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과 엉켜버린 부산 대중교통할인제…"풀어야 더 탄다"
"대중교통 많이 타면 환급" 정책 취지 같아
부산시 "K패스가 동백패스 벤치마킹한 것…국토부에 정책 융합 제안"
부산시가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통합할인제 '동백패스'가 정부의 'K패스'와 유사 정책 논란에 휩싸이면서 도입 취지가 희석되고 있다.
두 정책이 유기적으로 융합하지 못할 경우 일대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만큼 부산시와 국토교통부가 기관 논리에서 벗어나 시민의 시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시 '동백패스'· 국토부 'K패스'…유사 정책 논란 속 동백패스 '뭇매'
시민들의 대중교통비 부담을 줄이는 것과 함께 정해진 금액 이상 교통비를 사용해야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수년간 40% 초반에 머무는 지역 내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하지만, 동백패스가 시행된 지 채 한 달도 안 된 같은 달 28일 부산시로서는 다소 곤혹스러운 국토부발 대중교통비 할인 정책 소식이 전해졌다.
'K패스'로 이름 붙여진 이 정책은 대중교통을 월 21차례 이상 이용하면 60회 한도 내에서 사용액의 20%~53.3%를 환급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요 예산은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50%씩 분담하는 방식이다.
'대중교통을 많이 타면 더 많은 혜택을 본다'는 정책의 기본 골격에서 동백패스와 유사한 형태인데, 곧장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산시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시민단체는 "부산시가 동백패스를 도입하기 전 보건복지부로부터 교통 할인이 더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라는 권고를 받고도 이에 대한 개선 없이 일괄 할인 기준을 적용한 점" 등을 지적했다.
장애인과 청년에게 보다 큰 할인 혜택을 주는 K패스와의 직접 비교를 통해 동백패스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들 단체는 무엇보다, 시가 동백패스 시행 직후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강행한 것을 놓고 "요금 인상 비판을 상쇄하기 위해 내놓은 시민을 기만하는 나쁜 정책"이라고 몰아붙였다.
부산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동백패스 도입으로 인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 효과는 전국 최저 수준"이라며, "동백패스 시행 시점 역시 대중교통비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애초 예정된 계획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K패스와의 유사·중복 정책 논란과 관련해서는 "K패스가 되려 동백패스를 벤치마킹한 상황"이라며 사전 논의 없이 정책을 준비하고 발표한 국토부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적게 타면 'K패스', 많이 타면 '동백패스' 유리…"시민 시선에서 융합해야"
이 때문에 부산시와 시민단체, 부산시와 국토부 간 대립 또는 책임 소재에서 한발 물러나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의 시선으로 두 정책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오는 10월 인상되는 부산 시내버스 성인 요금 1550원을 기준으로 봤을 때, K패스를 사용하면 할인 혜택을 먼저 받을 수 있다.
이용자가 K패스 할인 구간이 시작되는 21차례 시내버스를 타면 3만2550원의 누적 요금을 내게 되는데, 20% 할인 혜택을 적용해 6510원의 환급을 받으면 실제 사용된 교통비는 2만6040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월 4만5000원 이상을 써야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동백패스는 30회 이상 이용분부터 혜택이 시작된다. 그 사이 K패스도 할인 구간에 포함돼 36회 사용까지는 누적 환급액 기준으로 K패스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K패스와 동백패스 할인규모가 역전되는 지점은 월에 시내버스를 37번 탔을 때부터다. 이 경우 5만7350원의 요금을 사용한 상태에서 동백패스는 1만2350원, K패스는 1만1470원의 환급액이 발생한다. 이후 60회(9만원)까지 동백패스 환급액이 많다.
결론적으로 한 달에 21~36차례 버스를 타면 K패스가, 37회 이상 타면 동백패스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두 정책의 할인 적용 구간에 차이가 있다보니, 만일 정책이 별도로 운영될 경우 시민 개개인이 매월 초 그 달 대중교통 사용 일수를 가늠해 자신에게 유리한 카드를 먼저 꺼내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국토부에 동백패스와 K패스의 할인 정책을 융합하는 가칭 '동백패스 플러스' 안을 제안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아직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책 융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K패스와 동백패스 할인이 겹치는 구간의 중복 할인 적용 여부 등도 기관 간 이해 관계가 상충될 수 있다.
K패스와 달리 동백패스에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추가 할인 기준도 통합해 재설정할 필요성이 있다.
유사 정책 논란을 빚으며 탄생한 동백패스와 K패스가 내년 7월 이전에 유기적인 융합을 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의 입장이 아닌 시민 시선에서 정책을 바라보는 행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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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중석 기자 jsp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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