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에 바친 팀 승리… 노시환은 실력도, 책임감도 MVP가 되어간다

김태우 기자 2023. 9. 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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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며 한화의 현재와 미래가 된 노시환(23‧한화)은 6일 대전 SSG전을 앞두고 부고를 들었다.

노시환은 6일 경기를 마치고 잠시 대전을 떠나 빈소에 다녀온 뒤 7일 경기를 앞두고 복귀했다.

노시환은 후속 타자 채은성의 안타 때 전력으로 3루를 돌아 홈을 밟아 선취점을 책임졌다.

노시환이 한뼘 더 자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7일 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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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부상 아픔에도 불구하고 7일 대전 SSG전에서 팀 승리에 공헌한 노시환 ⓒ곽혜미 기자
▲ 노시환은 팀 공격 기회를 만들고 잇는 임무에 충실하며 팀 역전승을 이끌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올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며 한화의 현재와 미래가 된 노시환(23‧한화)은 6일 대전 SSG전을 앞두고 부고를 들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빈소는 고향인 부산에 마련됐다.

KBO리그에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경조사는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엔트리 말소 없이 잠시 일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노시환도 경조사 휴가를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일단 6일 경기에 뛰기로 했다. 경기 전 팬 서비스도 내색 없이 마쳤다. 소식을 들은 팬들이 오히려 미안해 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최원호 한화 감독에게 6일 경기가 끝난 뒤 빈소를 찾고, 7일 경기 준비에 문제가 없는 시간까지 돌아오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당초 노시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선수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노시환은 6일 경기를 마치고 잠시 대전을 떠나 빈소에 다녀온 뒤 7일 경기를 앞두고 복귀했다. 최 감독도 노시환의 여독을 고려해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넣어 배려했다.

전날 연장 11회 접전이 벌어진 터라 경기가 끝난 시간만 오후 11시 10분경이었다. 바로 부산으로 달려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빈소를 지켰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대전으로 왔다. 고속 열차를 이용한다고 해도 이동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노시환은 아무런 내색 없이 경기에 나갔다. 그리고 팀의 4-3 역전승에 보탬이 되는 활약으로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에게 팀 승리를 바쳤다.

0-0으로 맞선 4회에는 선취점의 발판을 놨다. 선두 타자로 나서 장쾌한 2루타로 팀이 포문을 열었다. SSG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떨어지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이를 중앙 담장까지 날려 보냈다. 굳이 홈런이 아니더라도, 노시환의 타격 기술과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타구였다. 노시환은 후속 타자 채은성의 안타 때 전력으로 3루를 돌아 홈을 밟아 선취점을 책임졌다.

팀이 1-3으로 뒤진 7회에도 득점이 보탬이 됐다. 한화는 최재훈의 안타, 이도윤의 2루타로 1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문현빈이 희생플라이로 1점, 그리고 대타 윌리엄스가 적시타로 1점을 뽑아 경기 균형을 이뤘다. 경기장이 함성으로 폭발했지만 냉정하게 동점 상황이었다. 2사 후라 그 다음이 더 중요했다.

▲ 올 시즌 MVP 후보급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노시환 ⓒ곽혜미 기자
▲ 성숙해진 기량과 성품을 모두 보여준 노시환 ⓒ곽혜미 기자

여기서 노시환이 노경은의 공을 차분하게 골라 기록지에 볼넷을 새기며 1,2루를 만든 게 결정적이었다. 윌리엄스가 득점권에 나갈 수 있었고, 채은성의 좌전 적시타 때 팀이 역전했다. 그 1점 리드는 경기 끝까지 이어지며 한화가 이틀 연속 역전승이라는 값진 성과와 함께 위닝시리즈를 확정할 수 있었다.

노시환은 올해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타자다. 7일까지 시즌 114경기에서 타율 0.299, 30홈런, 9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46을 기록 중이다. 리그 최우수선수(MVP)에도 도전한다. 만약 야수 중 단일 후보를 세운다면 노시환이 유력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도 기대되고 있다. 여러모로 ‘노시환의 해’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기량과 별개로 책임감 또한 채워지고 있다는 게 이번 조부상 일정에서도 드러났다. 7일 하루를 쉬었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를 고려하면 어쩌면 하루를 쉬는 게 개인에게나 팀에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노시환은 조부상의 아픔에도 한화와 야구를 잊지 않고 있었고, 그 책임감을 성적으로 연결시키는 성숙함을 보여줬다. 노시환이 한뼘 더 자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7일 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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