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장애인 문화예술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청와대에서 장애인 문화예술축제가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축제의 주제는 ‘그곳에서 비로소 예술’로 다름의 가치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을 담고자 했다고 한다. 지난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일과 3일에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도 이어졌다.
아직 남은 여름 열기가 뜨거운 토요일 오후에 청와대를 찾았다. 청와대 곳곳의 푸르른 나무가 더위를 식혀주긴 했지만 연신 땀이 흘렀다. 헬기장에는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볼 수 있는 부스들이 설치되고,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장애예술인의 작품도 전시 중이었다. 넓은 잔디밭 안쪽에서는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시간이 되자 공연이 시작되었다. 발달장애인 최준 씨가 피아노를 치며 ‘범내려온다’를 흥겹게 불러주었다.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판소리 흥보가를 완창한 국악인이었다. 작곡도 하고 연주활동도 하는 그가 피아노를 치며 판소리를 하는 자신의 연주를 ‘피아노 병창’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실용미술 가능성과 새로운 시도를 위한 공연-예술을 입다’라는 제목의 공연이 이어졌다. 시각장애인 무용수의 플라멩코 공연에 이어 자수 점자를 한복에 적용한 패션쇼도 펼쳐졌다. 축제를 찾은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관객석에는 의자가 놓인 한쪽에 휠체어가 자리할 수 있도록 해 모두가 함께 무대를 즐겼다.
공연을 보면서 문득 무대 아래 적힌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다. ‘우리가 함께 할 때 장애예술이 비로소 빛나는 예술이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장애들을 가지고 있다. 그 장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한다. 장애예술인들의 정신적 경험이 예술로 승화된 무대를 보며 더 바라보고 더 마주하고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특별전시가 열리는 춘추관으로 들어섰다. 입구를 경사로로 만든 전시장은 내부에도 곳곳에 경사로를 내 휠체어와 유모차가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적절한 조명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 많은 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본 것이 처음이었다. 미술에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작품들이 무척 좋았다. 작품마다 QR코드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데 “잠시 후에 김태민 작가와의 만남이 있겠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휠체어를 탄 여성이 작품 앞에 자리했다. 한 청년이 또 작품 앞으로 나섰다. 김태민 작가였다. 자폐인 작가가 자신의 작품 ‘산들의 비밀’ 앞에 서서 큰 목소리로 몇 마디 소개를 했다. “저는 산이 있어서 산을 보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상세한 설명보다도 와 닿는 몇 마디였다. 작가의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아 있는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힘차고 깊은 산들의 비밀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도 들었다.
김 작가를 소개해준 여성은 알고 보니 이 행사를 진행한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 총연합회’ 배은주 대표였다. 배 대표는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첫 전시가 장애예술인들에게 무척이나 큰 기회이자 자극이었다고 전해주었다. 7만2000명이 관람한 지난해 전시에서 출품작 대부분이 판매되었다고도 덧붙였다.
전시장에는 장애인들도 많이 보였다. 전시장을 찾은 시민 모두가 그저 작품을 감상했다. 장애 유무는 그 순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비장애인은 알 수 없는 어떤 세계들을 표현한 작품들을 통해 뜻밖에 더 넓은 세계를 접하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장애인이 보는 세계와 비장애인이 보는 세계는 다를 것이다. 아니, 사람들이 보는 세계는 저마다 다르다. 많은 시민들이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다. 그건 작품들이 허락하는 어떤 공감 때문이 아닐까. 서양화와 한국화, 조각과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돌아보았다. 흥미롭게 시선을 끄는 작품도 여럿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49인의 작품을 ‘마주하다’, ‘스며들다’, ‘날아올라’, ‘비로소 빛나다’라는 주제로 만날 수 있다. 특히 올해 전시에서는 공모에 선정되지 못한 19인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해 전시장을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게 꾸며주었다. 더 많은 장애예술인들의 작품을 대형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스크린 앞에서 인증샷도 찍을 수 있어서 더욱 인기 있는 공간이었다.
춘추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시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는 9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는 정기적으로 도슨트 관람을 할 수 있으니 방문 계획이 있다면 해설과 함께 관람하는 것도 좋겠다.
장애예술인들이 보여주는 또 다른 세계는 새롭고도 낯익었다. 서로 다른 시선이지만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예술의 힘이다. 여름의 끝자락, 청와대에서 만나는 특별한 전시를 찾아 장애예술인들의 작품을 통해 더 넓고 멋진 세계를 만나보면 어떨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선미 rosie8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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