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팬들이 '손흥민에게 기립박수'...암울한 클린스만호, 유일한 볼거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한국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 웨일스 원정경기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에서 웨일스 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치렀다. 클린스만 체제에서 첫 승을 노린 경기였다. 그러나 날카로운 슈팅 하나 없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과 조규성을 최전방에 세웠다. 손흥민은 90분 풀타임 동안 유효 슈팅 1개와 골대 밖으로 향하는 슈팅 1개를 기록했다. 웨일스 수비진 집중 견제에 막혀 좀처럼 슈팅 기회가 나오지 않았다.
손흥민 외 조규성, 이재성, 홍현석 등도 슈팅을 때리지 못했다. 후반에 들어온 황희찬과 황의조도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황인범의 중거리 슈팅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슈팅을 겨우 4개 기록했다. 그중 유효슈팅은 1개뿐이었다.
몇 안 되는 흥미로운 장면이 전반 44분경에 나왔다. 손흥민이 웨일스 측면을 돌파하다가 찬 공이 웨일스 수비수 맞고 나가 코너킥으로 연결됐다. 손흥민은 코너 플래그 쪽으로 공을 차고 나서 웨일스 골문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과 웨일스 홈팬들이 서로 마주 봤다. 몇몇 웨일스 팬들이 먼저 손흥민에게 박수를 쳤다. 그러자 손흥민도 박수로 화답했다. 이를 본 웨일스 팬들은 밝게 웃으며 일어나 단체로 박수를 쳤다.
아무리 친선 경기여도 원정팀 주장을 향해 홈팬들이 단체로 기립박수를 치는 건 흔하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이 경기 중계를 맡은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도 “웨일스 팬들이 손흥민에게 박수를 쳐준다”며 주의 깊게 지켜봤다.
로버트 페이지 웨일스 감독은 경기 후 ‘데일리 메일’을 통해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인 손흥민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손흥민을 언급했다. 웨일스는 경계 1순위 손흥민을 꽁꽁 막았다는 점에서 만족했다.
손흥민은 웨일스와 인연이 깊은 선수다. 이날 웨일스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벤 데이비스는 손흥민과 8년째 토트넘에서 함께 뛰는 동료 사이다. 지난 주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번리 경기를 마치고 각자 대표팀으로 합류할 때도 런던에서 카디프까지 기차를 같이 타고 왔다. 이날 경기 직전과 직후에도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웨일스 수비수 조 로든(리즈 유나이티드)도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다. 손흥민과 데이비스, 로든은 과거 가레스 베일이 토트넘에 있을 때 사조직 ‘WM(웨일스 마피아)’을 결성한 바 있다. 이들은 골을 넣고 손가락으로 WM을 그리며 우정을 과시했다. 로든은 이날 90분 풀타임 동안 손흥민을 집중 마크했다.
웨일스 공격수 브레넌 존슨도 토트넘과 연이 있다. 존슨은 최근 노팅엄 포레스트를 떠나 토트넘으로 이적한 신예 공격수다. 겨우 2001년생이며 토트넘으로 이적한 지 1주도 안 된 신입이다. 손흥민과 데이비스, 로든, 존슨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 앞 복도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유럽 원정 친선 경기는 한 차례 더 남아있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13일에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과 친선전을 치른다. 한국 대표팀 부임 이후 5경기에서 3무 2패로 부진한 클린스만 감독이 사우디전에서도 이기지 못하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한국 주장 손흥민은 ‘연합뉴스’를 만나 “사우디가 좋은 상대라는 건 확실하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는) 엄청난 이변을 일으킨 팀이다. 팬들에게 승리로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대표팀에 대한 의심을 떨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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