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고엽제 민간인 피해자 눈물 닦아 준 파주시···지원 조례 제정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로 공식 인정·지원 대상 포함 전국 첫 사례
내년 1월부터 질환 증상별로 지원 예정
김경일 시장 "정부 차원 다른 지역 피해자 위한 대책 마련되길"
비무장지대(DMZ) 고엽제 살포 지역인 경기 파주시 대성동마을의 민간인 피해자들을 도울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경기 파주시는 고엽제 후유증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수당 신설 등을 담은 ‘파주시 고엽제후유증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례’가 시의회 제2차 본회의를 통과해 공식 제정됐다고 8일 밝혔다. 민간인을 고엽제 피해자로 공식 인정하고, 지원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전국 첫 사례다.
이번 조례가 제정되면서 폐암, 방광암 등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아온 DMZ 내 고엽제 살포지역인 대성동마을 주민들은 57년 만에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받게 되어 오랜 한을 풀게 됐다.
시는 대성동마을 민간인 피해실태조사를 통해 고엽제 살포 당시에 거주한 주민 60명 중 85%인 51명이 당뇨병, 폐암 등 고엽제 후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주시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10월부터 피해 지원 신청접수를 시작해 12월 피해자 지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각 피해자에 대한 지원 수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내년 1월부터 질환 증상별로 매월 10만 원에서 30만 원씩 지원받게 된다.
앞서 시는 지난 5월 대성동 마을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 지원을 결정하고, 6월 말 마을주민들과 함께 정치, 언론, 법조계 등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조례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두 달여 동안 실태조사를 진행, 그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포함한 조례안을 제정하게 되었다.
시는 전국적으로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진 전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조례가 제정되기까지는 적잖은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실태조사를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해 구체적인 조사 항목을 설정하는 일부터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피해자들이 앓고 있는 후유 질환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일은 의학 전문가들의 자문과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시는 국가보훈부가 1차에서 6차에 걸쳐 시행해온 방대한 고엽제 피해 역학조사·연구자료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피해자 조사를 진행했다. 그밖에 피해의 경중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합리적인 지원 체계를 수립하는 과정도 엄밀한 법적 판단을 요하는 일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 이번 조례를 마련했다.
한편 대성동마을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조성된 마을이다. 미군 보훈부는 1967~1972년 남방한계선 일대 DMZ 지역에 경계 강화를 목적으로 고엽제를 살포했다. 주민들 대부분이 영문도 모른 채 폐암 등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아왔지만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고, 정부도 책임을 외면해왔다. 뒤늦게 우리 정부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1993년 피해 보상을 위한 관련 법령을 제정했다. 하지만 지원 대상을 1967년 10월 9일~1972년 1월 31일 남방한계선 입접 지역에서 복무한 군인과 군무원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민간인들은 제대로 된 피해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례 제정은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을뿐 아니라 파주시 외의 지역에서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피해자들이 고령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그간의 한을 풀어드리게 돼 기쁘고,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해 다른 지역에 있는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라며 “대성동 마을 주민들이 정당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례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들이 마땅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파주=이경환 기자 lk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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