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장은 수중 수색 엄두도 못냈는데…사단장이 "강물 들어가라" 지시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를 위해 경북경찰청이 해병대 1사단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국방부로부터 과실치사 혐의를 받은 포병 7대대장 측은 1사단장이 명령 발령권자이며 대대장은 강물에 진입해 실종자를 수색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고 주장했다.
8일 7대대장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전날 이뤄진 경북경찰청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의견서에서 "경북경찰청 압수·수색 영장 내용에는 이 사건 '수중 수색 작전' 지침 '하달(下達)' 경위만 밝히고 있고, 정작 더 중요한 '수중 수색 작전' 지침 발령권자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없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 작전의 발령권자는 해병 1사단장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채 상병이 사망하기 전날인 지난 7월 18일 오후 7대대장의 선임인 포병 11대대장이 예천 공설운동장에 설치된 해병대 지휘통제본부 회의에 대표로 참석한 이후 회의 결과를 공지했는데, "내일(19일) 사단장님 0800 현장 작전지도 예정(보병 1개 부대, 포병 1개 부대)"라는 내용을 전파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공지에 대해 "해병 1사단장이 포병부대 작전지역으로 방문하므로 그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는 취지로 강조"한 것이라며 "특히 '탐색 및 수색 작전 다시 실시'라고 강조했고 '바둑판식으로 (강물에) 무릎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 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고 사단장 지시를 전파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지시에 대해 "포병 주요 간부가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방(19명)에서 공유된 내용으로, 명백히 '사단장 지시'라고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18일 오전 '탐색 및 수색 작전 실시'라는 1차 명령에 이어, 이날 오후 '탐색 및 수색 작전 다시 실시'라는 2차 명령이 있었고, 이를 (회의에 참석했던) 11대대장이 보낸 카카오톡 내용에는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라'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분명하다"며 "이 사건 '수중 수색 작전' 지침을 최초로 발령한 사람은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면 해병 1사단장임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중 수색과 관련, 7대대장은 현장 상황이 위험해서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7대대장은 7월 18일 오전 6시 11분 "수변일대 수색이 겁납니다. 물이 아직 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11대대장에게 전송했고, 이에 11대대장도 "이거 정찰을 어떻게 할지...도로 정찰해야 할지 완전 늪지대처럼 이라 하루 1km도 힘들겠다"며 위험성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후 11대대장은 지휘통제본부장인 7여단장과 통화해 강물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에 오전 6시 38분 "도로정찰 위주 실시 하되 필요(가능)구간 수변정찰 실시"라는 지시를 통보받았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강물의 위험성으로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고 지휘통제 본부도 강물에 들어가라 지시한 적이 없으며, 도로정찰을 위주로 하고 아무 장비가 없으니 수변 즉 강가 정도 정찰하라 정도의 명령이었던 것"이라며 "현장 지휘관인 포병7대대장과 포병 11대대장은 현장의 상황이 너무나 위험하여 부대원을 강물에 들어가서 실종자를 수색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포병 7대대장은 책임 작전지역을 정찰하며 강물의 상태가 매우 위험하여 계속 사진을 찍어 그 위험성을 알렸다"며 이러한 상황을 이날 오전 6시 47분에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채 상병이 사망한 7월 19일 "포병 7대대장은 18일 오후 9시 쯤 숙소 회의실에서 포병 11대대장의 '허리까지 입수', '지휘통제본부 승인 받음' 까지 전달 받은 이후 당시 13중대장, 16중대장, 본부중대장(故 채 상병 1차 지휘관), 군수과장과 A, B, C 조로 책임 지역을 나눴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7대대장은 당시 50m로프 2개가 있어서 '간부가 수변에서 강물쪽에 서고 각 간부는 자신의 몸에 로프를 연결하여 마치 해수욕장 안전지대 역할을 하고 그 안에서 병사들이 수색'할 수 있도록 지시"했으나 "B조 모래사장이 있는 지역에서는 로프가 없었고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작전 수행 간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군수과장은 여단에 로프를 구하려고 하였으나 준비가 되지 않은 사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가운데 1사단장이 안전조치를 지시한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중 '피의자의 주의의무'에 적시된 '업무상 주의의무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장에 따르면 당시 군수과장은 상급부대인 여단 군수과장에게 장화 착용의 위험성을 건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후 그는 7대대장에게도 보고했으나 7대대장이 "지금 상황 이해가 안되지? 그 건의는 시작하기 전에 하는 건의였어"라는 대답을 했다며, 결과적으로 건의가 묵살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7대대장은) 자신도 상급부대 지침이 강하게 강조되고 있어 '어쩔 수 없음'을 토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작하기 전에 하는 건의'라는 것은 1사단장이 결심을 내리기 전에 주변 참모나 지휘관이 건의했어야 하는 내용인데, 이미 7여단장 등이 모두 수용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아쉬워하는 답변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6일 경북경찰청은 국방부조사본부로부터 사건과 관련한 조사 내용과 결과를 포함한 기록을 넘겨 받은지 15일 만에 1사단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날 수색은 10시간 30분 정도 진행됐으며 1사단장 집무실과 공관, 7대대장과 11대대장 집무실 등에 대해 실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1사단장을 포함해 8명의 지휘관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적시해 지난 8월 2일 이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으나, 이후 국방부는 이 이첩자료를 회수하고 조사본부에서 다시 조사를 실시하여 8월 24일 조사 결과를 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1사단장과 여단장 등의 혐의는 제외한 채,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범죄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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