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웨이브앤바이브 “소상공인 HMR 성공 지름길 닦는 히어로밀”

차주경 2023. 9. 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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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차주경 기자] 우연히 찾은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단골 손님이 될 것이다. 음식점까지의 거리가 가깝다면 직접 방문할 것이고, 거리가 멀다면 배달이나 포장 주문을 주로 할 것이다. 최근에는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이라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겼다. HMR 덕분에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아주 간단한 조리 과정만 거쳐서 수 분만에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 HMR은 보존 기간도 길고, 맛도 음식점을 직접 방문해서 먹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웨이브앤바이브와 히어로밀을 소개하는 최석윤 대표(강연자) / 출처=웨이브앤바이브

그래서 최근 음식점들은 HMR을 만들고 알리는데 열심이다. HMR로만 많은 매출을 만드는 곳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음식점은 극소수다. HMR을 만들려면 음식 조리용 생산 시설을 대규모로 구축해야 한다. 제품 포장과 배송, 보관 시설을 마련하고 홍보 마케팅까지 적극 펼쳐야 하니 자원도 자금도 많이 든다. 소상공인이나 소규모 음식점이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외치는 스타트업이 있다. 실제로 음식점 수십 곳의 음식을 HMR로 만들며 실력도 입증했다. HMR 플랫폼 ‘히어로밀’을 선보인 ‘웨이브앤바이브’다.

웨이브앤바이브를 이끄는 최석윤 대표는 부산에서 유명한 향토 음식점 ‘형제돼지국밥’의 운영자다. 이 곳의 주요 상품은, 최석윤 대표의 외조모가 6.25 전쟁 당시 피난처인 부산에서 판매한 '부산식 돼지국밥'이다. 맑은 육수로 깔끔한 맛을 내는 부산식 돼지국밥의 조리법을 그대로 유지한 덕분에 형제돼지국밥은 15년째 성업 중이다.

히어로밀 HMR 뽀얀국밥 / 출처=웨이브앤바이브

형제돼지국밥을 즐겨 먹던 소비자들은 최석윤 대표에게 ‘언제 어디서든 부산식 돼지국밥을 먹고 싶다’며, 매장 수를 늘리거나 HMR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최석윤 대표는 본사 2층에 식품 생산 공장을 마련하고 HMR 관련 기술을 연구한다. 식품 생산 공장을 지을 때 필수인 HACCP(해썹, 식품안전인증)도 취득했다.

연구 개발 끝에 최석윤 대표는 부산식 돼지국밥 고유의 담백한 맛과 고기 향을 고스란히 옮긴 맑은 돼지국밥, 칼칼하게 매운 맛을 내는 매운 돼지국밥, 칼로리가 119Kcal에 불과한 119칼로리 국밥 등 다양한 제품을 HMR로 만든다. 마치 형제돼지국밥 가게에서 먹는 듯한 맛과 향을 가진 이들 HMR은 많은 인기를 모았다. 생산과 포장, 배송과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튼튼히 마련한 덕분에 주문 수량이 하루에만 수천 개씩 쌓이기도 했다.

파트너 기업과 HMR 제작 상담 중인 웨이브앤바이브 / 출처=웨이브앤바이브

HMR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은 최석윤 대표는, 문득 주변 요식업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일어난 매출 하락, 경기 침체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온갖 악재 때문에 요식업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갈수록 힘들어졌다. HMR 제작과 온라인 판매가 좋은 해결책이지만, 이것을 하려면 기술과 인력 등 자원을 많이 가져야 한다. 임직원 수가 채 다섯 명도 되지 않는 소상공인이나 소규모 음식점이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오랫동안 영업을 하며 지역의 음식 전통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온 음식점, 수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수많은 지역 주민에게 맛있는 한 끼 식사를 내놓던 음식점 등이 문을 닫는 것이다. 맛있는 즐거움을 주는 요리, 전통과 역사를 품은 요리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명맥이 끊겨 사람들이 이들 요리를 다시는 맛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히어로밀 HMR 119국밥 / 출처=웨이브앤바이브

이에 최석윤 대표는 HMR 사업의 성공 경력을 활용해서 HMR 제작과 판매를 대신하는 플랫폼 히어로밀을 만들기로 마음 먹는다. 자금이 많지 않은 소상공인이나 개인이 HMR을 원활하게 만들도록, MOQ(최소 구매 수량) 염려 없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도록 도울 플랫폼이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철학, 즉, ‘지역 곳곳에 숨겨진 맛있는 요리를 HMR로 만들도록 도와 가게에는 수익을, 개인에게는 기회를, 후세에는 음식을 전달한다’는 생각에 동감하는 인재들을 속속 모집한다.

웨이브앤바이브 히어로밀은 HMR 제작·유통 플랫폼이다. 음식을 다루는 소상공인이나 개인, 기업 모두가 이용 가능하다. HMR을 만들려는 파트너의 의뢰를 받으면 상품 기획과 검증, 제작과 포장, 배송과 판매, 홍보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히어로밀이 대행한다. 음식 상품이 없고 개념이나 조리법만 가진 상태라도 활용 가능하다.

