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아시안게임 첫 정식종목 e스포츠, 선수단 지원은 어떻게 진행됐나

박상진 2023. 9. 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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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그리고 오락실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시작됐던 게임이 이제 e스포츠가 되고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왔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피파온라인4, 펍지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 V 외의 부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진행되는 e스포츠 종목에 한국은 국가대표 선수단을 파견한다.

이에 앞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시범 종목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운영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제대로 대회가 준비되지 않았기에 현장 네트워크 문제는 물론 선수단의 부실한 식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러한 전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 선수단 지원에 있어 많은 관심이 몰렸다.

물론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한민국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마련된 자리를 통해 각 종목 감독들은 한국e스포츠협회 외 각 단체들의 지원에 대해 좋은 평가를 전했다. 선수단 구성부터 현장까지 이전과 다른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첫 정식종목 국가대표 파견을 앞두고 이에 대한 관심이 여전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 국가대표 평가전을 앞둔 7일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을 만나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선수단 지원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 보죠. 먼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지원 운영의 큰 틀은 어떻게 잡고 진행하셨을까요
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성적입니다. 이를 위해 처음에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구성했고, 여기에 각 부분 소위원회와 상임위원회를 뒀죠. 소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상임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의결하는 방식입니다. 경기력 향상위원회에서 국가대표 선발, 파견, 훈련 지원 외 부분에서 전반적인 의사 결정을 하고 거기서 결정된 사항을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에서 실행합니다. e스포츠 종목 국가대표 선수단 파견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종목, 펜싱이나 양궁처럼 전체적으로 선수단에 지원이 잘 이뤄지는 타 경기 단체의 사례를 많이 연구해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번 국가대표 선수단 지원에 앞서 결국 2018년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듯 합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선수단의 부실한 식사가 공개된 것이 결국 지금 선수단의 지원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죠. 당시 시범 종목이기도 했고, 시간도 부족했을 테죠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도된 첫 대회였다는 점이 일단 큽니다. 그래서 대회 운영 측에서 보인 부족함이 많았어요. 그리고 당시 협회의 내부 사정도 좋지 않았죠. 당시 협회에서는 대한체육회 가입을 준비 중이었는데,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협회가 통합되면서 가입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한국e스포츠협회가 결격 단체가 되어서 준회원 자격도 상실했습니다. 그 시기가 아시안게임 시기랑 겹치면서 선수단 파견도 못 할 상황이었죠. 다행히 조승래 의원부터 다른 분들이 도와주시면서 한시적으로 준회원 단체 자격을 얻어 다행히 대표 파견은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1개 이상 지역 시도 협회를 보유하는 것이 조건이었는데 대전지회를 만들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협회 재정 상황도 좋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현지 상황도 좋지 않았어요. 피시방 하나에서 e스포츠 종목에 출전하는 모든 국가의 선수들이 연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현지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나빴죠. 그래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오래 전부터 준비했고, 우리금융그룹, SK텔레콤, 골스튜디오의 후원 유치에 성공했으며,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서울특별시나 기아, 대한항공, 시디즈 같은 기업들의 추가 지원도 이끌어냈습니다.
 

그렇다면 2018년 대회가 끝나고 지금까지 5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어떻게 준비해 오셨을까요
가장 먼저 협회가 대한체육회 가입을 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9개 시도협회 보유가 대한체육회 준회원 조건인데 대전을 시작으로 지금은 15개 지역 시도협회가 운영 중입니다. 그래서 협회가 e스포츠 국가대표 파견 자격을 갖추게 됐죠. 자격 문제가 해결됐고 이전에 부족했던 시간과 예산 문제가 남았는데,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국가대표 파견 지원 준비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재원 확보를 위해 후원사 유치도 활발하게 진행했고요. 이를 위해 대한체육회와 공동 마케팅 협약을 맺고 '팀 코리아 오브 e스포츠' 브랜드 사용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e스포츠에 관심 있는 기업들을 만나면서 대회를 앞두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업들과 후원을 체결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후원이 진행되며 국가대표 지원 체계를 구성할 재원 확보가 된 것입니다.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되어 선수단이 파견되는 e스포츠에 대해 기업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궁금합니다
e스포츠를 대하는 전체적인 시선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직접 체감한 시기였습니다. 시범 종목 때도 관심이 높았는데 이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졌고,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스포츠의 주류 문화로 e스포츠가 나가고 있는 거죠.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 마케팅 니즈가 있는 기업들이 관심도가 특히 높아진 지금 e스포츠 종목 후원에 참여했습니다. 대회가 1년 연기된 기간에 추가로 합류한 후원사들을 보면 날이 다르게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고요.
 

