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구의 빨간벙커] '잘못된 선택은 없다'…골프에서 결정이 어려울 때
[골프한국] 골프는 인생과 가장 많이 닮은 경기라고 한다. 18개의 홀을 지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경우와 상황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골프를 '포커 게임'과 닮았다고 한다. 긴 시간을 보내고 얘깃거리가 풍부해서도 그렇지만 내기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의 스코어와 패를 가지고 겨룬다는 점에서도 유사함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두 게임이 가진 어려운 점은 생각을 다스리기 어렵다는 것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나 포커는 매 순간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경험하게 된다. 샷을 하고 난 후나, 블러핑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감춰야 하고 동요하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흔히 '포커 페이스'라고 말하는 무심한 표정은 냉정하게 자신을 제어할 줄 안다는 뜻이고, 골프에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감정의 동요를 견뎌내고 자신이 결정한 바를 이루어야 하기에 골프나 포커는 정신력이 중요한 멘탈 게임이다.
<이기는 습관>을 쓴 보도 섀퍼는 '위너의 결정'에서 이렇게 말한다.
*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하는 이유는 낮은 자존감으로 자신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잘못된 결정은 없다. 다른 결정일뿐이다.
* 결정을 했을 때의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이기를 기대 말라. 그 이유는 그런 기대가 결정을 미루게 되고, 새로운 결정을 두려워하게 된다.
* 자신의 가치를 분명히 아는 사람은 쉽게 결정을 내리고, 도전하고, 깨지고, 다시 일어설 줄 안다. 이것이 바로 성공하는 삶이다.
섀퍼의 말을 정리하면 '결정은 빠를수록 좋고, 결정한 것을 후회하지 말 것이며, 새로운 결정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결정이 중요한 골프 경기에서 '메이저 사상 최악의 역전패'로 기록되어 지면에 자주 등장하는 선수가 있다.
장 방 드 벨드(Jean Van de Velde)라는 프랑스 선수는 1999년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서 마지막 홀을 남겨두고 3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3타 차 마지막 홀이라 여유가 있을 법하지만, 그의 티샷은 치기 힘든 러프에 떨어졌고 그곳에서 친 공이 다시 더 깊은 러프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비극이 시작되었고, 그는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야 했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갔고, 우승은 스코틀랜드 선수 폴 로리(Paul Lawrie)에게 돌아갔다. 3 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장 방 드 벨드는 10타 차이로 폴 로리를 앞서 있었지만 역전을 허용하면서 클라렛 저그에 이름을 새기지 못했다.
이 패배 때문에 장 방 드 벨드는 '저주'나 '패배자'란 단어와 함께 지면에 등장하고, 메이저 대회의 역전패하면 늘 장 방 드 벨드가 소개되었다. 하지만 정작 장 방 드 벨드 본인은 대회가 끝나고 난 뒤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음해, 그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18번홀에 하나의 클럽으로 도전했다. 퍼터만 사용해서 홀을 마쳤고 결과는 트리플 보기였다.
'우리는 골프와 포커에서 인생을 논할 수 있다'는 보도 섀퍼의 말처럼, 결정이 빠르되 실수를 하더라도 금방 잊고 새로운 결정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장 방 드 벨드의 일화가 시사하는 것은 메이저 대회의 우승보다 중요한 것이 본인의 삶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결정이 회한을 남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끝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생각을 하고 홀에 도착한다. 결정의 순간 확신이 들지 않아 멈칫거릴 때는 생각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은 없다고 지금 이 결정이 맞다고.
*칼럼니스트 장보구: 필명 장보구 님은 강아지, 고양이, 커피, 그리고 골프를 좋아해서 글을 쓴다. 그의 골프 칼럼에는 아마추어 골퍼의 열정과 애환, 정서, 에피소드, 풍경 등이 담겨있으며 따뜻하고 유머가 느껴진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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