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전쟁 2라운드 돌입…더욱 거칠어지나

이종섭 기자 2023. 9. 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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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승자없는 반도체 전쟁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중국 첨단 반도체 산업 전반을 고립시키기 위해 수출 통제를 확대해 온 미국에 맞서 중국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보란듯이 자체 기술로 5G 스마트폰 출시에 성공한데 이어, ‘아이폰 사용 금지령’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온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는 미·중의 2라운드 싸움이 더욱 거칠어질 수 있음을 우려케 한다. 중국의 반격 이후 미국 반도체 지수와 애플의 주가는 연 이틀 급락세에 휘말렸지만,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미국은 더 높은 수위의 수출 통제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공무원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를 확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7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3% 가량 빠졌다. 이틀 동안 6% 넘게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250조원 이상 날아갔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나선 후에도 애플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거의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애플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에 비해 0.74%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중국 당국이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고 ‘화웨이폰’ 애국 소비를 장려할 경우 아이폰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날 미국의 반도체 관련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 가까이 빠졌다. 최근 화웨이가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7나노 반도체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후폭풍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 업계 매출의 20~30%는 여전히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으로 돌아갈 반도체 전쟁의 부메랑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WCCF테크는“중국의 7나노급 ‘기린 9000s’ 칩은 성능과 효율을 비교할 때 가장 뛰어난 칩셋은 아니다”라면서도, 중국의 7나노 반도체 자립에 따라 퀄컴과 같은 미국 반도체 업체는 향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퀄컴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다. 2023년에도 퀄컴으로부터 4000만~4200만개의 칩을 구매했다. WCCF테크는 “화웨이가 내년에 더 많은 중국 브랜드에 기린 9000s를 공급할 수 있을 지는 확실치 않지만, 퀄컴은 2024년에 중국에서 최대 6000만개의 칩 주문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중국이 자체 개발에 성공한 7나노 칩은 대만 TSMC가 이미 3나노 칩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여전히 몇 세대나 뒤처져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가 직면한 한계를 고려하면 큰 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무된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3000억위안(약 54조6000억원) 규모의 국가 지원 투자 펀드 추가 조성 계획을 밝히는 등 ‘반도체 굴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하이 화웨이 매장에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가 전시돼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중국의 ‘반도체 굴기’ 노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면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그들 스스로 만들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이에 맞서 더욱 강화된 대중국 규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제시카 로즌워슬 위원장은 중국 업체 퀙텔과 파이보컴 등 2곳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 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7일 보도했다. 퀙텔과 파이보컴은 사물인터넷 기기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무선통신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 같은 조치는 미 의회 의원들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중국의 ‘아이폰 사용 금지령’ 이후 정보통신 분야에서 미·중간 전략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임을 보여주는 단초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동하는 도중 에어포스원에서 개최한 기내 브리핑에서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은 이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그것에 맞게 (대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국 수출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뒤 “(검토) 시간에 대해서는 정확히 며칠이 걸리는지 말할 수는 없지만 몇 달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 상무부가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에 내장된 7나노 칩 공정 프로세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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