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분열의 틈으로…이번 G20은 공동선언 낼 수 있을까

김서영 기자 2023. 9. 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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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7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학생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그림을 그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나의 지구·하나의 가족·하나의 미래.’

표어와 달리 세계가 분열된 틈에 열리는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공동선언 채택이 불발될 수 있다고 8일(현지시간) 영국 BBC·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과 러시아가 갈등을 빚고 있는 탓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빈곤국 채무 조정, 기후변화 등 예상되는 안건 중 어느 것에서도 타협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 규탄한다”는 정도의 표현 수위에서 가까스로 합의를 볼 수 있었다. 다만 러시아 측의 의견을 반영해 “현 상황과 제재를 둘러싸고 다른 견해 및 평가가 있었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선에서 타협을 보자는 의견이 거론되지만, 지금은 이조차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1년 새 서방과 러시아 사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에 이어 최근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기로 했고, 러시아는 북한과 무기 거래를 논의할 예정이다. BBC는 “러시아와 중국은 그러한 양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미국과 서방도 전쟁에 대한 명확한 비난 외에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 점도 무게감을 떨어뜨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리창 중국 총리가 참석하긴 하지만 이들은 자국 정상들과 달리 막판 양보를 할 만큼의 정치적 위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BBC는 전했다. 지난 3월 G20 외교·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공동선언 채택이 불발됐다.

의장국인 인도가 밀고 있는 개발도상국 의제 또한 타협이 난망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번 G20 회의에서 빈곤국 채무 조정, 기후변화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에 구제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부채 3분의 2는 채권국이 중국으로, 중국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은 논의가 어렵다.

식량 및 에너지 안보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 또한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둘러싼 흑해곡물협정이 중요한 관건이라,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으면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 기후문제 역시 11월 말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로 미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공동선언 채택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G20 정상회의는 1999년 시작한 이후 올해로 24번째를 맞는다. 그동안 공동선언이 채택되지 않은 적은 한차례도 없다.

트리스텐 네일러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분열로 인해 “공동선언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밝혔다.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만 연구원은 “인도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관리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균형자로서의 이점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공동선언 부재는 G20뿐만 아니라 모디 총리 그리고 인도의 좌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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