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30대 중국인 제주 입국, 9살 아들 공원 유기…구속기소

숙박업소 3일 머물고 노숙…잠든 아들 두고 떠나
'아이가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길 바란다' 편지도
하루 만에 긴급체포…父 "이혼하고 생활 어려워"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생활고를 겪던 30대 중국인이 어린 자녀와 함께 제주에 입국한 뒤 노숙을 전전하다 결국엔 자녀를 공원에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중국인 보호자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8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제주지방검찰청은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혐의로 중국인 A(30대)씨를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한 공원에서 잠이 든 아들 B(9)군을 두고 자리를 떠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시 '아이가 한국의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영문 편지와 짐가방을 놓고 가기도 했다.

잠에서 깬 B군은 울면서 아버지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B군을 목격한 서귀포시청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다음 날인 26일 서귀포시 모처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달 14일 관광 목적으로 무사증을 이용해 B군과 제주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당초 숙박업소에서 생활했지만 지난달 17일부터 경비가 바닥나 공원 등을 전전하며 노숙을 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에 '아내 없이 양육하면서 생활고를 겪어왔고, 아들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한국의 보호시설에서 자랐으면 해서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사기간 B군은 서귀포시, 주제주중국총영사관 등의 도움으로 도내 아동보호시설에 머물렀다가 지난 7일 중국으로 출국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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