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 베이스 뽑은 헤라클레스, 1루 베이스도 뽑을 뻔했다, '이 기술 없었다면' [잠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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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도 너무 빠르다.
공을 잡은 KIA 포수 김태군가 빠르게 1루로 공을 던졌지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한 조수행의 왼손이 베이스를 먼저 터치했다.
이날 조수행의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베이스가 뽑힐 정도로 빨랐다.
1루수 오선우의 발이 살짝 떨어지는 순간 조수행이 베이스를 밟으며 세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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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빨라도 너무 빠르다.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특히 중요한, 순간 가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도루하다 3루 베이스를 뽑아 버렸던 조수행이 빠른 발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7일 잠실구장. 두산이 9연승을 질주한 KIA 타이거즈를 멈춰 세웠다. 두산의 3대0 승리, 조수행이 없었다면 스코어는 1대3이 될 수도 있었다.
조수행의 쇼는 4회부터 시작됐다. 2회말 양석환의 선제 솔로포로 두산이 1-0으로 앞선 가운데 4회초 KIA의 반격이 시작됐다. 2사 후 KIA 나성범의 안타에 이어 최형우가 친 타구가 우측 펜스를 향해 날아갔다. 나성범을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큼직한 2루타성 타구였다. 하지만 펜스 앞까지 빠르게 달려간 우익수 조수행이 힘차게 점프했고, 타구는 그대로 글러브에 쏙 들어갔다. 조수행이 가로챈 KIA의 첫 번째 점수다.
4회말 두산의 공격. 선두타자 허경민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추가점을 뽑을 찬스, 하지만 허경민을 3루로 보내려던 박계범의 번트가 실패했다. 1사 2루, 더 이상의 희생번트는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다음 타자 조수행이 또 번트를 댔다. 공을 잡은 KIA 포수 김태군가 빠르게 1루로 공을 던졌지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한 조수행의 왼손이 베이스를 먼저 터치했다.
오버런이 허용(곧바로 1루로 돌아올 것을 전제)되는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부상의 위험이 높고, 그냥 달리는 것보다 결코 빠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조수행은 예외인 듯하다. 슬라이딩 동작에서 전혀 속도가 줄지 않고, 다이빙에 가까운 동작이 오히려 더 시간을 단축시키는 듯하다.
지난 8월 25일 잠실 SSG전에서 3루 도루를 시도한 조수행의 속도에 밀려 3루 베이스가 뽑히는 일도 벌어졌다. 3루수 최정이 태그를 하려 하자 뽑힌 베이스를 꼭 붙잡고 놓지 않은 조수행의 '절박한' 모습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날 조수행의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베이스가 뽑힐 정도로 빨랐다. 다만, 1루이기 때문에 상황은 달랐다. 여기서 조수행의 기술이 또 하나 나왔다. 베이스를 터치하는 것과 동시에 왼손을 가볍게 들어 충돌을 피한 것.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부상 위험을 피한 조수행의 스마트한 슬라이딩 동작이었다. 다음 타자 정수빈의 1루 땅볼 때 허경민이 득점에 성공, 두산은 2-0으로 앞서나갔다.
5회초 다시 KIA의 반격. 2사후 오선우 김태군의 연속 안타로 만든 동점 찬스. KIA 최원준이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렸다. 주자 2명을 동시에 불러들일 수 있는 큰 타구였지만, 이번에도 공은 조수행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조수행의 수비 범위는 엄청났다. 4회에 이어 조수행이 또 2점을 가로챘다.
두 번의 호수비로 KIA의 3점을 삭제하고, 공격에서도 2득점에 큰 힘을 보탠 조수행의 활약 덕분에 두산은 2연패에서 탈출했다. KIA의 10연승도 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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