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개혁’ 주춤하는데···여전히 존재감 약한 양대노총

김지환 기자 2023. 9. 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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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정부의 ‘노동개혁’ 일정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 ‘주 최대 69시간 노동’ 논란 등으로 정부의 노동 이슈 여론몰이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인데 양대노총 역시 이 국면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발표하기로 했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종합대책은 5개월째 수면 위로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에 꾸려진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는 상반기 안에 권고안을 각각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든 지금도 권고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 3월 입법예고 뒤 ‘69시간’ 논란을 빚은 근로시간 개편 방안은 현재 설문조사와 그룹별 심층면접이 마무리됐다. 애초 노동부는 지난달 보완방안을 마련한 뒤 이달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아직 보완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근로시간·실업급여 개편을 추진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노동부는 초단시간 노동자 실업급여 삭감, 노조의 회계공시와 조합비 세액공제 연계 등 법 개정 없이 손댈 수 있는 현안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주춤하고 있는데도 이슈를 선점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을 온전히 적용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사각지대 노동자 이슈를 공론장에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부터 ‘법적 정년을 65세까지 늘려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연계하자’는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지만 이 현안이 우선순위인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청소, 경비, 대리운전, 간병 등의 분야에선 이미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가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 정년 연장 요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를 위한 것 아니냐’는 반론에 부딪혔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정년 연장 요구가 노동계 내에서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도 유사한 이유다.

한국노총은 지난 5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오는 12월 노조법 2·3조 개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 정년연장 법제화 등 주요 노동입법 관철을 위한 국회 앞 농성투쟁을 하기로 했다. 노동계에선 한국노총이 주요 노동입법 중 노조 울타리 밖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은 하반기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파업, 노조법 2·3조 개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마찬가지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의 이슈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노총이 정부·사용자를 상대로 요구하는 데만 익숙하고 내부 혁신은 더디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 위주의 투쟁 방식, 산별교섭이 정착되지 않은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업 울타리를 넘어서려는 교섭 시도 부재 등이 문제로 꼽힌다. 최근 진통을 겪고 있는 내년 총선방침 논의 역시 민주노총 내부 정파 간 힘겨루기일 뿐 현장 노동자들과는 괴리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노동계 인사는 “양대 노총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규탄하는 것을 넘어 주도적으로 이슈를 생산하고,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위한 움직임을 더 뚜렷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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