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 논란→처참한 경기력' 클린스만 감독 내용+실리 모두 못 챙겼다…‘중원 삭제-같은 전술’ 답답함만
[스포티비뉴스=박건도 기자] 최근 외유 논란에 휩싸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다. 부임 당시 공언한 공격 축구가 무색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리와 내용 모두 챙기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5경기째 무승이다. 지난 3월 출항한 클린스만호는 3무 2패에 그치고 있다. 4득점 6실점. 수치로 봐도 공격과 수비 모두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웨일스전에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꺼냈다. 조규성(미트윌란)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투톱을 맡았다. 홍현석(KAA 헨트)과 이재성(마인츠05)이 좌우 날개에 포진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박용우(알 아인)와 황인범(즈베즈다)이 책임졌다. 이기제(수원 삼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가 포백에 서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알 샤바브)가 꼈다.
4일 뒤 라트비아와 유로 2024 예선전을 치르는 웨일스는 한국전 최정예 멤버로 나섰다. 스리백으로 한국을 맞받아쳤다. 최근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게 된 브레넌 존슨(토트넘)과 네이선 브로드헤드가 투톱을 맡았다. 해리 윌슨(풀럼), 이선 암파두(리즈 유나이티드), 네코 윌리엄스(노팅엄 포레스트) 등이 미드필드에 섰다. 조 로든(리즈)과 주장 벤 데이비스(토트넘)는 센터백에서 호흡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으려 애썼다. 미드필드에서 점유율을 높여 상대를 공략하려 했다. 하지만 수차례 실수가 나오며 상대에 공을 헌납했다. 공격 마무리 과정이 무뎠다.
13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웨일스가 짧은 패스로 한국 수비진 공간을 공략했다. 윌슨이 브로드헤드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안까지 침투했다. 김승규가 상대 슈팅을 손끝으로 가까스로 쳐냈다.
주장 손흥민이 공격 지역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경기를 운영했다. 홍현석과 이기제가 웨일스 수비 뒤로 돌아 뛰며 공간을 노렸다. 웨일스는 수비를 좁게 서며 한국의 공간을 틀어막았다. 슈팅까지 마무리되지 못했다.
답답한 흐름은 계속됐다. 웨일스는 한국을 여유롭게 공략했다. 정승현과 김민재가 최종 수비에서 가까스로 웨일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볼 흐름은 뚝뚝 끊겼다. 한국은 단 한 번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37분 이기제의 왼발 크로스가 문전으로 날카롭게 향한 게 전부였다. 첫 슈팅은 39분이 돼서야 나왔다. 손흥민이 감아차기로 득점을 노렸다. 거리가 멀었다. 공은 골키퍼 품에 안겼다.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내려선 웨일스의 공간을 파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은 전반전 유효 슈팅 단 한 개만 기록한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시작과 함께 웨일스가 변화를 줬다. 공격과 미드필더 핵심인 존슨과 암파두가 빠지고 조 모렐(포츠머스)과 키퍼 무어(본머스)가 투입됐다.
전반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미드필드에서 좀처럼 패스가 뻗어 나가질 않았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길게 때려 넣는 패스에 의존했다. 상대 공격수들의 압박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수차례 패스 실수가 나오며 위기 상황을 맞을 뻔했다. 답답한 흐름 속 11분 손흥민이 과감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15분 황인범도 페널티 박스 밖에서 왼발로 한 차례 때려봤다. 웨일스는 베테랑 미드필더 아론 램지(카디프 시티)를 투입했다.
오히려 내려섰던 웨일스의 공격이 매서웠다. 한국에 운이 따랐다. 21분 무어의 헤더가 오른쪽 골대를 강타했다. 브로드헤드의 아크 부근에서 때린 슈팅은 수비를 맞고 벗어났다. 후반 들어 한국의 첫 실점 위기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 대신 황의조(노리치 시티)를 투입해보기도 했다.
흐름은 뒤바뀌지 않았다. 중원과 공격진을 바꾸고도 전술은 그대로였다. 웨일스는 여유롭게 한국의 공격을 받아쳤다. 한국의 슈팅은 먼 거리에서 때린 것이 전부였다. 38분에는 이재성 대신 양현준(셀틱)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동경(울산)은 근육 통증을 느끼며 주저앉은 박용우를 대신했다.
또 실점을 내줄 뻔했다. 순간 한국의 측면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데이비스의 크로스가 위협적으로 들어온걸 김승규가 몸을 날려 쳐냈다. 무어로 이어졌다면 일찌감치 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44분 무어는 큰 키를 이용해 헤더를 시도해 봤다.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최근 외유 논란에 휩싸인 클린스만 감독이다. 6월 A매치와 공식 기자회견 이후 그렇다 할 국내 일정을 소화하지 않은 클린스만 감독은 주로 미국 자택과 유럽 현지를 오갔다. 유럽축구연맹(UEFA) 행사를 직접 보거나 해외 매체들을 통해 인플루언서의 생활을 이어갔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해리 케인에 조언을 건네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계속된 비판에 ‘온라인 기자회견’까지 자처한 클린스만 감독이다. 그는 “나는 워커홀릭이다. 일하는 방식이 다를 수는 있다”라며 논란을 잠재우려 애썼다. 해외 일정은 계속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을 거치지 않고 잉글랜드 현지로 9월 평가전을 치르러 대표팀에 합류했다.
발탁 기자회견도 건너뛰었다. 9월 소집 명단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는 탓에 클린스만 감독은 미리 KFA를 통해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대표팀 에이스로 떠오른 이강인과 핵심 공격수 황희찬과 조규성에 대한 상황은 전했다. 화두였던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교통정리도 마쳤음을 확인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포함된 일부 선수들의 소집 문제를 대한축구협회와 여러 차례 논의했다. 그 결과 백승호, 송민규,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박규현은 이번 유럽 원정에는 부르지 않지만, 설영우와 홍현석은 웨일스전을 대비해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해 소집하기로 했다”라고 KFA의 보도자료를 통해 의견을 전했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소집됐던 나상호(서울)와 박지수(우한 쓰리 타운스)는 빠졌다. 특히 박지수는 6월 군사 훈련으로 빠졌던 김민재를 대신한 센터백으로 후방 빌드업과 수비 상황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9월 명단 제외 이유는 알 수 없다. 예상 질문에 없었던 듯하다. 보도자료에는 부상 선수들의 상황과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선수 분배 내용이 주를 이뤘다.
새로운 얼굴도 대거 포함됐다. 김준홍(김천 상무), 김지수(브렌트포드), 이순민(광주FC)은 생애 첫 A대표팀에 소집됐다. 각각 부상과 군사 훈련으로 빠졌던 김영권(울산 현대)과 김민재도 돌아왔다. 이순민은 웨일스전에 생애 첫 A대표팀 경기를 소화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경기 중 답답한 경기력을 의식한 듯 5명의 교체 카드를 썼다. 하지만 경기 흐름에는 변화가 없었다. 의미 없는 횡패스와 선수 개인 능력에만 의존한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 막바지에는 웨일스에 실점을 내주며 무너질 뻔했다.
경기 후에도 담담했다. 아직 발전 과정에 있다는 주장이다. 웨일스와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정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분명히 필요하다. 지난 5경기는 11월에 시작될 월드컵 예선과 아시안컵에 대비해 점검할 좋은 기회였다. 어떤 선수들이 아시안컵이나 예선에 나설지 코칭 스태프들이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라고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했다. 오는 13일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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