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기모노 금지령’? 중 “민족정신 해치는 옷 입으면 처벌”

구체적 정의 없어 논란 예상

중국 국기에 폐쇄회로텔레비전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민족정신을 훼손하는 의상을 입으면 처벌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예고했다.

8일 로이터통신 등 보도를 보면, 중국 당국이 이달 초 공개한 ‘치안관리처벌법’ 개정 초안에는 ‘공공장소에서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의상이나 표식을 착용하거나 착용을 강요하는 행위’가 위법 행위로 명시됐다. ‘중화민족의 감정을 해치는 글’도 위법행위에 포함됐다. 해당 행위를 할 경우 구류 10~15일, 벌금 5천 위안(91만원) 이하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법안 초안에는 ‘민족 정신을 훼손한 의상’이나 ‘민족 감정을 해치는 글’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법률 전문가들은 법 조항이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며 폐기를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화동정법대 헌법학자인 퉁즈웨이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누가, 어떤 절차로 중화민족의 정신을 정하나? 누가, 어떤 절차로 중화민족의 감정을 정하나”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다른 법학자들과 블로거들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해당 조항의 폐기를 촉구하다.

입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누리집에는 4만 건 정도의 의견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본인 웨이보에 “오늘 그들은 당신이 특정 의상을 입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내일 그들은 당신이 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 그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웨이보 이용자도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해도 문제가 되나. 마르크스주의도 서방에서 기원했는데, 현재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도 중화민족의 감정을 해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반일 감정이 커지면서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이들이 제재를 받기도 했다. 지난 2월 윈난성 다리시에서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관광지 입장을 제지받았고, 8월에는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경찰에 신고당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