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늦게 탔다고 손님 밀쳐버린 선원…결국 ‘익사’ 참변

그리스 검찰, 여객선 승무원 등 형사기소

승무원에게 떠밀려 바다에 빠진 남성. 그릭시티타임스

30대 남성을 승무원이 바다로 떠밀어 익사하는 사건이 그리스에서 발생했다.

7일(현지시간) 그리스 ERT방송과 그릭시티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그리스 검찰은 여객선 ‘블루 호라이즌’ 승무원 1명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나머지 승무원 2명을 공모 혐의로 형사기소했다. 선장은 선박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현지보도에 따르면, 승객 안토니스 카리오티스(36)는 지난 5일 그리스 아테네 서남쪽의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블루 호라이즌’ 여객선에 뒤늦게 탑승하려 시도했고, 승무원에게 떠밀려 여객선과 부두 사이에 빠졌다.

이후 승무원들은 바다에 빠진 이 남성을 구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여객선은 목적지인 크레타섬을 향해 계속 항해했다. 당시 출항을 앞두고 여객선 갑판에 있던 많은 승객들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안토니스가 물에 빠진 이후 해안경비대가 출동했으나 이미 숨진 뒤였고, 사망원인은 익사로 확인됐다.

말티아디스 바르비시오티스 그리스 해양부 장관은 “이 범죄가 살인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이번 사건을 규탄했다. 안토니스는 여객선 티켓을 소지하고 있었고, 탑승 후 배에서 내렸다가 다시 승선하려던 것으로 조사됐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무책임한 행동과 냉소, 경멸과 무관심의 조합이 이 남성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어제의 수치스러운 사건은 우리가 원하는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스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반복되는 비극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피해자가 익사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본 짐승들을 용서할 수 없다”, “상식적인 사회를 마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극적 사건이 반복되야 하는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