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설계의 北 신형잠수함…전문가들 ‘절레절레’[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전문가들 “기이한 설계로 항해 시 기동성과 안정성 정숙성 모두 떨어져”
“별도로 핵추진잠수함 설계 추진…기술적 한계로 러시아와 협상 시도” 전망
10개 수직발사관에 북극성-3·4·5ㅅ, 미니 SLBM, 핵어뢰 ‘해일’도 탑재할 듯
북한이 지난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을 가졌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한 것과 관련 군 당국이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평가절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잠수함 전문가들의 평가도 군 당국의 분석과 다르지 않다.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상황이다.
8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보도한 ‘김군옥 영웅함’(제841호)은 북한의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함상에서 전술핵탄두 탑재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 가능하게 개조한 함정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북한 잠수함의 외형을 분석한 결과,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해 함교 등 일부 외형과 크기를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며“기만하거나 과장하기 위한 징후도 있어 살펴보고 있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 기이한 설계방식…“기동성·안정성 극히 불안정”
수직발사관이 있는 미사일데크는 비정상적으로 높게 설치돼 있는데 선체 직경이 작은 로미오급에 미사일 발사관을 여러개 붙이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이는 잠수함의 전반적 내구도와 수중 정숙 주행 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잠수함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형 잠수함은 선체 직경이 매우 작은 로미오급을 무리하게 탄도미사일발사함으로 개조함에 따라 함교 후방에 미사일 데크를 장착하는 기이한 설계방식을 채용했다”며 “2019년 7월에 공개했던 잠수함의 설계를 변경한 것으로, 2019년 모델과는 달리 비정상적으로 훨씬 더 높은 미사일 데크를 장착하고 있는데, 이는 북극성-3형 이상급의 SLBM을 탑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이렇게 기이한 설계로 인해 신형잠수함은 수중에서의 정숙성이 매우 취약할 것으로 보이며 미사일탑재부가 발사압력을 견딜만큼 충분한 강성을 가졌는지 여부도 미지수”라고 고개를 저었다.
잠수함 함장을 지낸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잠수함을 새로 설계한 것이 아니라 로미오급 잠수함을 길게 늘이다 보니 폭은 그대로인데 길이(전장)가 길어졌다”며 “현대 잠수함은 길이 대 폭(진경)의 비율(장폭비)이 9대 1 정도 돼야 수중 기동성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는데 김군옥 영웅함은 장폭비가 적정 비율을 넘어서 물속에서 기동성과 안정성이 굉장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 연구위원도 “단순히 발사관을 함교 옆에 가져다 놓은 저 구조로 발사압력을 견딜 내구도와 잠수함의 생명인 수중정숙주행이 가능할까가 의심된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일시에 복수의 ‘전술핵’ 발사가 가능한 수중 플랫폼을 획득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라고 했다.
◇김군옥 영웅함은 대외 과시용…핵추진잠수함에 승부 거나
문근식 교수는 “북한이 일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는 성공했지만 SLBM 1발 탑재가능한 신포급잠수함은 운용성이 떨어지는데다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기술력이 부족해 너무 오래 걸릴 것으로 판단, 편법으로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량한 기괴한 형태의 중형잠수함을 만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김 위원장은 2021년 핵잠 건조를 선언했지만 기술력 한계가 노출되자 핵잠 건조에 참여한 기술자들을 왕창 징계했으며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통해 핵잠기술을 전수받으려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김군옥 영웅함은 진수식 후 6개월∼1년 간의 시운전 기간을 거쳐 안정성이 확보된 뒤에야 수중 무장발사 시험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운전 기간 물 속에 제대로 들어가 운항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며, 잠수함에서 직접 발사한 적이 없어 전력화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김군옥 영웅함의 과시는 북한이 기술적 재정적으로 원자력 잠수함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북한이 북러 협력을 통해 획득하려는 기술중 원잠(핵잠)이 포함됐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이 잠수함을 전술핵잠수함으로 명명한 것은 재래식 추진방식의 잠수함이 가진 한계로 인해 수중에 대기하다가 보복하는 2격(second strike)보다는 선제타격에 중점을 둔 운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반대로 전략핵잠수함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으며, 전략핵잠수함에서는 핵추진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일 잠수함 연구소장도 북한의 잠수함 개발 목표에 대해 “향후에는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소장은 김군옥 영웅함의 의의에 대해 “과거에는 크기가 작고 속도가 빠른 소형잠수함을 많이 만드는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무장장비, 작전양상이 바뀌었으므로 기존 중형잠수함(로미오급 잠수함)을 모두 다 이와 같이 전술핵잠수함으로 개조할 것”이라고 했다.
◇디젤잠수함에 핵탑재 SLBM 운용은 이스라엘 이어 2번째
문 교수는 “선수쪽에도 북한이 개발한 핵어뢰 해일 등을 발사할 수평 어뢰 발사관 4~6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핵추진잠수함이 아닌 디젤잠수함에 핵무기 탑재를 시도 한 건 이스라엘의 돌핀급에 이어 북한이 두번째“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김군옥 영웅함은 ‘리어카에 무거운 짐을 잔뜩 실은 형국“이라며 ”핵추진잠수함과 달리 김군옥 영웅함은 소음이 심하고, 한두주 만에 부상해야 해 한미 정찰자산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2019년 7월 김 위원장이 로미오급 잠수함을 보며 신형 잠수함 건조를 지시한 뒤 4년 만에 개량형 로미오급 중잠수함을 완성한 셈“이라며 ”쉽지 않겠지만 전력화에 성공하면 동해상에서 우리의 주요 시설뿐 아니라 미국 괌기지와 일본 주일미군기지 등을 미니 SLBM , 북극성-3·4·5 ㅅ형,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2형 등으로 수중에서 직접 발사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군옥 영웅함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미사일데크를 탑재했으며 해당함정은 동해함대의 수중함 전대에 배속될 예정“이라며 ”북한은 이 잠수함을 전술핵 잠수함의 표준형이라고 지칭했는데,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이 잠수함이 ‘기존중형잠수함들을 공격형으로 개조하려는 전술핵잠수함의 표준형’이라고 지칭한 것은 기존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이러한 형태로 개조하여 실전배치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전술핵잠수함’이라고 표현한 것은, 여기서 발사하는 SLBM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북극성-3형 이상급의 SLBM을 탑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사일갑판 상부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모두 10발의 SLBM을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며, 미사일 발사관 덮개의 크기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아 2개 종의 SLBM을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함교 쪽 가깝게 전방에 배치된 대형의 발사관 4개는 북극성-3·4·5ㅅ형을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미사일데크 후방쪽의 발사관 6개는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로 북극성-3형 이상급보다 작은 SLBM을 장착하는 것으로 보이며 화성-11ㅅ(KN-23 개량형인 미니 SLBM형)이 장착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술핵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요청한 김 위원장의 핵전력건설 정책기조에 따른 것”이라며 “북한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로미오급 잠수함의 상당수를 동급으로 개조하려고 할 것”이라며 “ 안정된 2019년의 설계를 대신해 현재의 형태를 채택한 이유는 김정은의 전술핵 전력증강지시에 따라 실리보다는 과시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은이 최근 해군 관련된 행보를 반복하는 것은,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해상합동훈련을 제안한데 대하여 북한은 이에 참가할 현대적 해군전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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