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대역전극' 사발렌카, 매치타이브레이크 끝에 US오픈 결승행
'세계랭킹 1위 예정자'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2위)가 대역전쇼를 펼치며 2023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에 올랐다. 생애 첫 US오픈 결승 진출이다. 시즌 첫 그랜드슬램 호주오픈에 이어 마지막 그랜드슬램에서도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사발렌카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킹 국립테니스센터 아서 애쉬 스타다음에서 열린 여자단식 4강전에서 매디슨 키스(미국, 17위)를 0-6 7-6(1) 7-6[10-5]로 제압했다. 경기 시간은 2시간 35분이 소요됐다. 1세트는 30분 만에 끝났지만, 2, 3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 끝에 승자가 가려졌다.
1세트는 키스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그랜드슬램 준결승에서 좀처럼 흔치 않은 6-0 베이글 스코어가 나왔다.
사발렌카는 단 한 번도 서브 게임을 지켜내지 못했다. 정확도가 엉망이었다. 퍼스트 서브 정확도는 52%로 나쁘지 않았으나 이후 그라운드 스트로크에서 실수가 너무 많았다. 코트 안으로 떨어지는 스트로크 코스는 밋밋해 바로 역습을 허용했으며(키스 위너 12개), 코트 밖으로 떨어지는 언포스드에러는 11개나 됐다.
사발렌카가 정신 못 차리는 사이 키스는 사발렌카를 매섭게 몰아 부쳤다. 1세트 세 번째 게임 0-40으로 뒤지고 있던 게임에서 연속 5득점 하며 역전 브레이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또한 서브의 구질도 다양했는데 66마일(약 106km/h)의 느린 서브로 에이스를 잡아내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사발렌카가 0-6 베이글스코어로 세트를 내준 것은 2022년 8월 무바달라오픈 8강 3세트(상대 다리아 카사트키나)에 이어 약 1년 1개월 만이었다. 그만큼 사발렌카에게 익숙치 않은 패배였다.
사발렌카는 2세트 첫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잡아냈다. 이 게임에서만 서브 에이스를 2개 터뜨리며 집중력을 찾은 듯 했다. 하지만 키스의 경기력이 2세트 중반까지는 절정이었다. 키스는 또다시 연속적으로 사발렌카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했다. 사발렌카의 서브가 공격적으로 들어왔음에도 더 강한 리턴으로 종종 리턴 에이스마저 터뜨렸다. 사발렌카에게 동점은 허용하되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발렌카는 2세트 9번째 게임부터 완전히 경기력이 살아났다. 게임 스코어 3-5, 0-15 상황부터 연속으로 12포인트 득점에 성공했다. 중간에는 키스의 서브 게임도 러브게임으로 브레이크했다. 분위기를 완벽하게 반전시켰다.
결국 2세트는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졌고 사발렌카가 7-1로 승리했다. 사발렌카의 영점이 완벽히 잡힌 반면 키스는 더블폴트 등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사발렌카는 1세트와 달리 2세트 퍼스트 서브 정확도가 74%까지 상승했다. 2세트에서만 5개의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키며 공격 주도권을 잡았다. 키스는 한순간에 집중력을 잃은 것이 결과론적으로 뼈아픈 역전패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키스는 2세트 종료 후 메디컬 타임아웃을 사용했다. 3세트 시작 전에는 키스의 왼다리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3세트도 치열하게 진행됐다. 양 선수는 한 번씩 브레이크를 주고 받았다. 결국 경기는 매치타이브레이크로 이어졌다. 그랜드슬램 최종 세트에서는 10점 내기 매치타이브레이크가 진행된다.
서브 영점이 완벽히 잡힌 사발렌카가 타이브레이크를 주도했다. 사발렌카는 키스의 서브권을 잡아내며 9-3까지 격차를 벌렸다. 마지막 약간의 실수가 나왔지만 사발렌카는 결국 10-5로 경기를 끝냈다. 기사회생한 사발렌카는 마지막 위닝샷 이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사발렌카는 생애 최초로 US오픈 결승에 올랐다. 지난 2년간 4강까지 올랐었으나 결승 문턱에서 도전이 좌절됐었다. 본인의 통산 두 번째 그랜드슬램 수집에 딱 한 걸음만을 남겨 놓았다.
무엇보다 지난 프랑스오픈, 윔블던 4강에서 탈락할 때에는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던 사발렌카인데, 이번 US오픈에서는 본인이 기적적인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1세트, 그리고 2세트 중반까지의 사발렌카와 그 이후의 사발렌카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반면 키스는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2, 3세트 모두 조금 더 앞서 나갈 수 있었으나 달라진 사발렌카를 막아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타이브레이크에서의 집중력이 아쉬웠다. 강서버 사발렌카에게 얻어 맞을 것은 맞더라도 본인의 서브권은 지켰어야 했으나 결정적인 범실이 2,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나왔다.
키스는 이번 대회 4강으로 세계랭킹은 11위까지 수복했다. 본인의 최고 랭킹은 7위였다.
사발렌카는 코코 가우프(미국, 6위)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가우프의 3승 2패 우위다. 올해에는 인디언웰스클래식에서 맞붙어 사발렌카가 승리를 거둔 적 있다.
사발렌카와 가우프의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은 9일 오후 4시(한국시간 10일 새벽 5시)에 열린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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