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그래서 재정적자는 누가·언제 갚나요?

임재섭 2023. 9. 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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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국회 본회의장.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긴축재정 기조가 경기 침체의 주범이 됐으며 확장재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임 정부에서 무리하게 예산을 늘렸다며 긴축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를 집요하게 꼬집으며 부자 감세가 현재 세수 부족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 수석을 했던 정태호 의원은 "세금을 돈 있는 사람한테 걷어야 재정이 안정되는 게 아니냐"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19 위기에도) 경제를 잘 살려 넘겨줬으면 됐지 왜 자꾸 전 정부 탓을 하느냐"고 했다. 듣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며 장외에서 목소리를 보탰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확장 재정을 쓰면 '허튼 곳에 쓰지 않는 한' 당장 경제엔 선순환을 불러온다. 대부분의 교과서에 1929년 대공황을 맞닥뜨린 미국의 해법이 뉴딜정책이라고 설명돼 있고, 많은 국가들이 최근에도 확장 정책을 쓰고 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순환까지 고려하면 들인 돈에 비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진영은 최근 수십 년간 긴축재정을 언급한 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줄곧 확장재정만 외쳐왔다. 경제가 호황이라는 평가가 나오면 대기업만 배불리고 양극화는 심해진다며 '소득재분배'가 강조됐다. 이 과정에서 법인세 인상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불황이라는 평가가 나올 때는 '서민들이 먹고살기 어렵기 때문에'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나왔다. 한시적인 확장재정을 언급한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으며 확장재정 일변도로 향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0월 25일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회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년도 재정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며 예산을 쓴 뒤 민주당의 반응이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선도형 경제로 전환하는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코로나 위기로부터 일상과 민생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한 예산 △한국판 뉴딜 △저출산 해결의 의지 등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회와 협력하여 6차례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전례 없는 확장재정을 통해 국민의 삶과 민생을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했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이끌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시선에서 볼 때 대부분의 것들이 해결되지 않았다. 코로나 위기로부터 일상과 민생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평가보다는 고물가로 인해 경제위기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저출산 문제 또한 합계출산율 0.7이라는 기록적인 숫자에 직면했다.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붓고도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지 못한 셈으로, 반면 기록적인 숫자의 재정 적자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 됐다.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금융성 채무가 아닌 대응자산이 없어 혈세로 메워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792조원으로 5년간의 이자 지출만 147조원이 소요된다. 7년 전인 2017년의 2.1배 수준으로 늘어난 결과다. 민주당이 과거 '22조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던 4대강 사업을 몇 번씩 할 수 있는 규모의 돈이 아무 곳에도 쓰지 못하는 이자로 변해버린 것이다.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총지출 증가율(2.8%)을 기록했다는 윤석열 정부조차도 나라빚을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세수가 줄어든 만큼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경제 충격이 갈 것을 우려해 대폭 줄이지 못하는 전형적인 재정중독 상태라는 비판이 계속된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늘어나는 재정을 막을 수 없고, 이자지출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막대한 재정을 지출하고도 이자를 갚느라 꼭 필요한 복지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코앞이다. 기금 고갈 경고가 계속되는데도 개혁에 손도 대지 못하는 국민연금이 현재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결국 지금 시대를 만든 사람들, 그러고도 확장재정을 계속 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단 하나의 질문만 남는다. "본인이 갚지 않는 빚을 내면 갚게 될 사람에게 사과를 해야 하지 않나요?, 그래서 재정적자는 누가·언제 갚나요?"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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