이전 대회에서 한계를 느낀 이유가 협회의 자격과 예산, 그리고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 모두가 해결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원으로 국가대표 선수단 지원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선수단 구성이 시작이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피파온라인4,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 V 네 종목 파견을 결정했는데, 선수단 차출은 선발전이 필요 없지만 그렇지 않은 종목은 선발전을 개최해야 했고 여기서부터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선수단 구성을 마친 후 선수들의 연습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고민이 정말 컸던 부분입니다. 기존 스포츠는 태릉 선수촌이나 진천 선수촌 같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종합 훈련 지원센터가 있지만, 거기에 e스포츠 훈련 지원 센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e스포츠 명예의 전당 안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이스포츠전용연습센터를 구축했습니다., 종목사와 협의를 통해서도 추가적인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종목별로 다른 환경도 맞춰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 중이고요.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는 대형 경기장에서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종목이지만, 나머지 종목은 그럴 기회가 비교적 적으니 대형 경기장에서 원정 국가 팬들이 가득한 상황을 상정한 훈련이 필요하죠. 항저우 e스포츠 경기장과 가장 비슷한 공간이 핸드볼 경기장이었고, 이곳에 중국어 중계와 중국어 응원이 가득한 환경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현지 적응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선수단이 미리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의 문제를 찾고 대처하는 과정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신 리그 오브 레전드는 베트남-대만 국가대표팀을 초청해 평가전을 치르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죠.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위해 데이터 분석 기업인 팀 스노우볼과 협약을 맺고 해외팀 데이터를 분석해 선수단에 제공합니다. 한국 스포츠과학원과도 연계해 선수들의 효율적 훈련을 위한 구조도 만들었죠.

선수단 이동과 현지 적응, 그리고 경기 일정 소화를 위한 지원도 있었으리라 봅니다. 특히 지난 대회에서 선수단이 고생한 바가 있어 이번에는 준비에 만전을 기했으리라 보고요. 이에 대한 부분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지 적응과 경기 일정 진행도 중요한데, 이번에는 사전 답사를 진행해 선수단 경기력을 최고로 유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회에 참석하는 선수단은 모두 선수촌에서 숙박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수촌과 e스포츠 경기장과 거리는 차로 40분 정도죠. 매일 한 번의 왕복은 해야 하는 일이지만, 경기 사이 쉬는 시간에도 40분씩 차를 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사전 답사를 갔고 이러한 상황을 확인하자 다양한 대안을 고려했습니다. 경기장 내에 선수 휴식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것까지 확인하고는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5분 거리에 있는 적당한 곳을 찾아 별도의 베이스캠프를 마련했죠. 근처의 PC방이나 텐센트에서 운영하는 e스포츠 호텔 등의 방법도 있었지만 현장 답사 결과 거리나 환경적인 면에서 현재 계획된 베이스캠프 장소가 최적의 장소라는 결론을 냈죠. 답사를 진행하며 장비 수급이나 현장 네트워크 상태까지 모두 파악해 지금은 베이스캠프 내에 장비를 반입해 설치하는 단계입니다. 선수단이 활용할 의자나 책상, 모니터나 모바일 기기가 어떤 것인지 확인해 최대한 선수들이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준비 중이고요.
 

그리고 지난 대회에서 크게 이슈됐던 식사 문제 역시 이번에는 가장 철저히 준비했으리라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가장 중요하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맞습니다. 대회 운영위에서 외부 음식을 잘못 섭취했을 경우 도핑의 문제도 있기에 도시락 반입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국제대회인 만큼 조직위가 선수단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식단을 준비했다고 하죠. 하지만 선수들이 그때그때 먹고 싶어 하는 메뉴가 다를 수 있습니다. 베이스 캠프 내에 선수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나 간식을 한국에서 충분히 준비해 갑니다. 이외에도 물리치료사도 섭외해 선수단이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죠.
이러한 부분 외에도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의 대처도 있었을 듯 합니다. 그 예로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 버전 문제가 있었죠. 13.12 패치 버전 서버는 중국만 있다는 와전된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번 일에서 주변 상황이 어떻든 저희는 대회 운영위에서 전달한 가이드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연습에 나서도록 대처했습니다. 공식적으로 13.12 패치 버전으로 진행된다는 통보를 받고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를 통해 해당 버전의 연습 서버를 제공받았습니다. 이전에 미리 섭외한 팀들과 연습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고요. 게임 내 발생하는 이슈들은 종목사나, 아시아이스포츠 연맹 등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며 바로바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경기 내외적으로 종목사가 지원 가능한 것들은 충분히 제공받습니다. 대회 현장에도 종목사 관계자들이 동행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같이 빠르게 대처하려 합니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당시 5명 정도였단 지원 인력도 이번에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투입되어 선수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현장 지원도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선수단 지원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 대회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인터뷰를 마치며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이번이 첫 정식 종목 참가고, 이전 대회에서 겪었던 일에서 배운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선수들이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긴 준비 시간을 거쳐 착실히 준비했고, 물심양면으로 선수단을 지원할 후원 기업들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재원으로 선수단이 훈련부터 현장 경기까지 문제 없이 치르도록 준비했습니다. 물론 이번 대회는 원정 경기고, 예상하지 못한 홈 텃세나 다른 부분에서 선수들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도 미리 가정하고 이에 대한 최선의 대비책도 준비했죠. 출국 전, 선수단도 합숙하면서 따로 조성된 연습 공간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선수단을 위해 최고와 최선의 지원을 할 테니 여러분들도 선수단을 향해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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