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이왕이면 “해외로 해외로”.. 여행수요 급증에 “적자만 커질라”

제주방송 김지훈 2023. 9. 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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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자 지속 증가-입국자 줄어.. 내수 ‘답보’
여행수지 적자 확대 “경제 건전성 악화 우려”
7월 경상수지 흑자 36억 육박.. 흑자 폭 줄어
수입 23% 감소, 상품수지 흑자에도 ‘불황형’


추석을 포함해 9월 28일부터 10월 3일 6일간 ‘황금연휴’ 기간, 해외로 나서는 여행객이 예년보다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비스적자 규모를 더 키울 것이란 예상됩니다.

정부 차원에선 ‘만년 적자’인 여행수지 등 국내 소비(내수) 개선을 내심 기대하지만, 이와는 달리 장기 연휴기간 해외를 택한 발길만 부추기고 나가서 쓰는 지출만 늘어나는 모양새입니다.

내수시장 악화는 물론 가뜩이나 위축된 경상수지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가뜩이나 ‘불황형 흑자’로 휘청이는 경제 건전성을 더 악화시키는게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7월 경상수지는 35억 8,000만 달러(4조 7,811억 원)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경상수지는 4월(-7억 9,000만 달러) 적자를 낸 이후 5월(+19억 3,000만 달러), 6월(+58억 7,000만 달러)에 이어 석 달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0억 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65억 7,000만 달러)의 23%, 4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7월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42억 8,000만 달러)만 4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을 뿐, 실질적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를 보였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수출(504억 3,000만 달러)은 지난해보다 14.8%(87억 9,000만 달러) 줄어 11개월, 거의 1년 가까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특히 석유제품(통관 기준 -41.8%), 반도체(-33.8%), 화학공업 제품(-16.4%), 철강 제품(-12.6%)부진한 양상을 이어갔습니다. 지역별로 중국(-25.1%), 동남아(-20.9%), EU(-8.4%), 미국(-8.1%), 일본(-6.0%)으로 수출이 위축세를 이어갔습니다.

수입(461억 5,000만 달러)도 22.7%(135억 9,000만 달러) 줄어, 감소액이나 감소율 모두 수출 규모를 웃돌았습니다.

특히 에너지 수입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자재 수입이 지난해에 비해 35.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도체(-22.6%)와 반도체 제조장비(-13.7%), 수송장비(-13.3%) 등 자본재 수입도 12.5% 감소했고 곡물(-20.3%)과 승용차(-19.2%) 등 소비재 수입도 12.1% 줄었습니다.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서비스 수지 적자가 단연 두드러졌습니다.

7월 서비스수지가 25억 3,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습니다. 6월(-26억 1,000만 달러)보다 소폭 줄었다고 하지만 지난해 같은 달 –7,000만 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무려 적자가 36배로 폭증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인해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여행수지(-14억 3,000만 달러) 적자 폭만 해도 1년 전(-8억 4,000만 달러)의 두 배 수준에 달했습니다.

운송수지 흑자(9,000만 달러)도 지난해(14억 7,000만 달러) 대비 13억 달러 급감했고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가 29억 2,000만 달러 흑자를 냈습니다. 6월(48억 5,000만 달러)와 비교해 19억 3,000만 달러 감소했습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24억 2,000만 달러, 외국인 국내 투자는 16억 5,000만 달러 각각 늘었습니다.

이같은 해외여행 증가세로 인한 서비스 수지 악화 양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 대형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을 활용한 해외여행 상품의 일평균 예약률이 여흠휴가 성수기인 ‘7말 8초’ 예약률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일본 도쿄·오사카, 태국 방콕, 필리핀 세부 등 인기 해외여행 상품은 벌써부터 매진 행렬로 파악됐을 정도입니다. 더구나 연휴가 길어지면서, 이를 활용해 미주·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 상품도 인기몰이로 나타났습니다.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통한 황금연휴가 내수 확대에 초점을 맞췄지만, 사실상 해외소비를 부추기는 단초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4조 원 정도 생산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폭우와 폭염 등으로 여름휴가를 제대로 떠나지 못한 이들을 중심으로 소비에 플러스(+) 효과를 내다봤습니다.

수출·투자가 부진한 상황에 내수가 경기 진작을 이끌 촉매가 될 수 있지만, 해외로 소비가 빠져버린다면 그 역할이 기대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소비만 늘 경우엔 경상수지가 더 악화할 공산이 큽니다.

코로나 19 방역지침 완화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늘며, 올들어 여권발급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해외행이 지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조폐공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여권 발급량이 367만 권으로 지난해 동기(103만 권)대비 3.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465만 권이던 여권 발급량은 2020년 104만 권, 2021년 67만 권으로 줄었고 2022년엔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띄면서 모두 282만 권이 발급됐습니다.


이처럼 출국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입국자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적어, 여행수지 적자 폭 확대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출국자 수만 해도 993만여 명으로, 방한 외국인 443만 여명을 두 배 웃돌았습니다.

1~7월 여행수지 적자만 해도 72억 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억 달러보다 크게 늘었고, 전체 서비스 수지 적자(144억 6,0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을 차지합니다.

여행수지 적자는 2020년 29억 2,000만 달러 이후 계속 적자를 더하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6억 6,000만 달러 수준, 그 이상까지 돌아가고 오히려 규모를 키워가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전체 소비 규모로만 보면 내수가 아직은 비중이 클 수는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굳이 안가도 될 해외소비가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늘어나면서 서비스수지가 더 악화되는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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