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 갈 수도” 국제유가 상승, 하반기 우리 경제 최대 변수로
하반기 인플레 둔화·경상수지 흑자 달성에 악영향 끼칠수도
치솟는 국제유가가 남은 하반기 우리 경제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를 비롯해 전반적인 물가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수입가격을 끌어올려 경상수지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로 이어지고,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불러와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정학적 움직임에 따라 어디로 변화할 지 모르는 국제유가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7월 리터당 1500원 하던 휘발유, 지금은 1750원대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6.87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67달러(-0.8%) 하락했다. WTI 선물은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뒤 10거래일만에 하락 전환했다. 7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브렌트유 선물도 이날 0.68달러(-0.8%) 하락한 배럴당 89.92달러로 마감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브렌트유 선물과 두바이유 현물이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으나 하루만에 상승세는 꺾였다.
산유국의 감산 등의 여파로 지난 3개월간 20% 오른 국제유가는 이미 상당 폭 둔화된 인플레이션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6~7월 리터당 1500원대에서 이날 1753.4원까지 올랐다.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35원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4%로 지난 6~7월의 2%대에서 다시 3%대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배럴당 평균 84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 하반기 82달러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도 인플레이션 둔화 기조는 완만히 이어져 연말 물가상승률이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꺾이지 않을 수 있다. 이정익 한국은행 물가고용부장은 “국제 유가가 연말까지 90달러대를 유지한다면 물가상승률은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에 기름 붓고 경상수지 축소로 이어질 수도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지난해의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경상수지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경상수지는 60억 1000만달러 흑자로 전년 동기 대비 77.3% 급감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7월부터 9월 5일까지 국제유가 평균가는 배럴당 84달러 정도로, 지금까지 상품수지에 국제유가가 미친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면서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상품수지가 줄어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국제유가는 ‘강달러’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의 재료로도 작용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위원회(연준)의 긴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으며 최근 미 달러인덱스(DXY)는 105를 넘어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8월 이후 7일까지 4.7% 상승했다.
향후 국제유가에는 미국의 원유 재고와 중국의 경기 회복 여부, 주요국의 긴축 기조 등 복잡한 역학이 작용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 강세장이 펼쳐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연말에 배럴당 107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내 원유 재고가 4주째 줄어들고 있고, 중국이 생애 첫 주택 구매를 하는 차주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 부양책을 펴는 것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재료다.
다만 유가를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유가 부양을 위해 추가로 꺼내들 카드가 없고, 이란 등 다른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이 늘면서 부족한 생산량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사우디의 감산에 대응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외하면 미국 및 이란 등 일부 OPEC 국가들의 원유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다”면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으로 하루 50만~100만 바럴의 공급이 부족할 전망인데, 이는 과거 글로벌 원유 수급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큰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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