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뇌과학자 모임에 나타난 니콘과 후지필름...“한국의 높은 과학 수준, 日기업에도 기회”
학술대회 2000명 이상 방문…전시장도 북적
“한국 판로 찾으려는 해외 기업도 관심”
8일 부산 벡스코 3층에 마련된 뇌 과학 연구 장비를 만드는 기업들의 전시 부스에는 아침부터 연구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6일부터 열린 ‘2023년 한국뇌신경과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는 이날로 사흘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지만 부대행사인 전시회는 이날도 열기가 이어졌다. 이번 전시회에는 국내외 바이오·의료기기 기업과 연구기관 51곳이 참여했다.
올해 뇌신경과학회 학술대회를 찾은 연구자는 총 20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이전 1400명 정도 찾던 것과 비교될 정도로 크게 늘었다. 올해 학회장을 맡은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는 “학회 역사상 국내 단독으로 개최한 학술대회 중 참석자가 최대 규모”라며 “초청하지 않은 해외 연구자들도 올 만큼 한국의 뇌신경과학 수준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연구자가 참석한 만큼 기업들도 자사 연구 기기를 알리기 위해 분주했다. 각 부스마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과 팸플릿, 포스터가 있었고, 업체 관계자들은 부스를 방문하는 연구자에게 장비의 특징을 설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한 기업 관계자는 “올해 뇌신경과학회 전시회는 예전보다 더 북적이는 느낌”이라며 “연구자들에게 기업을 각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했다.
◇ 뇌 과학 행사에 등장한 카메라 기업…줄기세포까지 개발
이번 전시회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카메라 기업 후지필름과 니콘의 로고는 단연 눈에 띄었다. 실제로 후지필름과 니콘 부스는 사람들의 눈에 띄기 좋은 목이 좋은 입구와 출구 바로 앞을 각각 차지했다. 두 기업은 부스를 두 개씩 사용할 만큼 이번 행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지필름은 국내 의료기기 업체 비엠에스와 협력해 올해 처음 뇌신경과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후지필름은 2015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개발하는 미국 업체 ‘셀룰러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다. 부스에서는 iPSc 유래 분화 세포로 약효를 확인하거나 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제품 ‘아이셀(iCell)’을 홍보했다.
후지필름이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한국에서도 판로를 찾고 싶어서다. 후지필름의 협력사인 비엠에스 관계자는 “iPSc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후지필름 셀룰러 다이내믹스에서 한국에 제품을 팔고 싶어 한다는 요청이 있어 함께 참가하게 됐다”며 “한국에서도 뇌신경과학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만큼 해외 기업도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니콘은 전통적인 카메라 회사답게 ‘공초점 현미경’을 전시했다. 공초점 현미경은 특수한 작은 구멍을 만들어 초점 거리에 일치하는 광학 영상만 얻어내는 장비다. 일반 현미경은 주변 빛을 받아들여 해상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지만, 공초점 현미경은 선택적으로 빛을 받아 220~24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의 세포 수준에서 촬영할 수 있다. 니콘은 여기에 ‘NSPARC(Nikon Spatial Array Confocal)’라는 디텍터(탐지기) 모듈을 달아 해상도를 10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실 니콘은 뇌신경과학회 학술대회에 10년 이상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오래된 파트너다. 세포와 신경을 관찰하는 뇌 과학자들이 니콘의 현미경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니콘 관계자는 “뇌신경과학 교수들이나 연구자들에게 새로 나온 장비를 소개하기도 하고,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이미 갖고 있는 장비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뇌 질환 치료제 주제로 유일하게 참여한 신약개발 벤처 ‘지엔티파마’
전시회에서 뇌 질환 치료제를 선보인 부스를 찾는 건 어려웠다. 주로 연구·개발 단계에서 사용하는 뇌 분석 장비와 줄기세포 제품을 알리는 부스가 대부분이었다.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이번 학술대회에 치료제를 알리는 업체가 없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지엔티파마는 홀로 뇌 질환 치료제를 내걸고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엔티파마는 1998년 곽병주 연세대 생명과학부 겸임교수가 아주대 교수 시절 창업한 기업이다. 뇌졸중 치료제 넬로넴다즈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크리스데살라진을 개발하고 있다. 넬로넴다즈는 이달 5일 임상 2상을 완료하고, 크리스데살라진은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올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지엔티파마는 반려견의 인지기능 장애 치료제 제다큐어도 개발했다.
지엔티파마는 기초과학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매년 뇌신경과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지엔티파마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인 만큼 기초과학 연구는 우리 회사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며 “뇌신경과학회를 찾은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신약개발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매년 참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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