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도, 골도 없었다···답답한 클린스만호
5경기 연속 무승, 역대 최악 출발
자문·방송활동 등 부업에 더 집중
4개월 앞둔 아시안컵 불안감 증폭
"선수능력 조합 등 전력 더 쏟아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6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 시간은 단 67일밖에 되지 않는다. 자문위원과 방송 패널, 앰배서더, 자선 사업 등 부업으로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그가 이끄는 한국 축구는 A매치 때마다 ‘무계획 축구’를 반복한 끝에 5경기(3무 2패)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8일(한국 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9월 A매치 첫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겼다.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한국은 그가 지휘봉을 잡은 뒤 3월 A매치에서 콜롬비아(2대2), 우루과이(1대2)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6월 A매치에서는 페루(0대1)에 지고 엘살바도르(1대1)와 비겨 4경기 무승의 늪에 빠져 있었다.
‘재택근무’와 ‘부업’ 논란으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던 상황이었다. 부임할 당시 “한국에 상주하겠다”고 약속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 머문 시간보다 해외에 체류한 시간이 더 많은 것은 물론 현지에서 방송에 출연해 토트넘(잉글랜드)의 경기를 분석하거나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부업을 통해 모습을 더 드러내고 있다.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자문위원과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 방송 패널 등을 겸직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해당 논란에 “‘원격 근무’ 방식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웨일스전 무승부로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1991년 5월 고재욱 감독을 시작으로 전임감독제를 실시한 한국 축구 역사에서 부임 5경기 무승은 외국인 감독과 국내 감독을 통틀어 클린스만 감독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내용이었다. 앞선 4경기에서도 상대 진영을 효과적으로 공략해내지 못했는데 이번 웨일스전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게다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우리나라(28위)보다 낮은 웨일스(35위)를 상대로 슈팅 수에서 4대10으로 밀리고 유효 슈팅에서도 1대4에 그쳤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5경기를 했는데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계속 이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빌드업 축구’를 추구했던 것처럼 전방 압박을 중시한다든지, 아니면 측면을 활용한다든지 이런 게 없고 어떤 축구를 하겠다는 건지 분명치 않은 축구가 이어졌다”며 “‘이런 축구를 하는 거구나’라는 전술적인 콘셉트가 보이지 않는 게 답답함의 이유”라고 평가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재택근무와 부업 논란 속에 한국 축구가 더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한국은 벤투 감독 시절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지만 올해 2월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뒤로는 3무 2패로 아직 승리가 없다”고 혹평했다. 박 위원도 “재택과 부업이 경기력에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의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공백이 길었기 때문에 현장감을 빨리 찾아야 하고 최근 전술적인 트렌드를 빨리 습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더군다나 감독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은 걸 현장에서 체크해야 하는 시대가 됐는데 지금까지 행보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역대 최강의 멤버를 앞세운 한국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하지만 승리가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회를 4개월여 앞두고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 반면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일본은 3월과 6월에 펼친 네 차례 평가전에서 2승1무1패로 순항 중이다. 4개 팀 모두 한국과 같은 상대들이었다.
박 위원은 아시안컵에 대해 “선수들의 능력을 조합하고 전술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건 클린스만 감독의 몫”이라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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