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이폰 금지령’에 애플 시총 253조 증발…그리스 GDP 맞먹어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아이폰 규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즉답을 피한 채 “중국은 대외 개방을 확고히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이 안보 개념을 남용해 중국 기업을 탄압하는 것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양국 갈등의 최전선에 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시총은 6, 7일 이틀 동안에만 약 1897억 달러(약 253조 원) 증발했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집계한 그리스 국내총생산(2191억 달러)과 비슷하다. ‘애플 쇼크’로 퀄컴, 마이크론 등 미 주요 기술주 또한 동반 하락했다.
● 美 “규제 업데이트” vs 中 “아이폰 금지 확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인도로 향하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미국이 2019년부터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했음에도 최근 화웨이가 최신식 7nm(나노미터) 반도체 칩을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이 미국의 규제 실패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설리번 보좌관은 “이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그에 맞게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검토에 몇 달이나 걸리지는 않을 것이고 파트너들과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또 “특정 스마트폰이 아닌 전체적인 접근법이라는 맥락에서 대응하겠다”며 규제 업데이트를 통해 중국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을 옥죄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미국이 화웨이는 물론이고 화웨이에 최신 반도체를 납품한 중국 반도체 기업 SMIC 등을 추가 규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 또한 미 FCC가 퀙텔, 파이보컴 등 중국 통신기업 2곳을 ‘안보 위험 기업’ 명단에 올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맞대응 강도 또한 높아졌다. 마오 대변인은 8일 “미국은 중국 기업을 탄압하면서 자유무역 원칙을 위반하고 글로벌 생산·공급망의 안정을 교란하고 있다”고 했다. 7일 블룸버그는 중국이 국영기업, 공공기관 종사자에게도 아이폰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루 전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중국이 중앙정부 공무원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 中 경제난에 보복 확대 우려
7일 미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2.9% 하락했다. 6일에도 3.6% 떨어진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장중 한 때 3조 달러도 넘었던 시총이 약 2조77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이틀 만에 1897억 달러가 증발했다. 7일 퀄컴(―7.2%),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3.2%), 마이크론(―0.8%) 등 주요 기술주 주가 또한 하락했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미 조사회사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 중국 규제 등으로 “애플의 내년 아이폰 출하량 예상치가 당초 전망보다 1000만 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2년 아이폰 출하량(2억2470만 대)의 약 4.5%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부실, 미 달러화 대비 16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진 위안화 가치 하락 등의 여파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민심 이반을 우려한 중국 수뇌부가 미국이라는 ‘외부의 적’에 화살을 돌리기 위해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한다.
7일 중국 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3297위안대를 기록해 2007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것이 해외 자본의 중국 이탈을 부추겨 중국 경제를 더 짓누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크 워너 미 상원 정보위원장 또한 “경기 침체로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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