려놓고 맞춰가야 하는 구나를 배우고 있다. 이 맑눈광 친구도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 저 같기도 하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 자기 세계가 있어서 눈치 없어 미움을 받기도 하지만 성장도 있고, 그 친구 안에 제 진짜 모습도 있는 것 같다. 제가 성장과 시행착오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더 와닿더라."
실제로 김아영은 웹드라마 '짧은 대본'과 유튜브 '너덜트' 등으로는 알아주는 MZ 스타였다. 하지만 마니아층은 분명 있었지만, 그의 이름과 얼굴을 대중적으로 알린 것은 'SNL 코리아 시즌3', 그리고 '맑눈광' 캐릭터다. 이로 인해 대중과 본격적으로 만나고, 현재의 소속사도 찾은 것이다. '맑눈광' 캐릭터가 MZ오피스로 첫 사회생활의 서툰 과정을 경험하듯, 김아영에게는 'SNL코리아'가 첫 사회생활인 셈이다.
"제가 몰랐던 세계에 오면서 크고 작은 시련이 있었다. 어떻게 다 좋고 행복할 수만 있겠니하면서 성장하고, 연기도 깊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SNL 코리아'는 제 사회의 첫발이다. 처음 녹화를 딱 하고 느꼈던 것이 '아, 프로의 세계구나'라는 것이었다. 정말 큰 세계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들도 너무 크지만, 'SNL 코리아'가 주는 압박감과 중압감이 확 제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더라. 스태프분들도, 진행되는 속도도, 관객들도, 정말 프로의 세계더라.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배우고, 매번 자책도 하고, 매번 성장도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김아영은 "지금까지의 많은 것이 스쳐지나간다. '짧은 대본'이나 '너덜트'할 때도 그렇고 혼자 다녔을 때, 현장에서 승합차에서 함께 쉬게 해준 동료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사실 저도 'SNL 코리아' 되기 전까지는 마음이 되게 조급했다. 다음 스텝을 어떻게 갈까라는 고민이 컸다. 이것저것 해야 할까했을 때, 친구가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더라. 기다리는 것도 능력이라고. 그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 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맞을까, 혼자 하고 있을 때 이걸 누가 알까'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근데 정말 누군가는 보고 있더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면 좋은 일들이 분명 생길 수 있더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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