파트너의 의뢰를 받아 만든 HMR을 전달하는 최석윤 대표(가장 왼쪽) / 출처=웨이브앤바이브

HMR 제작 의뢰를 받으면, 히어로밀은 먼저 컨설팅을 한다. 재료비가 너무 비싸 이익이 나지 않거나 상품화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회나 아이스크림처럼 HMR로 만들기 어려운 음식인 경우에는 이 단계에서 탈락한다.

컨설팅 결과 HMR 제작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히어로밀은 의뢰인에게 조리법을 전달 받아서 사업화 전반의 견적을 전달한다. 물론, 이 때 음식의 조리법이나 재료 등 비밀은 철저히 지킨다. 의뢰인과 견적을 논의한 후 합의에 다다르면 HMR 제작 절차를 밟는다.

웨이브앤바이브는 HMR을 자체 생산 공장에서 만든다 / 출처=웨이브앤바이브

이들은 우선 파일럿 HMR을 만들어 맛과 상품성을 검증한다. 검증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모두 활용해 세심히, 자세히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조리 방법을 개선하고 재료를 바꾸는 등 개선도 한다. 최석윤 대표는 이 검증 절차를 웨이브앤바이브의 주요 역량으로 소개한다. 단맛과 짠맛, 신맛을 수치화하고 고소한 맛과 감칠맛 등 음식의 맛을 돋우는 요소 전반을 다루는 것이 원리다.

이 과정에서 HMR의 맛을 표준·균일화하고 대량·정량 생산 가능하도록 조리 과정도 다듬는다. 덕분에 히어로밀을 활용하면 HMR을 업계 최소 수량만큼 조금 만드는 것도, 1만 개 이상 대량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어 히어로밀은 완성한 HMR의 포장과 보관, 배송까지 맡는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HMR의 판매 성과를 분석, 더 많이 팔리도록 맛과 포장을 개선해 의뢰자에게 역제안까지 한다.

HMR을 만들고 나면 시식회를 거쳐 맛과 상품성을 높인다 / 출처=웨이브앤바이브

웨이브앤바이브는 2023년 여름에 히어로밀 서비스를 시작했다. 불과 3개월만에 이들은 30여 곳에 달하는 음식점과 기업으로부터 HMR 제작 의뢰를 받았다. 신가네 김치찌개는 PB 상품 제작을, 호텔포레 프리미어 남포는 아침 식사로 판매하던 기장 전복죽의 HMR 제작을 각각 히어로밀에게 맡겼다. 음식 본연의 맛을 유지하려고 배달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부산 맛집 우시토라 라멘의 HMR 상품도 히어로밀의 작품이다. 음식뿐만 아니라 피클, 샐러드용 콩포트 등 식재료도 만들었다.

웨이브앤바이브는 이들 성과를 토대로 히어로밀의 역량을 강화할 연구실인 ‘푸드 인큐베이팅 랩’을 만들었다. 더 많은 의뢰인들의 요구를 만족하기 위한, 더 다양한 HMR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파트너 기업과 HMR 제작 상담 중인 웨이브앤바이브 / 출처=웨이브앤바이브

히어로밀을 시작한지 3개월 여만에 성과를 거둔 웨이브앤바이브는 기업 체질을 강화할 여러 준비를 마쳤다. 먼저 지금까지의 성과를 분석, 맛과 상품성 평가 과정을 고도화해 공신력을 갖춘다. HMR의 품질은 유지하면서 제작 과정을 간소화할 자동화, 조직화 기술의 도입에도 힘쓴다. 파트너 기업의 양과 질을 함께 늘려 HMR 제조, 나아가 판매와 홍보 능력도 키운다. 토대를 든든하게 다지면 더 많은 음식점과 기업이 히어로밀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웨이브앤바이브 히어로밀을 주목한다. 최석윤 대표의 요식업 경력에 사업화 경력을 더할 다양한 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식품산업군 DB 수집과 같은 농림축산식품부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주선하고, 각종 박람회와 AFRO(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박람회) 등 온오프라인 스타트업 행사에 초청해 기업 홍보 기회를 줬다.

히어로밀 HMR 맑은국밥 구매 패키지 / 출처=웨이브앤바이브

지원을 딛고, 웨이브앤바이브는 시드 투자 라운드를 마치려 한다. 최석윤 대표는 이미 다품종 소량 생산 공정을 마련하고 HMR 전반의 가치를 높이는데 투자금을 쓸 계획도 세웠다. HMR 제작 의뢰 절차를 간소화하고 효율을 높일 매칭 앱도 다듬는다. 2024년에는 식품 제조 시설 규모를 넓혀 다양한 HMR 제작 수요를 만족할 예정이다. 판매 역량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인 후에는 식품 산업 전반에 긍정 영향을 미치는 기업으로 성장할 청사진도 그렸다.

최석윤 대표는 “누구든지 자신의 음식을 HMR로 만들어 후세에 남기도록 돕는 기업이 되겠다. 펫푸드, 건강식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HMR의 맛과 제조, 판매 데이터를 확보해 식품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주는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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