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초등생 머리에 삼각자 휘두른 교사, 교권문제 불붙나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 9. 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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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학생 부모 "학교·교육당국 은폐 시도"…교권 약화 문제 커진 中 "조사결과 지켜보자" 여론도
현지언론이 해당 사건이 벌어진 후난성 창시의 한 초등학교 모습을 보도하고 있다./사진=현지언론 캡쳐

중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수업 중 교사에게 맞아 두개골을 크게 다치고 개두수술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와 교육당국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있다"며 온라인을 통해 사건을 폭로, 현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

8일 중국 현지언론은 후난성(湖南省) 창사시(長沙市) 웨루구(岳麓區) 교육국 발표를 인용해 지난 7일 구내 한 초등학교 교사 송모(40)씨가 방과 후 수업 중 학생의 머리를 강화유리로 된 삼각자로 때렸다고 보도했다.

부상을 입은 학생은 치료를 위해 곧바로 이송됐다. 공안당국은 사건 발생 직후 이 교사를 상해혐의로 구금했고, 교육국은 공안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교사를 정직시켰다.

학생이 다친 경위는 곧바로 공개되지 않았다. 사건은 공식 발표되기 전 해당 학생의 학부모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글을 올리며 대중에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같은 학교 수학교사가 쓰던 강화유리로 된 삼각자로 아이의 머리를 때렸다. 아이가 머리를 크게 다치며 상처가 났고 급히 후송된 병원에서 개두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생의 부모는 현지언론에 "수술엔 5시간 가량이 걸렸고, 교사가 때려 깨진 아이의 두개골을 통해 뇌에 들어간 이물질을 꺼내야 했다"며 "아이의 두개골은 지금도 불안정한 상태이며, 금속보조대를 이용해 봉합한 상태"라고 말했다.

부모는 학생이 다친 지 두 시간 후에야 학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학교와 교육당국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사안을 다룬 한 온라인 영상에는 해당 학교의 다른 학부모가 등장, "오후 4시쯤 발생한 사건에 대해 6시가 지나서야 학부모들에게 통보됐다"며 "추가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와 해당 구 교육국 모두 교사가 왜 학생을 심하게 폭행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아직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학교 한 교직원은 지역방송 '장강저녁뉴스'에 "학교에서 문제를 처리 중이며 규칙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을 공개할 수는 없다"며 "부모님들의 주장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중국에서는 남학생이 훈육하는 여교사를 마구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보도됐던 영상을 보면 실루엣으로도 폭행 당시 상황이 명확히 보인다./사진=현지언론 보도 캡쳐

중국에서도 무너져가는 교권과 입시 위주 경쟁교육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심심찮게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교사를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보고된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교사의 폭행으로 학생이 크게 다친 사건이다. 여론 폭발력이 상당해 보인다.

중국 현지언론은 해당 학생에 폭력을 휘두른 송 모 교사에 대해 집중 보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송 모 교사가 해당 학교에서 그간 평판이 좋았던 중국어 교사이며, 수업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다는 내용, 송 모 교사의 각종 수상 내역 등도 보도했다. 그간 교권붕괴에 대해 우려해 온 현지언론의 논조가 읽히는 대목이다.

여론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반응도 엇갈린다. 중국매체 차이신의 해당 기사 댓글창엔 교사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는 교육당국의 사실 은폐에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교사가 왜 폭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은 동의를 얻고 있다.

한국 교사들의 집회를 비중있게 다룬 현지언론./사진=현지언론 캡쳐

앞선 6월 중국 장시성(江西省)의 한 중학교에서는 한 여교사가 남학생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뺨을 때리자 학생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교사의 뺨을 때린 후 쓰러진 교사의 머리채를 쥐고 마구 구타하는 영상이 공개돼 큰 충격을 줬다. 당시에도 뺨을 때린 교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한 한편 '저런 학생이라면 공교육 당국이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은 지지를 얻었다.

교권의 약화와 이에 따른 공교육 붕괴 우려는 입시위주 교육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 한·중·일 삼국에서 공히 제기된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교사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학부모들의 악의적 교권침해 금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에 대해서도 중국 여론의 관심은 상당하다. 현지 주요 매체들이 한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뤄진 수만명 규모 교사 집회를 비중있게 다뤘다. 한국의 교사들이 학부모들이나 학생들로부터 받는 폭언과 교권 침해에 대해서도 한국 언론을 인용해 집중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대한 댓글창엔 한국과 중국의 교육현실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과 함께 "중국 역시 상하이나 선전 등 교육열이 강한 도시에서는 똑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등 자성의 댓글이 적잖다. 한 중국 네티즌은 "교육제도에 대한 중압감은 약한 고리에 대한 폭력의 형태로 발산되는데, 이 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바로 최일선에 위치한 교사와 학생"이라고 했다. 해당 댓글은 가장 많은 동의를 얻고 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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