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BTS’ 출신 니콜 킴 “K팝 본질은 좋은 음악...‘다이너마이트’ 탄생 땐”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9. 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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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등 하이브 A&R 팀장으로 6년여
빌보드 1위 기록 등 최전성기 함께해
“BTS, 업계서 K팝 무시 못하게 만들어”
컬럼비아 레코드 A&R 부사장 발탁
“미국 시장서 새 도전...K팝 안착 돕겠다”
2017~2022년 하이브 A&R 팀장·크리에이티브 실장으로 재직하다 올해 5월 미국의 대형 음반사 컬럼비아 레코드에 영입된 니콜 킴 A&R 부사장(VP).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뒤에는 7명의 멤버 외에도 많은 스태프가 있다. 팝의 본산지 미국에서 K팝 아티스트뿐 아니라 그들을 만든 기획사와 스태프에게도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의 유서 깊은 대형 음반사이자 아델·비욘세 등이 소속된 컬럼비아 레코드는 지난 5월, BTS와 6년여 함께 한 니콜 킴(김현정)을 A&R VP(부사장)로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2017~2022년 하이브 A&R 팀장, 크리에이티브 실장을 역임하며 BTS 세계 진출의 최전선에 있었다. A&R(아티스트 앤 레퍼토리)은 아티스트 콘셉트 기획, 곡 수집과 협의 등 음반·음원의 제작과 발매를 총괄하는 직무다. 특히 김 부사장은 BTS와 콜드플레이·할시 등 글로벌 아티스트의 협업을 주도했다.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 글로벌 히트곡 제작에도 참여했다. BTS 멤버들의 해외 일정에 동행하는 모습이 포착되곤 해 일부 팬들에겐 ‘BTS의 통역가’로도 알려졌던 인물. 하이브 전에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니뮤직퍼블리싱 한국지사에서 일했다.

미국 대형 레이블 임원으로의 발탁은 그가 국내 엔터계에서 쌓아온 역량과 글로벌 시장이 K팝 산업에 갖는 높은 관심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사다. 지난 6일 서울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뮤직·엔터테인먼트 페어 ‘뮤콘(MU:CON) 2023’ 연사로 참석한 김 부사장을 만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다 막 귀국했다는 터라 ‘시차 적응은 괜찮냐’는 안부 인사를 건넸더니, 돌아온 답엔 치열함이 묻어있다. “괜찮아요. 언제 어디서든 시차에 맞게 일해본 적이 별로 없긴 해요.”

그의 최대 커리어는 더 설명할 것도 없이 BTS다. 김 부사장은 성공 비결로 아티스트 본연의 ‘재능’과 ‘성실성’을 강조했다. BTS 멤버들에 대해 “제가 경험해본 아티스트 중 제일 일을 열심히 하는 분들”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또 “방시혁 하이브 의장 같은 뛰어난 프로듀서, 합이 잘 맞았던 스태프들, 계속 커지고 지지해주는 팬덤 등 우주의 기운이 모인 것처럼 모든 게 맞아 떨어졌다”고 했다.

2017~2022년 하이브 A&R 팀장·크리에이티브 실장으로 재직하다 올해 5월 미국의 대형 음반사 컬럼비아 레코드에 영입된 니콜 킴 A&R 부사장(VP).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K팝이 춤, 패션, 광고, 연기 등 많은 분야를 아우르지만, 여전히 본질은 음악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부사장도 한때는 가수 데뷔를 꿈꾼 연습생이었다. “그런 것들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수줍은 웃음을 띠던 그의 얼굴은 이내 진지해졌다. “엔터사의 많은 부서 중 제가 A&R 일을 하고 싶었고 지금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티스트의 본업이 음악이고 앨범 제작이기 때문이에요. 디스코그래피(출판된 녹음물 목록)가 잘 짜여야 좋은 경력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곡을 발매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백 곡을 수집해 골라내는 그에게 ‘좋은 곡’의 정의는 비교적 명쾌하다. “아티스트에게 잘 어울리는 곡”이다. “아무리 훌륭한 곡을 찾아낸들 아티스트가 소화하지 못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대중 음악의 관점에서 “아티스트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와 팬들이 원하는 요소의 합의점에 있는 곡이 좋은 곡”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국내 대중 음악 사상 처음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한 BTS의 ‘다이너마이트’는 최초 버전에 해외 곡에서 자주 쓰이는 비속어가 들어있었는데, BTS의 진정성이 드러날 수 있게끔 희망적인 내용으로 수정 작업을 거쳤다. ‘퍼미션 투 댄스’도 원래는 연인의 사랑을 다룬 내용에서 지금의 ‘함께 춤추자’는 자유와 희망의 내용으로 바뀌었다. 김 부사장은 “청혼은 당시 BTS 멤버들에겐 허구적인 내용이었다”며 “팬데믹이 끝나가는 시점과 맞물려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 영어 가사는 수단일 뿐
K팝 정체성·독창성 버리는 것 아냐”
그의 경험상 글로벌 진출의 핵심은 ‘독창성’(Originality)이다. 김 부사장은 “미국의 관점에선 아티스트가 미국적 요소를 흉내 내는 것보다 원래 가진 색깔을 잘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K팝 기획사가 다국적 아티스트를 발탁하고 영어 가사를 쓰거나 현지 레이블과 협업하는 등의 흐름에 대해선 “하나의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좀 더 많이 쓰이는 언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음악을 알릴 수 있겠죠. 그렇다고 해서 아티스트가 자신의 색깔과 뿌리를 버리는 건 아니잖아요. K팝을 꼭 한국어나 한국 작곡가 참여 곡 등으로 정의할 순 없어요.”

BTS가 무명 시절부터 한 계단씩 성장해 21세기 최고의 팝 가수 반열에 오른 것처럼, 김 부사장도 길을 개척해왔다. 컬럼비아 측은 그에게 영입 제안을 하면서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그간 쌓아온 경험을 갖고 일했을 때 좋은 시너지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2017년께 처음 미국 쪽 관계사에 미팅 요청을 하면 대답도 못 듣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BTS가 산업적으로도 성공해 K팝을 무시할 수 없는 위치로 만들어줬다”고 돌아봤다. 이어 “K팝이 미국 시장에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현지 A&R과는 또 다른 제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며 “저로서는 K팝이 아닌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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