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닌의 물리학과 세계사의 재구성, 그리고 아프리카[책과 책 사이]
지난주에 소개한 입자물리학자 찬다 프레스코드와인스타인의 <나의 사랑스럽고 불평등한 코스모스>(휴머니스트)는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멜라닌에 대한 이야기가 신선했다. 멜라닌은 피부를 검게 만들기에 한국인들도 멜라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선크림, 미백 화장품 등이 인기 있는 이유다. 하지만 저자가 멜라닌의 물리학적 특성에 관해 설명하자 멜라닌이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였다. 멜라닌은 빛을 반사한다. 어둡게 보이는 피부는 그만큼 많은 빛을 반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피부색은 멜라닌이 반사한 색이다. 흑인들 중 피부색이 짙다 못해 푸른빛을 띠는 경우도 있는데, 멜라닌 색소가 푸른빛을 반사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해하자 눈에 보이는 피부색이 무척 다채롭게 느껴졌다. 멜라닌을 인종주의에서 놓아주자, 새로운 시야가 열린 것이다.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309011603001
<본 인 블랙니스>(책과함께)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흑인 노예의 후손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하워드 워링 프렌치는 유럽의 신대륙 발견에서 시작된 근대사에서 쏙 빠진 아프리카의 자리를 새롭게 발굴한다. 그는 근대 세계 형성사가 아프리카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포르투갈을 위시한 유럽의 신대륙 탐험은 아프리카 대륙의 황금을 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황금무역은 노예무역으로 대체되고, 이어 설탕무역으로 옮겨 갔다. 아프리카인 노예를 동원한 대규모 플랜테이션이 근대 세계의 부를 창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미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도약하게 된 배경에도 아프리카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아이티혁명으로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고 노예제가 폐지되면서 프랑스가 헐값에 북아메리카의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넘겼고, 미시시피 삼각주의 면화 플랜테이션으로 세계적 강국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서구 제국주의 중심 역사에서 가려지고 축소됐던 아프리카의 자리를 재조정하면서 세계사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새로운 퍼즐 조각이 나왔으니 전체 그림은 다시 맞춰져야 한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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